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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형 피지컬' 스팅어가 입증한 국산차 디자인의 경쟁력

스팅어, 어떻게 국산차 취약 분야인 서구형 피지컬을 완성했나
k-plaza 작성일자2018.12.10. | 12,105  view
역동적인 차는 비율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스팅어는 낮은 루프라인과 긴 휠베이스, 빵빵한 뒤태 등 그동안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서구형 피지컬을 보여준다.

새로운 말 또는 전에 잘 쓰지 않던 말이 새롭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피지컬도 그중 하나다. ‘신체의’ 또는 ‘육체의’라는 뜻을 지닌 ‘피지컬(physical)’은 운동선수에게 주로 쓴다.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에게 ‘피지컬이 좋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e스포츠 분야에서도 시력이나 정확도, 손놀림 속도 등 게임을 할 때 필요한 신체 능력을 평가할 때 피지컬이라는 단어를 쓴다.


피지컬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다 보니 적용하는 범위도 넓어진다. 남자든 여자든 몸매가 좋은 사람을 보고 피지컬이 좋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우스갯소리로 몸매가 타고난 국가의 사람들을 동경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한국인은 체형 상 몸매가 좋을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간혹 우리나라 사람 중에 몸매 좋은 사람 이야기가 돌면,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피지컬이라며 찬사가 쏟아진다. 과거와 달리 서구식 식습관이 보편화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평균 신장도 커지고 서양인과 체형이 비슷한 사람이 예전보다 늘었다.

체형은 지역이나 인류학적 특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아주 오랜 세월 환경 변화에 의해 조금씩 달라지거나, 돌연변이로 확 바뀌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지역이나 브랜드에 따라 어떤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통이나 성격, 기술, 추구하는 방향 등에 따라 체형도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간혹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원래 하던 틀을 벗어나 어색해 보이기 일쑤다. 바퀴 네 개에 껍데기 얹어 달리는 기본 구성은 같은데 체형에 차이를 보이니 신기할 뿐이다.


오랜 모터스포츠 전통을 지니고 역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는 날렵한 차체를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실용적인 차 만들기에 앞장서 온 브랜드는 SUV나 왜건 등 박스형 차 만드는데 일가견을 보인다. 작은 차 만드는데 전념한 브랜드는 경차나 소형차를 아주 귀엽게 잘 그려낸다. 이런 브랜드들이 만든 적 없는 차를 내놓을 때는 한 번에 성공하는 일은 드물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살린 보기 좋은 차를 만들어낸다.

국산차가 많이 발전했지만 피지컬에서 밀리는 분야가 있다. 아예 만들지 않거나 많이 만들지 않는 차종이다. 컨버터블이나 정통 스포츠카는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해외에서 들여온 모델은 제외) 피지컬이 좋고 나쁨을 판단조차 할 수 없다. 왜건도 판매 차종이 워낙 적은 데다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예쁘게 뽑아내는데 서투르다.


세단을 변형한 쿠페나 쿠페형 세단도 주력은 아니지만 사정은 좀 다르다. 세단 천국에서 세단으로 쌓아 올린 노하우가 있다 보니, 쿠페로 변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요즘은 세단도 쿠페 스타일을 입히는 추세라 국산차도 점차 피지컬이 좋아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보면 K5가 패밀리 세단치고는 라인을 역동적으로 잘 뽑아냈다. 루프라인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라인을 뒤로 길게 빼서 쿠페 느낌을 살렸다.

이전에도 기아차는 라인업에서 역동성을 강조하는 시도를 종종 했다. 엘란은 로터스에서 가져온 차이니 빼놓자. 스펙트라 윙은 테라스 해치백 스타일로 기아차 스포츠 루킹카의 시작을 알렸다. 세단의 뒤를 살짝 변형한 차였지만 분위기는 세단과 사뭇 달랐다. 이후에 포르테 쿱, K3 쿱이 나오면서 역동적인 겉모습을 보여주는 차 계보를 이었다.


이 차들은 세단의 변형으로 피지컬에 근본적인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사실 국산차의 피지컬 변화를 체감하려면 서구형 체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양인의 체형은 키 크고, 다리 길고, 얼굴이 작다. 역동성을 중시하는 차라면 낮고 넓어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4도어 쿠페다. 쿠페의 멋과 세단의 실용성을 살렸는데, 세단보다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낮고 넓게 디자인한다.

급격한 피지컬 변화는 실내 공간 축소 등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대중성 높은 차는 함부로 시도하기 힘들다. 혼자 또는 둘이 타는 차로 앞쪽 공간에만 치중하니 대중성이 떨어진다. 이런 차를 수용하는 구매층이 넓지 않아서 대량 생산은 포기해야 한다. 요즘에는 디자인과 기술의 발달로 공간을 잘 뽑아내기 때문에 위험부담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트렌드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새로운 분야 차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과거에 위험 부담이 높아서 만들지 않던 차를 하나둘 선보인다. 4도어 쿠페는 나온 지 한참 지났어도 만드는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정규 세그먼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차종이 늘었다. 국산차는 뒤늦게 4도어 쿠페 대열에 합류했다. 기아 스팅어가 국산 4도어 쿠페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디자인 혁신 이후 역동적인 세단 디자인을 통해 쌓아 올린 내공과 스펙트라 시절부터 다듬은 실력을 끌어 모아 4도어 쿠페를 완성했다.

옆에서 보면 스팅어의 보기 좋은 비율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앞에서 뒤로 매끈하고 늘씬하게 뻗어나가고, 스포츠카처럼 롱노즈 숏데크 비율을 살렸다. C필러 라인은 거의 트렁크 리드 끝단까지 이어 패스트백 감성도 집어넣었다. 앞은 뾰족하고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쐐기형 스타일도 스포츠카를 닮은 부분이다(실제로 전면부는 옆에서 볼 때 평평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뾰족해 보이도록 처리했다). 이전까지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구형 피지컬이다. 빵빵한 뒤태 역시 피지컬이 남다른 부분이다.


기아차 세단과 비교하면 스팅어의 남다른 피지컬의 비결이 나온다. K5 세단은 길이가 4855mm, 폭은 1860mm, 높이는 1465mm다. 스팅어는 길이는 4830mm로 20mm 짧지만, 폭은 1870mm로 10mm 넓고 높이는 1400mm로 65mm나 낮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휠베이스다. 2905mm로 K5의 2805mm보다 10cm나 길다. 앞뒤 바퀴를 앞뒤로 더 벌려 좀 더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자세를 완성했다. 더불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해 4도어 쿠페의 불리한 요소인 공간에 대한 약점을 해소했다.

스팅어는 여러모로 국산차 시장을 개척하는 모델이다. 제대로 된 고성능차의 시작을 알렸고, 전 세계에 유행하지만 국산차는 시도하지 못하던 4도어 쿠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국산차의 취약 분야인 서구형 피지컬을 완성해 국산차 디자인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쳐다보던 서구형 피지컬을 국산차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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