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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전기차 리딩 모델이 한국에서 나온다는 의미는

우리나라 전기차는 이미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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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laza 작성일자2018.07.25. | 3,487 읽음
출처 : 기아차 니로 EV

이제는 전기차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이전처럼 신기하지는 않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나오면 몇 일 만에 예약이 가득 차는 것도 이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지난해보다 전기차 구입 보조금이 줄었는데도 열기가 식기는커녕 이제는 당연히 밤 새 줄을 서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은 작다. 일단 숫자를 보자.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74만대의 국내 브랜드 판매 대수 가운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 전동화 자동차는 4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있는 수입차는 좀 낫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전체 14만대가 가운데 1만2천대 정도다. 당연히 순수 전기차(수소차 포함) 시장은 훨씬 더 작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 브랜드가 판매한 전기차는 약 1만1천대였고 수입 브랜드는 BMW i3 혼자 110대 정도를 팔았을 뿐이다. (수입차협회 비등록사인 테슬라는 제외한 수치)

출처 : BMW i3

이것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상반기 승용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스무 대에 한 대 꼴이었고 순수 전기차는 고작 100대에 한 대 꼴이었다. 그러니까 아직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조차도 주류라고 말하기가 이른데 하물며 순수 전기차는 여전히 차를 좀 안다는 사람들, 혹은 얼리어답터들의 영역이라는 소리다.

또 한 가지 사실은 하이브리드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으며 순수 전기차 시장은 국내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당분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렉서스와 토요타가 이끌어왔던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은 유럽 브랜드들이 실용적인 전기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더욱 실용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공략할 예정이다. 연료 소모가 많은 대형 승용차와 SUV가 강한 그들에게는 곧바로 투입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 쉐보레 볼트 EV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들이 책임져야 할 국내 순수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될까? 일단 해외에서 생산되지만 국내 브랜드가 판매하는 쉐보레 볼트 EV가 상반기 시장을 잘 이끌어주었다. 볼트 EV는 수입 모델이지만 핵심 부품들이 국내 회사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냥 수입차라고 부르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리고 기존의 강자인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꾸준한 판매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시 기대작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출고되기 시작할 두 모델, 즉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 일렉트릭이다. 두 모델 모두 64 kWh의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와 150 kW(204마력) 모터를 사용하는 이른바 2세대 전기차다. 코나 일렉트릭은 21일만에 1만8천대, 그리고 니로 EV는 단 27시간만에 5천대의 예약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2세대' 전기차라고 부르는 것일까? 1세대 전기차가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었다면 2세대 전기차는 그 한계들의 대부분을 극복했다는 차이가 있다. 1세대 전기차의 가장 큰 제약은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초기 모델은 100km 전후였고 개량형도 200km를 넘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저장 밀도가 낮은 배터리 팩은 부피가 커서 실내 및 트렁크 공간을 희생시켰고 무게도 많이 나갔다. 또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어서 동력 성능에도 한계가 있었다. 테슬라 모델 S나 X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들은 엄청나게 큰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자원을 아낌없이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격 역시 프리미엄 시장의 영역이므로 시장 공략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출처 : 닛산 리프 2세대

2세대 전기차들은 1세대의 제약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워졌다. 1세대 전기차들의 단점과 한계를 고민한 2세대 전기차들은 거의 비슷한 스펙을 갖는다. 1세대 모델이 전 세계에서 3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전기차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닛산 리프는 2세대에서도 110kW (150마력) 모터와 40kW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측정 기준에 따라 대체로 300km 전후의 준수한 주행 거리를 보여주는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스펙을 보여준다. 단 동력 성능 역시 11초 전후의 제로백과 150km/h 이하의 최고 속도 등 실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타협을 한다. 이와 반대쪽 극단에 있는 모델이 테슬라 모델 3다. 듀얼 모터 고성능 모델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미 공개된 모델도 192kW(261마력) 모터와 50~70kWh 배터리로 이미 5초대 제로백 성능과 시속 200 km를 넘는 고성능을 보여준다.

출처 :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우리나라의 2세대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는 150kW(204마력) 모터와 39.2~64 kW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즉, 스펙 기준으로 2세대 전기차의 평균에 가깝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가장 엄격한 우리나라의 기준으로도 240~380 km의 긴 주행 거리를 보여주면서도 8초 이하의 제로백 등 준수한 동력 성능을 보여준다. 고속 충전 성능에서도 100kW 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닛산 리프의 50kW와 테슬라 슈퍼챠저의 120~145kW 사이이면서도 세계 공통 규격이라는 강점을 갖는다. 즉, 니로 EV와 코나 일렉트릭은 2세대 전기차의 중심점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전략적 모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왜 2세대 전기차들은 주행 거리 300km에 집중한 것일까? 첫 번째 답은 간단하다. 주행 거리 100km 남짓의 1세대 모델들은 도시형 교통수단을 벗어날 수 없었다. 즉, 차를 하나 더 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300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장거리도 가능하다. 특히 미국처럼 도시간 거리가 멀고 장거리 출퇴근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시장 확대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답은 편리함이다. 300km의 주행거리는 하루 왕복 출퇴근 거리가 40~50km 이하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충전해도 된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주거 중심인 경우는 집에서 충전하기가 어려우므로 외부의 급속 충전소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 번만 충전한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 된다. 니로 EV나 코나 일렉트릭처럼 380~390km로 좀 더 여유가 있는 모델이라면 한겨울이나 한여름처럼 배터리에게 가혹한 계절에도 무리 없이 '1주일 1회 충전'이 가능하다.

출처 : 기아차 니로 EV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친환경차 강국이었다. 그리고 아이오닉과 니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델이다. 이들은 하이브리드 – PHEV – 순수전기차를 모두 제공하면서도 해치백과 크로스오버 SUV라는 다양한 장르로 변신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제공한다. 즉 친환경차로서의 효율성과 시장 적응력을 동시에 갖춘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점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는 이미 유럽과 북미 모두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기차에 대해서는 두 모델의 접근은 달랐다. 미국 박스카 시장에서 닛산 큐브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쏘울의 전기차 버전인 쏘울 EV를 갖고 있었던 기아차에 비하여 현대차는 이렇다 할 전기차가 없었다. 따라서 친환경 플랫폼인 아이오닉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리고 2세대 전기차는 최근 뜨거운 시장인 소형 SUV인 코나 일렉트릭으로 진입하는 작전이었다.

출처 : 기아차 쏘울 EV

이에 비하여 쏘울 EV와 니로 하이브리드로 '대세 장르 +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성공적 공식을 확립한 기아차는 위의 두 성공 사례를 융합하여 2세대 전기차인 니로 EV로 나아간다.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성공 확률이 높은 접근이다. 또한 SUV의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고객들은 SUV를 한층 더 많이 원하는데 승용차보다 크고 무거운 SUV는 동시에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 물질을 더 배출할 수밖에 없다. 천만 다행인 것은 차체 구석구석에 공간이 많은 SUV는 배터리 팩을 넣고 다양한 전동화 장비를 수납하는 패키징에 유리하다. 따라서 전동화 SUV는 필요하기도 하고 적절한 비용으로 만들기에도 쉽다. 이런 필승 공식을 따른 것이 니로 EV다.

우리나라는 미래차에 필요한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래차 선도 국가다. 전기, 배터리, IT 등 미래차의 핵심 기술과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의 2세대 전기차 시장을 리드할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자동차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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