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미니밴, 배려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다

이 시대 최고의 패밀리카, 기아 카니발에 대한 고찰
k-plaza 작성일자2019.04.24. | 18,737  view

역사를 되돌아볼 때 세상을 바꾼 물건이나 발견의 시작은 매우 미미했던 경우가 많다. 19세기 말에 시작해 20세기 들어오며 모양을 갖춘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애당초 바퀴 달린 마차에서 말을 빼고 엔진을 단 것이 자동차였으니 초기의 자동차는 2인승 오픈카부터 운전석(마부)과 승객석이 분리된 모양은 물론 3열 시트와 2+3+2명이 타는 7인승도 흔했다. 첫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 지 60년이 지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가 되어서야 지금의 3박스 형태의 승용 세단이 완성되었고, 요즘 인기 있는 SUV도 50년대를 지나며 세상에 처음 나왔다.

1983년 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미니밴, 닷지 캐러밴(1984년형)

그렇다면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장르는 무엇일까? 5~7명의 성인과 짐을 싣고도 넉넉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차, 풀사이즈 미니밴이다. 사실 미니밴 이전에도 여러 사람이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승합차는 상용 트럭에서 가지를 친 미니버스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차들은 지붕이 높아 차고에 넣는 것이 힘든 데다 운동성능이 떨어지고 승차감도 거칠어 가정에서 쓰기보다는 업무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일반 가정에서 탈 수 있는 넉넉한 차는 왜건이나 SUV 정도였지만 절대적인 공간은 여전히 부족했다.

유럽에서는 1984년 르노 에스파스가 미니밴(MPV) 시장을 개척했다

결국 미니버스의 넉넉한 실내와 승용차의 승차감과 운동성이 합쳐진 새로운 장르가 필요했고, 1983년 말과 1984년 초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미니밴’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첫 미니밴은 닷지 캐러밴, 유럽의 첫 미니밴(MPV)은 르노 에스파스였다. 사실 이 부분도 신기한 일이다. 미국과 유럽은 서로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타는 차도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에서 같은 용도의 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니밴은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중산층 엄마들의 인기차가 되었다

중형 승용차 이상의 크기였던 첫 미니밴은 7인승이 기본이었는데, 2열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좁은 공간에서도 타고 내리기 쉬웠다. 특히 미국에서는 용도에 따라 여러 대의 차를 운영하는 특성상,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오는 아빠(남편)는 세단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부인)는 미니밴을 타게 되었다. 흔히 사커 맘(Soccer Mom)으로 대표되는, 같은 종류의 운동을 다니는 이웃집 아이들을 한 차에 태워 다니기 위한 엄마의 차로 미니밴이 자리잡게 되었다.


1998년에 나온 기아차의 첫 카니발

1세대 카니발은 IMF 사태의 어려운 시기에 데뷔했다

우리나라 미니밴의 역사는 1998년 초 세상에 나온 기아 카니발에서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수출형 모델로 기획을 시작했던 카니발은, 벌써 14년이 지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미니밴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차였다. 흔히 ‘봉고차’로 대표되는 카니발 이전의 승합차들은 원박스 타입으로 엔진 위에 운전석이 있었다. 때문에 정면충돌 등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웠고, 트럭과 같은 보디 온 프레임 타입의 차체 구조 때문에 승차감이 좋을 수 없었다. 결국 카니발이 나온 이후에야 한국인들은 제대로 된 미니밴을 만나게 된 셈이었다.

기아자동차 더 뉴 카니발의 모습

대한민국 미니밴을 대표하는 카니발은 다양한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탑승 인원이 적더라도 넓은 공간을 중요시하는 이들을 위한 7인승 모델, 6명 이상이 탔을 때 버스 전용 차로를 달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9인승과 11인승 모델이 있다. 특히 11인승 모델은 승합차로 분류되어 취득세가 차 값의 5%로 승용 모델에 비해 2%가 낮고 연간 자동차세도 배기량이 아닌 연간 6만5,000원 정액으로 매우 저렴하다. 물론 최고속도가 110km/h로 제한되고 1종 보통 운전면허가 필요한 등 약간의 제약이 있지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인기 있는 형태는 9인승에 3명이 타는 4열 시트를 접어 실제로는 1~3열 6인승으로 쓰는 구성이다. 어른 2명(부모)과 아이들 3명이 각자의 자리에 타거나, 아이 2명과 그의 부모 및 어르신 등 6명이 타더라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넉넉한 실내를 품은 카니발의 커다란 차체는 어떤 운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섬세한 배려들이 카니발 곳곳에 서려 있다. 패밀리카로써 접근할 가능성이 큰 9인승 기본형(럭셔리 트림)부터 앞뒤 주차 보조 센서와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가 기본으로 달린다. 여성 운전자가 많다는 전제하에 불안한 마음을 채워줄 장비들이다. 더욱이나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일단 온도만 맞추면 따로 조작이 필요 없는 독립제어 방식의 풀 오토 에어컨과 후방 카메라가 기본으로 달린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방 안에 넣어 다니면 문을 열고 닫는 데 쉽게 쓸 수 있는 버튼 시동 스마트키,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열선 스티어링 휠과 에스코트 기능이 포함된 오토라이트 등도 모두 기본이다. 3,150만원의 럭셔리 트림에 95만원의 내비게이션과 파워슬라이딩 도어(75만원), 하이패스(25만원)를 더해 3,345만원이면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가성비라는 면에서 볼 때 이런 가격에 이런 기능을 가질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위쪽부터 독립형 2열, 3열 시트와 바닥에 수납되는 4열 벤치식 시트

아마도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차는 중간인 프레스티지 트림(3,470만원)일 것이다. 기본인 럭셔리 트림보다 320만원 비싸지만 풍성한 가죽 내장과 앞좌석 파워시트, 파워슬라이딩 도어, 2~3열 수동식 커튼 등의 편의장비가 더해진다. 여기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이 더해진 드라이브 와이즈Ⅰ(140만원), 스마트 내비게이션(95만원), LED 헤드램프(60만원)를 선택하면 차 값이 3,765만원이 된다. 

4열 벤치식 시트를 수납했을 때와 세웠을 때의 모습

물론 천연가죽시트와 스마트 테일게이트,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내비게이션이 기본인 노블레스 트림(3,830만원)이나, 주차할 때 주변을 보여줘 부담을 더욱 줄여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시트와 미러 위치를 기억해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쉽게 운전자를 바꿀 수 있는 운전 자세 메모리 시스템,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 등이 기본인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3,930만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경우 몇 가지 옵션을 더하면 차 값이 4천만원을 넘기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80년대 초 미니밴이라는 장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주요 운전자와 사용자에 대한 분석이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실제 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명확해지면서, 그들을 위한 장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미니밴은 사실 어느 정도는 정점에 올라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운전자 중에 여성도 많은 차라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훨씬 더 섬세한 배려가 포함되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단번에 느껴지는 것은 왼발을 놓는 풋레스트다. 다른 어떤 차와 비교하더라도 앞쪽으로 많이 올라와 있다. 남녀 모두가 운전한다고 했을 때 아무래도 키가 작을 가능성이 큰 여성 운전자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또 다른 세심함은 스티어링 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손으로 감싸 쥐는 림의 지름이 살짝 작은 데다 두께도 얇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았을 때 모두 부담이 없다. 좌우로 돌릴 때의 느낌도 가볍다. 사실 차가 크면 일부러라도 조금은 무겁게 만들어 차의 크기를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여성 운전자를 배려해 가볍게 세팅했다. 가뜩이나 큰 차를 운전하며 두껍고 무거운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8단 자동변속기와 202마력의 2.2L 디젤 엔진은 5m가 넘는 큰 차체를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고, 19인치 휠을 끼운 상태에서도 11.3km/L가 나오는 복합연비는 차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했을 때 꽤나 좋은 편이다. 게다가 13km/L가 넘는 고속도로 연비는 가족 여행 등으로 장거리 주행이 많은 패밀리카의 용도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80L의 큰 연료탱크 덕에 잦은 주유의 번거로움 없이 더 먼 거리를 한 번에 달릴 수 있어 편하다.

사실 요즘은 미니밴의 원조국이자 아직까지도 연간 50만 대에 가까운 차가 팔리는 미국에서도 미니밴의 판매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카니발이 속한 풀사이즈 미니밴은 2016년 55만3천여 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에 48만 대가 팔리며 판매가 줄었다. 하락한 판매량만을 놓고 본다면 다양한 7인승 SUV가 미니밴 시장을 잠식했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18년의 판매량은 이전 해보다 거의 줄지 않으면서 48만 여대가 팔린 것을 보면 미니밴의 장점과 영역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6명 이상이 타는 경우 SUV는 아무리 큰 차라고 해도 3열에 타고 내리기가 힘들고 절대적인 공간이 미니밴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결국 미니밴은 세계 데뷔 3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영역이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데뷔 21년이 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니발의 뛰어난 활용성과 상품성은 그간의 판매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6만8천 대가 팔리며 기아자동차 브랜드 전체에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8년에는 7만6천여 대가 판매되어 1위에 올랐다. 이는 카니발이 가족을 위한 최고의 패밀리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차종 선택에서 중요한 결정권을 가진 여성들도 미니밴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998년 카니발이 나온 후 21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그게 벌써 두 번이나 지난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카니발은 섬세한 배려를 갖춘 차가 되었다.

100여 년의 자동차 역사 동안 자동차는 항상 새로운 영역을 찾아 확장하고 성장했다. 세상에 나온 지 36년, 국내에 선보인 지 21년이 된 미니밴도 그렇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카니발은 이미 1세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섬세함을 갖추었으며, 이후 세대를 거듭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요즘 카니발은 기본형부터 풍부한 장비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사용자를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을 차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카니발이 대한민국 대표 패밀리카로 인기를 얻고 있는 데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K-PLAZA 편집팀

해시태그

Recommended Tags

#라면

    Top Views 3

      You May Lik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