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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자동차에서 데이트하기: 자동차 소확행

자동차에서 찾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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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exels

일주일의 피로를 날려주는 주말 데이트. 오늘은 뭘할까 날씨가 풀렸으니 한강에서 산책을 해볼까 고민하던 찰나, 불길하게도 하늘이 어둡다. '툭, 툭, 툭' 으아니, 이럴 수가. 이건 분명 빗방울이다. 일기예보에선 오늘 맑음이라 했는데. 한두 방울 떨어지다 말겠지 했지만, 결국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야 만다. 떨어지는 빗방울만큼 등줄기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비가 오면 실내 데이트로 계획을 급변경해야 하는데, 이걸 언제 다시 짜지? 기운이 쭉 빠진다.

비 내리는 날, 왜 하필 오늘인 거니?

금방이라도 하늘 위로 올라갈 것처럼 방방 들떠있었는데, 데이트를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침울했다. 무거워진 마음을 이끌고 약속 장소에 도착해 곰곰이 머리를 굴려본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준비해 온 데이트를 '차 안에서' 즐겨 보는 것. 빗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오는 자동차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해보는 것도 나름 낭만적일 것이다. 그래 결심했어! 오늘 하루, 차 안에서 놀아볼까? 


자동차에서 즐기는 데이트,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여자친구의 동의로 오늘은 차 안 데이트로 확정! 적당히 비도 맞으면서 번잡스럽지 않은 곳. 중간에 차를 빼줘야 할 필요도 없고 근처에 화장실이 있으며, 장시간 조용하게 머물 수 있는 한적한 곳을 택했다. 한강이나 공원이 적당할 듯하다. 멀리서 나타나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그 모습에 마냥 신이 나서 그녀를 향해 손짓한다. 어서와, 오늘만큼은 여기가 카페고 영화관이야!  

슬리퍼와 쿠션, 내 여친을 부탁해!

차문을 열자마자 놓여져 있는 아이템에 웃음이 빵 터진 여자친구. 그녀가 탈 조수석에는 갈아신을 슬리퍼와 편안한 쿠션이 준비되어 있다. 안하던 행동에 너 오늘 뭐 잘못한거 있냐며 구박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보인다. 작지만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행복. 이게 바로 소확행이지! 아, 왠지 오늘 데이트 예감이 좋다.

꼬숩한 커피 한 잔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 어느 카페 부럽지 않다

우리 데이트의 시작은 보통 커피. 오늘의 자동차 데이트도 커피부터 출발한다. 항상 이곳에서는 졸음을 쫓기 위해서 사약을 들이키듯 커피를 흡입했던게 전부였는데, 오늘 커피는 뭔가 특별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셔보는 커피, 열 카페 안부럽다. 호캉스가 유행이라더니, 차캉스 또한 매력적이다. 그래, 데이트가 별거냐. 같이 있고 행복하면 그게 데이트지. 항상 운전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했던 내 차가 이렇게 로맨틱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게 놀랍다. 나 또한 오랜만에 운전 압박을 내려놓고 이 순간을 만끽해본다. 

자연이 들려주는 ASMR과 만화책 읽기

스텝 투! 이번엔 책을 읽어보자. 책보다는 모니터가 익숙하고 독서 역시 스마트폰으로 하는 세상이라지만, 모름지기 독서는 찰랑찰랑 종이책을 넘겨가며 읽는 그 맛이 아닐까.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책과 요즘 안읽으면 간첩이라는 베스트 셀러 한 권을 준비해 여유롭게 독서에 몰두해본다.  왠지 여친 손에만 만화책이 들려있는 것이 얄밉지만 처음으로 둘이서 해보는 독서에 힐링이 뿜뿜. 만화카페처럼 제한 시간이 있지도, 사람들의 소음이 들리지도 않는 우리만의 북카페. 여친아, 근데 자는건 아니지?

질질 흘리면 뭐 어때, 이게 재미지!

간만에 텍스트에 집중을 좀 했더니 배가 빨리 꺼진다. 근처 빵집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테이블이 없어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캠핑과 글램핑이 호텔보다 불편해도 그 나름의 매력을 찾는 것 처럼, 이런 컨셉의 데이트에서는 그런 것 자체가 재미다. 배가 고픈지 커피 얼음까지 씹어먹고 있던 여자친구는 향긋한 샐러드 향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보인다. 배고프면 예민하다, 얼른 밥먹자.

요즘은 드라이브 쓰루 등 드라이브 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활용해서 밥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질질 흘려가며 허겁지겁 먹는 우리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열악한 맛에 하는 소확행, 오늘은 그냥 눈만 마주치면 웃긴다. 

자동차에서 음악 감상이란... 더럽..(THE LOVE)

배도 부른데 BGM 스타트! 사실 자동차는 음악감상에는 최적화되어 있다. 뽀송뽀송한 차 내부에서 빗소리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자면 괜히 듣던 노래도 있어보인다. 내 취향은 이런거야~ 하며 음악을 골라보기도, 평소에 공감했던 노래 가사가 담긴 음악도 틀어본다. 취향에 따라 고르긴 했지만, 귓가에 속삭이듯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단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배도 부르고, 비도 내려 노곤노곤하니, 쏟아지는 잠에 두 눈이 속수무책인 것은 당연지사. 이럴 때 자는 잠을 꿀잠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같다. 졸음을 꾹 참고 눈에는 눈물이 핑 돌던 찰나. 여자친구도 꾸벅꾸벅 졸더니, 의자를 아예 뒤로 젖혀버린다. 뒷자리에 있던 담요도 꺼내 덮어주고는, 나도 이내 잠이 들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원래 이런게 단잠이지!

차 안에서 즐기는 우리만의 자동차 극장

원래라면 한강 그늘막아래에서 감상하기로 했었던 태블릿PC로 보는 영화. 비록 한강도, 그늘막도 없지만 여기서도 제법 느낌이 난다. '야 이게 될까?' 하면서 해보는데 그럴싸해서 또 한번 웃음이 터진다. 여기에 영화관같은 느낌을 주기위해서 미리 사 두었던 팝콘과 음료 두 잔을 나란히 세팅하고, 의자도 편하게 맞춰 본다. 스크린이 작아 아쉽지만 단둘이 오붓하게 보는 영화라 그런지 나름 느낌있다. 게다가 극장에선 할 수 없는 것들도 가능하다. 탐과 썸머 중 누가 더 나쁜지 열띤 토론을 즐겨도 보고, 간간히 들려오는 영어 대사를 따라해보기도 하고, 화장실 가고 싶은 여자친구를 위해 일시 정지를 눌러줄 수도 있었다. 너 쫌 괜찮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제법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비도 그쳤다. 아쉽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여자친구도 이 데이트가 즐거웠는지 물어보니  나에게 엄지를 척 내민다. 갑자기 내린 덕분에 열악하지만 소소한 데이트를 즐긴 우리는 뭔가 평소 데이트보다 특별한 추억이 쌓인 것 같다. 오랜 시간 단 둘만있는 공간에서 우리가 직접 조성하고 만들어 본 데이트 코스! 소소하지만 확실했던 행복이었다. 

소소하게 일상에서 건져올린 작은 행복

집에 가는 여자친구에게 작은 꽃 한송이 내밀어본다. 그녀의 표정에서 오늘 데이트가 뭐였든 이거 하나로 나는 앞으로 몇 달 간의 까방권을 획득했음을 느꼈다. 비 때문에 우연히 즐기게 된 데이트였지만, 오히려 덕분에 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자동차에서 이렇게나 많은 데이트를 할 수 있을 줄이야. 어쩌면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리고 작은데서 발견할 수 있는건지도 모른다. 고단한 하루 끝에 내 방에서 마시는 맥주 한 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 거리에서 맡는 가을 냄새 등 거창하지 않아도 단단한 행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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