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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누구도 카니발의 독주를 막을 수 없는 걸까

미니밴 스토리에 빠지지 않는 주인공, 기아차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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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가 이렇게 오랫동안 독주하기도 쉽지 않다. 기아차 카니발은 국산 미니밴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미니밴 시장 95%를 차지하는 미니밴의 대명사다.

출처기아차 카니발

자동차 중에 가장 흥미로운 차종은 무엇일까? 강력한 슈퍼카나 값비싼 럭셔리카는 당연히 얽히고설킨 얘기들이 많다. 이런 특별한 차종 말고 보통 차 중에 흥미로운 차를 꼽으라면 미니밴이 아닌가 싶다. 일반 승용차보다 좀 더 길고 사람 몇 명 더 타는 차라는 점 외에 달리 내세울 부분이 있을까? 잘 나서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 의외로 놀 때는 화끈한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차종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먼저 꺼낼 이야기는 미니밴의 생명력이다. 미니밴은 생명력이 끈질긴 차다. 지구가 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는데, 미니밴도 이 세상에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끝까지 갈 차다(미니밴이 바퀴벌레처럼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라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이렇게 오래 가는 이유는 미니밴의 고유한 콘셉트 때문이다. 여러 명이 타는 차는 지구상에 필요하다. 미니밴은 보통 6~11명이 탈 수 있다. 여럿이 타기에 미니밴보다 좋은 차는 없다. 설사 지구상 인구가 전부 1인 가구가 되더라도, 가족 아닌 사람들 여럿이 모여 탈 일은 반드시 생긴다. 열 명이 차 열 대를 끌고 가기보다는 미니밴 한 대로 가는 게 더 좋다는 사실에는 반대표를 던지기 힘들다. 그만큼 미니밴은 합리적인 차다.

출처기아차 카니발

편한 3열도 미니밴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SUV가 발달하면서 미니밴의 위상도 많이 흔들렸다. 특히 3열을 갖춘 7인승 SUV가 나오면서 미니밴 시장도 끝난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미니밴은 7인승 SUV의 공세를 끄떡없이 견뎌냈다. SUV의 3열은 차 크기가 어지간히 크지 않고는 편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체구 작은 사람이나 어린이가 임시로 잠깐 탈 용도를 넘기 힘들다. 미니밴의 3열은 다르다. 어른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SUV가 미니밴 같은 편안한 3열을 갖춘다면, 그 차는 더는 SUV가 아니다. 뒤를 그렇게 늘이면 미니밴에 가까운 차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럿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차의 끝판왕은 미니밴으로 귀결된다.

출처기아차 카니발

이 세상에 휴가(또는 여가)가 존재하는 한 미니밴은 사라질 수 없다. 온 가족이 짐을 가득 싣고 장거리를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여유로운 차는 무엇일까? SUV 아니면 미니밴인데, 인원을 더 많이 태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니밴을 고를 수밖에 없다.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와서 밖으로 놀러 다니지 못하는 때가 오기 전까지는, 휴가철이나 여행 갈 때 미니밴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미니밴은 여가와 야외활동의 동반자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출처기아차 카니발

이제 생존 이유에서 화제를 돌려서 미니밴에 얽힌 소소한 재미난 이야기를 살펴보겠다.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은 참 독특하다. 우선 차종이 적다. 국산 미니밴은 딱 두 종류다. 국산차 5개 업체 중 딱 두 곳만 만든다. 주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극소수만 찾는 비주류도 아닌데 자동차업체들이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차 한 대 개발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업체마다 사정이 있을 테니 왜 안 만드냐고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러 미니밴 중에 고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아쉬울 뿐.

출처기아차 카니발

수입차와 국산차가 명확히 구분되는 점도 특이하다. 수입차 특성상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 동급 국산차와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국내 미니밴 시장은 다른 이유로 수입차와 국산차가 나뉜다. 수입 미니밴은 가솔린 엔진만 있고 7인승이다. 국산 미니밴은 7~11인승으로 인원 구성 폭이 넓고 디젤 엔진을 얹는다(일부 가솔린도 있다). 차 가격이나 승차 인원, 연비를 따졌을 때 국산 미니밴이 아주 유리하다. 국산 미니밴이 독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기아자동차 카니발의 독주다. 쌍용자동차가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놓기는 하지만 판매량 차이가 크다. 카니발은 2017년 국내에서 6만8386대가 팔렸다. 국산차 판매 순위 7위다. 미니밴으로 이런 성적이면 꽤 놀라운 성과다. 올해 6월까지 판매량도 3만7362대로 상위권을 달린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더 팔릴 가능성이 크다. 카니발이 국산 미니밴 시장의 95% 정도를 차지한다. 카니발의 독주는 최근 몇 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시장을 지배했다.

출처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

이쯤 되면 카니발이 왜 잘 팔리는지 따져봐야 한다. 일단 경쟁차가 없다. 수입차는 앞서 말한 대로 특성 자체가 달라서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나온 지 오래돼 경쟁력이 떨어진다. 쉐보레 올란도나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 등도 미니밴 범주로 넣지만, 이들은 카니발보다 크기가 작아서 같은 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카니발은 대한민국 최초 미니밴 타이틀을 내걸고 1998년 처음 나왔다. 20년 동안 3세대로 이어지며 국산 미니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미니밴을 사려는 사람들이라면 카니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역동적인 감각도 매력을 끄는 요소다. 3세대 카니발은 은근히 역동적인 기운을 풍긴다. 기다란 미니밴 차체를 날렵하고 매끈하게 다듬었고, 기아차 정체성을 살려 무난한 가족차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미니밴 주 고객은 아이를 둔 가장이다. 스포티한 차를 타고 싶은 욕구를 마음 한편에 간직한 계층이다. 그런 욕구를 미니밴으로라도 해소하고 싶어 한다. 카니발의 역동적인 감성은 젊은 가장들의 욕구를 잘 채워준다. 젊은 아빠들의 로망으로 통한다.

출처기아차 카니발

넓은 공간, 다인승 구조, 효율성 좋은 디젤, 풍부한 편의장비 등. 카니발은 미니밴 또는 자동차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해서 만족도가 높다.

미니밴 시장은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한다. 고급감을 더하고 공간 활용성을 더한 리무진, 캠핑에 최적화된 차, 연예인들이 즐겨 타는 차 등등.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도 관심을 끈다. 혹시라도 국산 미니밴이 새로 나온다면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대표 모델 카니발이 세대교체를 하면 어떻게 변할지 등등.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간에 카니발은 빠지지 않는다. '카니발=미니밴'이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evo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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