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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시동을 건 스팅어

'개척자' 스팅어가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한다
k-plaza 작성일자2019.01.12. | 4,788 읽음

빗속에서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커플을 창 너머로 바라보는 중년 남자. 그 장면에 오버랩되는 ‘당신은 원래 가슴 뛰던 사람이었습니다’라는 문구. 그리고 ‘Don’t forget’이라는 말과 함께 타이어를 태우며 코너를 드리프트하는 자동차. 그리고 모든 장면에 흐르는 에디뜨 피아프(Édith Piaf)의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는 스포티한 배기 사운드와 타이어 마찰음과 어우러지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출처 : 기아자동차
출처 : 기아자동차

남겨진 여운은 강렬했다. 영상은 끝났지만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가 가슴을 맴돌고 있었다. 감정의 여운을 되새기며 영상을 본 기억을 더듬는다. 마지막 장면에 쓰여 있던 말이 떠오른다. ‘2017. 05. 23’ 그리고 ‘Live your dream – Stinger’ 바로 기아 스팅어의 출시 전 티저 광고였다.

출처 : 기아자동차

광고에 그 흔한 마력 같은 성능이나 크기 같은 제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설명하고 과시하지도 않았다. 첨단 기술이나 편의장비 같은 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가슴에 불만 당겨 놓았다. ‘그래 넌 원래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잖아.’ 진짜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가슴이 설렜다.

출처 : Live your Dream, STINGER

기아차 스팅어는 시작부터 한 끗이 달랐다. 우리나라에도 고성능을 이야기하는 모델들은 간간이 있었다. 하지만 스팅어처럼 인생의 역동성을 이야기하는 모델은 없었지 않았나 싶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이야기한다.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가 딱딱하게 굳은 가슴을 적시고, 배기 사운드가 부드러워진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타이어 파열음과 함께 코너를 불태우는 스팅어와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스팅어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감성을 건드린 것에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한 흐름에 우리나라가 진입했음을 선포한 첫 모델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두 흐름은 안락함과 고성능이다. 이 각각의 흐름에 고품질과 희소성, 캐릭터 등을 적절히 혼합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안락함과 고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장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혹은 GT 세단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고성능과 안락함, 그리고 당연히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다. 이전에도 고성능 고급 세단은 있었지만 스포츠성보다는 안락함에 무게를 두었었고, 스포츠 쿠페도 있었지만 고급스러움은 부족했었다. 즉, 스팅어가 우리나라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진입한 시장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시장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고급스럽지만 달리는 성능도 좋아야 하고, 고급스럽지만 개성도 풍부해야 하며, 고성능이지만 안락함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따라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시장은 커트라인이 매우 높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잊히기 십상이다. 특히 새로 도전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뭔가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않으면 후발 주자에게 눈길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엄밀히 말하자면 후륜구동 차량의 영역이다. 물론 아우디처럼 전륜구동 기반의 브랜드도 있지만 고성능으로 갈수록 후륜구동과 4륜구동 모델이 대부분을 점령한다. 이런 면에서 후륜구동 방식에 경험이 부족한 기아차로서는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도 바로 이 부분에 가장 큰 관심이 있었다. 사실 필자는 직업상 스팅어가 출시되기 전에 미리 만날 기회가 있었다. 디자인은 한눈에도 새로웠다. 지금까지의 어떤 기아차, 아니 어떤 국산차와도 달랐다. 필자는 좋았지만 최소한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 자체로 스팅어의 또렷한 캐릭터를 심기에 충분했다. 낮고 긴 후드 라인과 전체적으로 매끈한 실루엣, 공격적인 앞뒤 모습 등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았다. 파워트레인도 자매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모델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는 이미 확인된 부분이었다.

출처 : 기아자동차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 이상에 진짜 승부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스팅어의 진짜 실력이 궁금했다. 이미 검증된 파워트레인이라고 해도 다이내믹한 성능에 걸맞은 다른 맛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종 성능을 책임지는 새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보다 작고 가벼우므로 보디와 섀시 부분도 적당히 가져다가 쓴 것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스팅어를 처음 만난 곳은 영암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었다. ‘정직하구나’라는 한 마디로 요약되는 차였다. 흥분을 조장하기 위한 연출이 전혀 없는 정직한 차라는 뜻이다. 요즘 흔하다는 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도 충분히 더 극적인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운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선에서 자제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티어링 감각이었다. ‘이게 정말 국산차의, 그것도 기아차가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스포츠 세단의 조향 감각이 맞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적당한 무게감과 노면 감각을 갖춘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이처럼 기본기가 탄탄한 스팅어를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문지들은 스팅어를 기존의 스포츠 세단들과 대결시키는 기사를 잇달아 썼다.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스팅어를 동급 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강자로 인식했다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신입생에게는 큰 환대였을 텐데 스팅어는 2017년 미주와 유럽 양쪽에서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품성과 기본기, 존재감 등 모든 면에서 잘 만들어진 모델이었다는 평가다.

물론 스팅어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스포츠 세단치고는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가볍지 않은 무게는 코너가 타이트해지거나 좀 더 예리한 주행을 원할 때에는 다소 아쉽다. 강렬하고 주장이 강한 외모에 비하여 인테리어 디자인은 프리미엄 모델로서는(특히 후발 주자로서는) 다소 평이하고 너무 단정하지 않은가 하는 평가가 있다. 그리고 4기통 엔진은 좀 더 야무진 파워 밴드가 아쉽다.

출처 :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동급 경쟁자들보다는 차체가 크고 무겁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아쉬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스팅어의 뒤를 이어 출시된 제네시스 G70의 콤팩트한 차체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가 많다. G70의 인테리어가 더 고급스럽다고 비교한다.

하지만 스팅어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날렵한 막내 동생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기아 GT 브랜드의 맏형이기도 한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업으로서 갖추어야 할 넓은 실내 공간과 같은 실용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스팅어는 더 넓은 시장을 더 다양한 입장에서 대변해야 하는 균형감이 더욱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전기차와 미래차가 바로 눈앞인데 이제야 기름을 태우는 스포츠 모델이 무슨 말이냐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이어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시장에는 더 이상 새로운 도전자를 맞아들일 여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아는 이미 유럽에서 성공한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출 타이밍의 적기다. 원래부터 기아는 한 끗 다른 브랜드였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은 다 필요 없다. 스팅어는 가슴을 울리는 모델이다. 각박한 오늘 내 가슴에 시동을 걸어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스팅어는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그리고 필자처럼 가슴에 시동이, 그것도 모처럼 걸린 남자들이 필자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말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마지막으로 광고 이야기 하나만 더 하자. 2018년 NFL 슈퍼볼 광고다. 반지의 제왕의 ‘엘프’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인 스티븐 타일러는 노쇠한 록 스타다. 그가 미국의 타원형 오벌 서킷에서 스팅어를 탄다. 출발. 그러나 타이어를 태우며 뒤로 풀 스피드. 한 바퀴를 돈 그가 내린다. 그는 젊은 시절의 스타 스티븐 타일러로 변신했고 팬들은 다시금 그에게 열광한다.


이 광고의 카피는 다음과 같았다.


‘Fueld by youth’, ‘Feel something again’

스팅어와 함께 젊어지자. 잊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느끼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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