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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승부 펼치는, 스팅어는 여전히 목마르다

스팅어는 기아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k-plaza 작성일자2018.08.03. | 6,086  view
[시승기] 자동차사 남을 파격 등장 후 1년 스팅어, 무엇이 달라졌나

기아 스팅어는 데뷔 전부터, 데뷔 이후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 자동차역사상 최초의 패스트백 스타일의 퍼포먼스 스포츠세단'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국내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해외반응이 더 뜨거웠다. 다양한 수상내역이 이를 뒷받침한다. '2018 북미 올해의 차'를 비롯해 '2018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3대 디자인상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호평은 국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올해의 차'를 시작으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중앙일보> '올해의 차' 역시 스팅어 몫이었다.

1년 만에 다시 스팅어와 만났다. 각종 상을 휩쓸 만큼 대단한 모델일까? 북미 및 유럽으로 월 3천 대 이상 수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왜 뜨뜻미지근하게 바뀌었을까? 보는 눈이 다른 걸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찰나, 낮고 긴 차체, 그리고 덕분에 한눈에 보기에도 무게중심이 한층 낮은 스팅어가 나타났다.

스팅어는 디자인만으로도 사람들의 눈을 홀린다. 유려한 그린 루프라인이 우아하다. 날카롭게 그은 숄더라인과 캐릭터라인, 그리고 테일램프에서 나와 뒤쪽 펜더까지 이어지는 터치라인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전혀 없는 몸매다. 그런데 반전이 있는 몸매이기도 하다. 앞뒤 펜더, 트렁크리드 및 범퍼 등 곳곳에 근육이 살아있다.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끝낸 육상선수의 모습 그대로다. 강렬한 앞모습과 매끈한 뒷모습의 절묘한 밸런스는, 지성미 넘친 묵직한 인상도 전해준다. 그리고 빨간색 브렘보제 캘리퍼가 스팅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최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쓴 인테리어는 화려하면서도 깔끔하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크롬몰딩이 눈에 띄고, 송풍구 및 도어캐치 역시 크롬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인테리어의 또 다른 특징은 호기심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점. 우선 각종 버튼 및 다이얼을 보는 눈이 호강을 한다. 하나하나 꼼꼼히 눌러보게 되고, 만져보고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겠다. 이 수많은 버튼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을까? 어떤 것부터 눌러봐야 할지, 쉽게 조작할 수 있을지, 이해가 쉬울지 등등. 걱정할 필요 없다. 한 번 눌러보면 각종 정보가 시인성 좋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큼지막하게 뜬다. 지시에 따라 누르고 돌리면 된다.

실내외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마냥 겉멋만 부리는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는 순간, 또 다른 스팅어를 만나게 된다. 세미 버킷시트의 지지력이 뛰어나다. 좌우로 조여주고, 위아래로 받쳐준다. 그리고 단단하다. 앉으면 무게중심이 매우 낮다는 걸 느끼게 된다. 도로, 자동차, 그리고 드라이버가 한 몸이 된 기분이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0kg·m를 내는 V6 3,3리터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을 얹고 있다. 8단 자동기어를 통해 힘을 배분하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안정성을 확보해준다. 3.3 트윈터보 외에도 255마력, 36.0kg·m의 2.0 터보 GDI 엔진과 202마력 45.0kg·m를 내는 2.2리터 E-VGT 디젤엔진도 있다.

과연 370마력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을까? 시동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각종 조명과 엔진 및 배기사운드가 온몸을 자극한다. 스팅어는 가벼운 차가 아니다. 단단하고 진중하며 묵직하다. 더디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팅어의 0→시속 100km 가속은 4.9초. 상당한 가속력이지만, 가볍게 속도를 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함부로 날뛰거나 섣불리 달리지 않는다. 초반이든, 속도를 올린 이후든, 항상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기어를 여덟 단계로 촘촘히 나눠 쓰는 덕분에 변속충격도 거의 없다.

스팅어는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 빠르게 튀어나가야 하는 스프린터의 면모와 함께 지친 기색 한번 없이 꾸준히 항해하는 GT로서도 최고의 모습을 선사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지방도로 위를 달려내는 방식도 일품이다. 웬만한 요철은 '투투툭' 소리와 함께 눈 깜짝 할 사이에 통과해버린다. 커다란 19인치 바퀴를 단 GT로서 도로의 잡동사니들을 무시해버린다. 흐트러진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는다. 다그치기 시작하면 암팡진 자세로 모습을 가다듬는다. 그렇지 않아도 예리한 프런트 엔드가 땅에 닿을 듯 무게중심을 더욱 낮추며 스피드를 높인다. 사륜구동의 안정성을 기본으로 뒷바퀴굴림의 특성이다. 과격하게 달려도 위험하거나 오싹한 느낌은 전혀 없다.

달리기 성격도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에코/컴포트/스포츠/커스텀 모드 등 모두 다섯 가지. 스팅어는 성격을 순간적으로 바꾼다. 컴포드 모드에서 정속으로 주행하며 배기관을 통해 배출하는 심포니를 즐긴다면 스포츠는 세팅부터 달라진다. 스티어링이 무거워지면서 엔진가속은 더욱 활기차게 움직이며 서스펜션은 더욱 탄탄하게 바뀐다. 상하좌우에서 스팅어를 죄기 시작하면서 더욱 옹골차게 변하는 느낌이다. 엑셀페달을 밞음과 동시에 튀어나간다.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계속 달리라며 채찍질한다. 즉각적인 스티어링과 강성을 높인 섀시, 하체를 떠받치고 있는 커다란 바퀴가 하나가 되어 빼어난 핸들링 솜씨를 보여준다.

가속이면 가속, 항속이면 항속 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더 맘에 드는 건 스포츠카만큼 빠르고 냉철하지만, 스포츠카보다 훨씬 뛰어난 승차감이다. 직선에서나 고속코너에서나 흔들리지 않는 차체는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더해준다. 스팅어와 같이 하는 시간이 늘수록 진가들이 속속 드러난다. 자주 몰고 다닌 차를 운전하듯 편안하다. 다양한 주행정보를 입체감 있는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보며 시트에 몸을 파묻은 채 스티어링 휠을 조작한다.

안전 및 편의장비는 최고다.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본질에 충실한 안전기능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첨단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일곱 개의 에어백이 승객을 보호한다. 충돌 정도에 따라 에어백 팽창압력을 저앞팽창과 고압팽창으로 구분, 에어백 전개를 제어하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이다. 또 앞쪽에 단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서 위험상황을 감지,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전방충돌경고 및 전방충돌방지 보조기능, 후측방사각지대를 탐지하는 후측방충돌경고, 차로이탈경고 및 차로이탈방지 보조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스마트 크루즈 기능은 거의 반자율운전시스템까지 발전했다. 정차 및 재출발, 그리고 고속도로 안전구간 자동감속 기능을 포함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확인해볼 수 있다. 차 외부에 달린 네 개의 카메라가 주차공간과 주행공간을 모니터링해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 주행 중 버튼 조작만으로 후방 영상뷰를 확인할 수 있는 주행 중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 등, 스팅어는 다양한 첨단장비를 이용해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스팅어는 한국 자동차역사에서 처음 접하는 모델이다. 스팅어 등장은 파격 그 자체였다. 후륜구동(혹은 사륜구동)에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포츠세단, 여기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자동차. 지금까지 대한민국 자동차문화에는 없는 개념이었다. 익숙해질 시간이 없었고, 진가가 발휘되지 못한 이유였다.

스팅어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강력한 경쟁상대가 한 지붕 아래 형제라는 게 부담이 되고,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가 수두룩하다.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다. 그리고 힘들 수도 있는 건, 한국시장의 새로운 자동차문화 정립을 위해 적지 않은 편견과 맞서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일리시한 멋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 눈치 보지 않는 대범함을 갖추어야 한다. 즉, 스팅어 같은 모델이 계속 나와야 한다. 이런저런 상황 엿보며 중간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예전의 기아자동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한국자동차가 아니라는 말이다.

스팅어와 함께 기아자동차는 큰 명분을 만들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아자동차의 선구자적 마인드는 결실을 맺어야 하고 맺을 것이다. 그 디딤돌은 스팅어가 확실하고.

자동차 칼럼니스트 최윤섭(<오토엔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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