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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뚝심, 독립에 성공한 K9의 반전 스토리

K9, 우여곡절 끝에 기아차 K 시리즈의 정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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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laza 작성일자2018.09.03. | 8,742 읽음
G80과 EQ900의 사이를 메우는 역할을 하던 K9이 독자성을 강화하며 독립했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반전 스토리가 펼쳐진다.

자동차에서 이야깃거리 좀 끌어내려면 일단 역사가 깊어야 한다. 적어도 5, 6세대 정도 아니면 20~30년 정도는 지난 차라야 이야깃거리가 쌓인다. 갓 태어난 차라면 나오자마자 이슈를 끌던가, 짧은 시간에 큰 반전을 이루면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기아 K9 1세대(KH)는 2012년 처음 나왔고 올해 2세대(RJ)가 선보였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2세대이니 아직도 신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달리 꺼낼 얘기가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흥미로운 반전 스토리를 보여준다. K9이 걸어온 길을 보면 유독 여러 속담이나 격언이 떠오른다. 속담은 시대와 세월을 초월한 지혜의 산물이다. 여러 속담이 연관됐다는 것은, K9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곡절을 겪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출처 : 기아자동차

K9 스토리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에서 시작한다. 이 속담은 결과를 미리 살피고 일을 시작하거나 또는 시간과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말이다. 경영 관점에서 본다면 사업영역을 명확히 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동차라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삼고 경쟁 구도를 어떻게 잡을지, 한마디로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K9은 기아차 기함이다. 기아차 내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키지만,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한 지붕 식구인 현대차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K9이 다리를 뻗은 자리는 G80과 EQ900 사이였다. 비는 라인업을 촘촘히 메워 구매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출처 : 기아자동차

시작은 좋았다. 판매 첫 달 1500대에서 시작해 다음 달 1700대를 넘겼고, 그다음 달 140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100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존재감이 옅어졌다. 신기하게도 구매자들 만족도는 높았고 매체 평도 좋았지만, 신차효과가 수그러든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외국 속담에 ‘첫인상이 마지막 인상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첫인상 또는 첫 인식이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자동차 바닥에서는 꽤 무서운 말이다. 한 번 부정적인 인식이 박히면 구매자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자동차는 개발 주기가 적어도 6, 7년이기 때문에 한 번 잘못되면 수습하기도 힘들다. K9은 좋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는 차라는 인식이 박혔다.

출처 : 기아자동차

1세대 K9이 뜨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은 모호한 포지션이었다. 원래는 아랫급과 윗급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맡았다. 현실은 EQ900과 G80 사이에 낀 차가 됐다. 기아차의 기함인 만큼 뒷좌석을 중시하는 차였지만, EQ900 비교하면 무엇인가 좀 아쉬움이 남았다. 뒷좌석을 중시하다 보니 G80 같은 운전자를 위한 차 특성도 옅었다. 이 부분은 차세대 K9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신형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EQ900과 G80 어느 쪽으로 붙느냐가 문제였다. 2세대 K9은 한 쪽을 따라 하기보다는 둘 사이를 지키는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 번 박힌 인식을 걷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1세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는 위험한 길을 택했다. 돌아가거나 피하기보다는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도다. ‘아무리 늦어도 고칠 수 있다.’ 2세대 K9에 적용할 수 있는 속담이다. 허물을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K9은 1세대 때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과감하게 고쳤다. 양쪽 모두에 어정쩡하게 걸친 차가 아니라 두 가지 특성을 확실하게 합친 차로 방향을 잡았다. 뒷좌석 전용차인 동시에 운전자의 차로도 손색없는 변화를 이뤘다.

출처 : 기아자동차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변화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온다. 우선 시야부터 탁 트였다. 센터페시아에서 도어트림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뷰를 완성해 시야를 넓혀서다. 운전자의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시트와 스티어링휠, HUD, 아웃사이드 미러 최적 위치를 추천하는 기능도 갖췄다. 운전석 시트와 스티어링휠 온도를 통합 자동 조절하는 운전석 자동 쾌적 제어 시스템, 풀 터치 12.3인치 내비게이션, 서버형 음성인식, 운전석 시트 조작 상태를 화면에 표시하는 시트 포지션 팝업, 휴대폰 SMS 연동 기능 등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기능과 장비를 도입했다. 센터페시아 부위에 손을 가까이하면 버튼 조명이 밝아지는 기능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 운전자가 대접받는 기분이 확실하게 든다.

여유로운 힘을 내는 3.8L와 5.0L 자연흡기 가솔린, 3.3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도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네바퀴굴림과 5가지 주행모드, 역동적인 소리를 완성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등 운전의 재미와 감성을 드높이는 장비도 운전자가 누리는 혜택이다.

출처 : 기아자동차

요즘 추세에 맞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도입했다. 후측방 모니터는 방향지시등 조작 시 해당 방향 영상이 계기판에 뜬다. 차로 유지 보조, 곡선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터널 위치를 파악해 창문을 닫고 공조장치를 외기로 전환하는 터널 연동 자동제어 시스템, 전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운전자가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능을 대폭 담았다. 큰 차는 손수 운전하기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뒷좌석보다 앞좌석에 앉고 싶은 마음이 앞설 정도다.

기아차는 역동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다. K9도 기함 급이지만 중후장대한 여타 기함과는 달리 젊고 역동적인 감성을 우선했다. 그런 차를 뒷좌석용으로 강조했으니 본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셈이다. 2세대 K9은 ‘너 자신을 알라’를 확실하게 실천한다. 내면에 숨어 있던 젊고 역동적인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효과는 확실해서 구매층에도 변화가 생겼다. 30~40대가 구매자의 45%에 이른다. 10에 1명은 30대다. 기함은 대부분 검은색이다. K9은 검은색 아닌 비율이 40%가 넘는다. 밝은 톤 비중도 꽤 높고 여성 구매자 비중도 상당하다.

출처 : 기아자동차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브랜드마다 감추고 싶은 모델이 있다. K9도 그중 하나였다. 1세대의 부진했던 모습을 거울삼아 미진한 부분을 보완했다. 시작은 좋다. 출시 월인 4월 1222대, 5월 1705대, 6월 1661대, 7월 1455대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한다. 외형 변화나 판매량, 소비자 인식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상 1세대 K9도 오너나 타본 사람들 평가는 좋았다. ‘고기는 씹어야 맛을 안다’, ‘사람은 겪어 보아야 알고, 물은 건너보아야 안다’는 속담처럼 K9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수한 상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도 직접 타보면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신형 K9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끌어낸 밑바탕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수입차 못지않은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과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수준 높은 최첨단 기술이 큰 몫을 했다. 경험자들의 좋은 평가가 미진한 부분에 가려 드러나지 않은 1세대와 달리, 신형은 있는 그대로 장점을 인정받았다.

출처 : 기아자동차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기아자동차 K시리즈는 K7에서 시작해 K5를 거쳐, K3로 이어졌다. K9은 마지막 단추였다. 앞에서 잘 끼워오다가 마지막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래도 마지막 단추인지라 다 풀고 다시 할 필요는 없었다. 2세대 K9이 마지막 단추까지 잘 끼운 모양새다. G80과 EQ900의 사이를 메우는 모델이 아니라, 당당한 독립 모델로 존재감이 높아졌다. 이제야 K 시리즈가 마지막 단추까지 잘 채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 기아자동차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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