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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인기 회복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소형차보다 매력적인 경차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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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차를 산 것은 지금부터 딱 20년 전인 1999년이었다. 첫 차로 어떤 차를 고를까 무척 고민하다가, 당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던 경차를 사서 6년 동안 잘 타고 다녔다. 그 뒤로 여러 번 차를 바꾸며 소형에서 중형까지 다양한 차급을 경험했지만, 결국 지금은 다시 경차를 사서 잘 타고 있다.

2019년형 기아 모닝의 앞모습

작은 차가 취향에 맞기도 하지만, 경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차가 모든 사람의 필요나 취향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경차가 갖고 있는 한계는 뚜렷하다. 그리고 내가 처음 차를 샀을 때와 지금 타고 있는 차를 샀을 때 차를 고른 이유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다시금 경차를 산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경차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장점이나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모닝은 2017년에 나온 3세대 모델이다

나의 경우 집에 가족용 차가 따로 있어 내 차는 혼자 탈 때가 많고, 차로 이동하는 범위도 대부분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다. 큰 차가 필요할 때는 요즘 흔한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자동차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종류의 차들을 타볼 기회가 많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좋은 차'에 대한 갈증도 크지 않다. 작은 차를 탐으로써 도로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 전기차만큼은 아니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경차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온실가스라….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편의장비 면에서 소형차 부럽지 않다

여기까지는 나의 개인적인 상황이 선택에 미친 영향이고, 특별히 큰 차를 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차의 장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성이다. 차를 사려고 고민할 때 연비 좋은 디젤 소형차와 저울질을 했지만, 예상 주행거리를 놓고 비교했을 때 연료비에서 줄일 수 있는 금액이 차값 차이를 상쇄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 특히 나는 자동변속기가 아닌 수동변속기 경차를 골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업무용으로 쓰는 만큼 공영주차장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을 받을 일이 많다. 또한 한 급 위의 차들보다 자동차세나 보험료 같은 소소한 비용도 적을뿐더러 건강보험과 같은 준조세 산정 기준도 낮게 잡힌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까지 생각해 보면 지출 전반에서 줄어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모닝의 뒷좌석

차를 주로 혼자 쓰는 사람이라면, 실용성 측면에서도 경차는 그리 아쉬울 것이 없다. 실제 쓸 수 있는 실내 공간이 한 급 위의 소형 해치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어있는 뒷좌석은 사람을 태우지 않는 이상 짐을 올려놓는 등 다른 용도로 쓰기에 충분하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2인분 캠핑장비나 자취생 이삿짐 정도는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상당수 경차가 배달이나 회사 업무용 차로 쓰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뒷좌석을 접어 짐칸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차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차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불신이나 편의성 부족에 대한 불만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경차의 안전 및 편의장비를 강화하다 보니 이번에는 값이 소형차 수준으로 올라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고 말았다.

국내에서 유일한 박스카 스타일의 경차, 기아 레이

내가 20년 전 처음 샀던 경차의 값은 600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 타고 있는 경차는 1,200만원대로 두 배 정도 비싸졌다. 물론 그 시절 2,5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 한 그릇도 지금 먹으려면 5,000원은 줘야 한다. 거의 물가에 비례해 오른 셈이고, 지금의 경차에는 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가 기본으로 달려 있으니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다른 차급의 차들과 비교해 ‘값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고 느끼는 이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유럽 A세그먼트 시장에서 국산차들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 i10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경차는 상황이 어떨까?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에 해당하는 차급의 판매는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EU 15개국) 승용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유럽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총 403만2,881대로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초소형차(A세그먼트) 시장은 전체 평균에 비해 판매량 감소 비율이 낮아,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칸토(모닝)는 유럽 A세그먼트 시장 6위의 인기차다

이런 가운데, A세그먼트에 속하는 기아 모닝(수출명 피칸토)의 유럽 판매량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3.8% 늘어난 2만1,154대를 기록했다. 같은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모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뿐 아니라, A세그먼트에 속하는 18개 모델 중에서도 폭스바겐 업!과 르노 트윙고에 이어 6위에 오르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현대 i10도 2만 대 남짓 팔렸고, 한국지엠이 생산해 수출하는 오펠 카를/복스홀 비바도 1만2,000대 이상 팔려 대부분 중위권 이상의 실적을 냈다. 이런 점을 보면 국내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경차의 상품성 자체는 유럽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신차 판매의 1/3이 경차일 만큼 인기가 많다

조금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경차 천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경차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2018년 4월~2019년 3월) 일본에서 팔린 약 526만 대의 승용차 중 192만 대 정도가 경차였다. 전체 판매의 36.6%를 경차가 차지한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더불어 차체 크기와 엔진 배기량 및 출력으로 경차 규격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경차 기준을 정할 때 일본의 것을 참고했으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경차가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경제성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차가 일본의 교통 및 생활환경에 알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일본 자동차 업체의 경차 라인업. 한 브랜드에서 나오는 경차만 11종이다

마니아들이나 작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경차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일본의 사례를 드는 경우가 많다. 실용성이 뛰어나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부 차종까지 포함하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경차는 100종이 훨씬 넘고 스포츠카에서 정통 SUV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경차의 종류가 세 개 모델밖에 없다. 기아 모닝을 비롯한 2종의 5도어 해치백과 미니밴 스타일의 박스카인 기아 레이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일본은 물론 유럽 A세그먼트에 비해서도 차종의 수가 적은 것은 분명하다.

기아 모닝 원메이크 레이스

출처KSF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경차 시장의 크기와 다양성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경차 시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은 틀림없다. 작은 차일수록 자동차 회사가 차 한 대를 팔아 남길 수 있는 이익이 작다지만, 시장이 커지면 얼마든지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최근 소형 SUV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앞다투어 매력적인 새 차들을 내놓는 것을 보면, 경차 시장도 지금보다 규모가 커지면 얼마든지 다양한 차들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기아 레이

물론 경차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에서 경차 판매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그 ‘한계’에 묻히기에는 경차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럼에도 현재 소형차보다는 인기가 더 많은 차급이라는 것은 경차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크기와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형 SUV보다도 뛰어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아 레이

많은 사람들이 경차에서 매력을 느끼려면 경차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경차 규격을 정한 정부뿐 아니라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자동차 회사도 좀 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경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차는 싸야 한다’거나 ‘차 크기가 경제력의 기준’이라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 역시 고정관념을 벗어버려야 한다. 또한 지금의 안전 및 환경 규제에 맞춰 만들다 보니 기본 값부터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경차를 과거처럼 생애 첫 차나 저렴한 탈 것으로서의 세컨드카 개념으로 접근하는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기아 모닝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경차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분명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차 시장의 활성화는 자신의 상황과 라이프스타일, 개성에 맞는 차를 고르는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기에 반길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류청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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