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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스팅어의 가성비, 들여다보면 놀랍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기아차 스팅어의 가격 경쟁력
k-plaza 작성일자2019.01.12. | 92,711  view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빠는 괴롭다. 자신의 기호를 만족하는 차 중 가족도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결국 가족과 함께 쓰는 차를 고를 때는 자신의 기호 따위는 저만치 밀어둔다. 대신 두루두루 쓰기 편한 차, 앞뒤 자리 어디든 공간이 넉넉하고 편의사양도 잘 갖춰진 차, 나와 아내 모두 ‘쓰레빠’처럼 만만하고 다루기 쉬운 차를 찾는다. 그러면서도 가격도 적당한. 국산 준중형 세단이나 SUV, 중형 세단이나 SUV가 연간 국내에서 팔리는 국산 신차의 43% 가량을 차지하는 배경이다(2017년 신차 등록 집계 기준). 준중형·중형 세단이나 SUV는 음, 우리네 일반적인 가정의 생활상에 더할 나위 없다. 운전하는 사람이 지루함만 느끼지 않는다면, 노후화에 다른 기능 고장으로 말썽만 부리지 않는다면 폐차 직전까지 큰 불만 없이 쓸 수 있다.

source : 기아자동차

하지만 운전할 때의 손맛, 조금 남다른 감각이 몸서리치게 그리워지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 혼자 마음껏 조종하며 탈 수 있는 두 번째 차를 들이거나, 아예 차를 바꾸는 것 말고는. 차 두 대를 거느리는 일은 여전히 심리적 저항이 있어 대개는 대체 가능한 다음 차를 찾아본다. 그리고 다행히 국내에는 ‘손맛이 있거나 감각이 남달라야 한다’는 부가조건을 만족하는 선택지가 제법 많다. 자연스럽게 국산 상위 모델(준대형 세단)을 눈여겨볼 수 있으며, 그에 준하는 가격대의 수입 중형 모델을 탐색해볼 수도 있다. 구입 예산으로 치면 3,000만원 초중반에서 4,000만원 중후반대 가량이겠다.

물론 이들 중 위의 두 가지 부가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차는 많지 않다. 예컨대 현대차 그랜저는 중형 세단보다 고급감은 앞서지만 운전 재미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일본 중형 세단의 경우 수입 모델의 ‘남다른’ 기분은 만끽할 수 있겠지만 국산 모델과 비교하면 안전 및 편의사양에서 크게 뒤처진다. 비슷한 가격대로 인피니티 Q30,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나 BMW 118d 등 콤팩트 클래스도 있지만 편의 및 안전사양은 물론 실내공간이 넉넉치 않아 손을 뻗기가 쉽지 않다. 보편적인 경험에서 특별한 경험의 세계로 넘어가는 일은 이렇게나 고민스럽다.

source : 기아자동차

실상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소시키는 차급은 이미 있다. 대중차와 고급차 사이를 잇는, ‘니어 럭셔리(near luxury)’라는 세그먼트가 바로 그것이다. 좁게는 유럽 콤팩트 스포츠세단 부류부터 넓게는 미국 승용차 시장을 겨냥한 준대형세단 부류까지가 여기에 속한다. 제품으로 보면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부터 현대 그랜저 IG나 토요타 아발론까지겠다. 물론 두 부류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운전 재미를 챙긴 부류는 공간이 협소하고(가격까지 비싸다), 공간이 여유로운 부류는 손맛이 떨어진다. 타협이 필요한 지점이다.

아니,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 두 부류의 속성을 고루 갖춘 차가 있어서다. 기아차 스팅어다. 스팅어는 세그먼트 관점에선 아우디 A5 스포트백, BMW 4시리즈 그란쿠페와 견줘볼 수 있는 프리미엄 콤팩트 4도어 쿠페다. 하지만 2,905mm에 이르는 넉넉한 휠베이스, 국내 제조사 생산물의 이점이 있는 가격과 사양 구성으로 내수 시장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쟁모델을 찾기 어려운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source : 기아자동차

여기에 2.0리터 터보 가솔린부터 2.2리터 터보 디젤, 3.3리터 트윈터보 V6 가솔린까지 엔진 라인업의 구성도 꽤 탄탄한 편이다. 최고출력 255마력을 내는 2.0T 모델과 최대토크 45.0kg·m를 지닌 2.2 디젤 모델은 시작가격이 각각 3,514만원, 3,730만원이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유럽 프리미엄 스포츠세단들의 시작가격이 4,000만원대 중반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하면 꽤 호소력 짙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가성비’로 말하는 가격 대비 성능은 3.3리터 트윈터보 엔진의 GT 모델로 올라가면 한층 도드라진다. 370마력, 52.0kg·m의 파워와 0→시속 100km 가속시간 4.9초의 순발력을 지녔는데, 이는 메르세데스 AMG C43 4매틱, 재규어 XE S 3.0SC AWD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준 고성능 모델에 가까운 성능이다. 이들 차의 가격은 7,000만원대 중반에서 8,000만원대 중후반까지 치솟는다. 반면 스팅어 GT의 가격은 5,000만원이 채 안 된다. 국산 중형세단 1대만큼의 금액 차이가 있는 셈이다.

source : 기아자동차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있을 뿐이라면 유럽에서 나고 자란 원조 스포츠세단들을 외면할 명분이 없다. 스팅어는 올해 발표한 유럽 ‘올해의 차(COTY)’에서 총 204점으로 최종 4위에 올랐는데, 평가단 중 한 명인 영국의 존 시미스터(John Simister) 기자는 이 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아차는 BMW 같은 역동성을 지녔지만 그보다 더 날카로운 스포츠 설룬을 만들어냈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 차엔 핫로드의 강렬함도 베어 있다. 생김새는 훌륭하고, (게걸스러운) 엔진은 매우 열정적이고 시종일관 힘껏 회전하고 싶어 한다.”

유럽 COTY 심사에 참여한 또 다른 유럽 기자의 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전자가 좋아할 만한 모든 걸 갖춘 차, 진정한 드라이버스 카, 합리적인 가격의 용감무쌍한 그란 쿠페…. 그들의 시승 코멘트 중 좋은 내용만 발췌했기 때문에 호평 일색인 듯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분명 있다. 여느 승용차와는 다른 운전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라는 사실 말이다.

source : 기아자동차

짐작하겠지만 유럽산 콤팩트 스포츠세단의 ‘합리적인 대안’은 스팅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한집안 내 경쟁모델, 제네시스 G70가 있다. 두 차는 현대차그룹의 뒷바퀴굴림 공용 플랫폼에서 빚어졌지만 차체 규격이나 추구하는 방향, 성격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제네시스 G70가 정통 스포츠세단 규격에 충실하다면 기아 스팅어는 4도어 쿠페라는 변칙 스타일로 조금 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단적인 예가 휠베이스 수치다. 스팅어가 2,905mm로 동급 세그먼트에서 가장 넉넉한 차체 기반을 챙긴 반면 G70는 재규어 XE와 같은 2,835mm로 비교적 타이트한 편이다. 이 같은 차이는 뒷좌석 공간의 크기에서 눈에 띄게 드러난다. G70 뒷자리는 어린 승객에게도 다소 갑갑하고, 스팅어 뒷자리는 성인 가족이 앉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G70가 오롯이 운전자에만 집중한 드라이버스 카라면 스팅어는 가족과 함께 타기에도 좋은 드라이버스 카에 가깝다.

source : 기아자동차

두 모델은 개발 방향만큼이나 판매가격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격 대비 가치 측면에선 확실히 스팅어의 매력이 크다. 시작가격은 스팅어가 3,514만원(2.0 터보 프라임 트림)인 데 반해 G70는 3,701만원(2.0T 어드밴스드)이다. 모든 사양을 얹은 최고사양의 가격도 스팅어가 5,272만원(3.3 터보 GT AWD)으로 5,709만원인 G70(3.3T 스포츠 프레스티지 H트랙)보다 437만원 저렴하다.

기본 트림은 가격이나 사양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G70 2.0T 어드밴스드 트림(3,701만원)은 풀 LED 헤드램프가 기본이지만 앞좌석 통풍 시트와 뒷좌석 열선 시트를 쓰려면 69만원짜리 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스팅어 2.0 터보 프라임 트림의 경우 앞좌석 통풍 기능은 기본인 반면 뒷좌석 열선과 풀 LED 헤드램프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각각 98만원인 옵션(컴포트, 스타일)을 얹어야 한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60만원(G70 3,770만원, 스팅어 3,710만원).

source : 기아자동차

하지만 최상급 트림으로 올라가면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스팅어 3.3 터보 GT(4,948만원)는 AWD와 선루프 외에 별도로 추가할 옵션이 없다. ADAS 패키지와 브렘보 브레이크,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HUD, 나파가죽과 블랙 스웨이드 내장재 등이 모두 기본 탑재돼 있다. G70 3.3T 프레스티지 트림(5,228만원)과 거의 같은 구성이다. 하지만 G70는 ADAS 패키지를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2라는 명칭으로 옵션 처리했다. 여기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와 전방 충돌방지 보조, 하이빔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스팅어 GT에 기본인 보조장비들이 포함된다. G70는 스팅어에 없는 12.3인치 3D 클러스터를 포함한 것 정도가 차별화 포인트이지만 가격 차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440만원에 육박한다.

그룹 내의 이란성 쌍둥이가 보이는 가격 격차는 럭셔리 브랜드의 입문용 모델과 대중 브랜드의 니어 럭셔리 모델이라는 시장 위치에서 비롯하는 것일 수 있다. 각각의 가격을 합당하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어쩌면 구매자가 어떤 포장지를 원하느냐에 달린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차가 내 운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더 어울릴지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스팅어 GT와 G70 3.3T는 뜻밖에도 주행질감에서 뚜렷하게 갈린다. 노면 굴곡을 좀더 솔직하게 전하고 생동감이 있는 쪽은 G70보다 스팅어다. 차분하고 매끄러운 감촉은 G70가 앞서지만 스포티하고 명료한 감각은 스팅어가 한 수 위다.

source : 기아자동차

주행 역동성의 결도 한 끗 다르다. 차체가 콤팩트한 제네시스는 간결한 움직임이 돋보이고,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긴 스팅어는 중력가속도로 더해진 무게를 바깥쪽 뒤 타이어로 느긋하게 넘겨가면서 생생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동작의 변화가 민첩한 G70와 달리 스팅어의 움직임 변화는 점진적이고 유기적으로 다가온다. 정교한 정통 스포츠세단보다 스포티한 그랜드 투어러(GT)에 가까운 성격이다. 자연스레 짧은 코너보다 곡률이 완만한 긴 코너를 돌아나갈 때 한층 더 맛깔스럽다. 힘이 실린 뒷바퀴로 부족한 선회 각도를 보충하는 ‘스로틀 스티어’도 스팅어가 더 자연스럽다. 운전을 좋아하는 아빠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드라이빙 경험도 스팅어 쪽이 더 진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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