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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벤츠 E클래스·제네시스 G80과 경쟁할 준비됐나

[시승기] K9 퀀텀, 대형 세단 시장에 필요한 균형을 갖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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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laza 작성일자2018.05.03. | 4,662 읽음

자동차를 포함한 프리미엄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0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겪으며 주춤하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명품으로 대표되는 제품들의 판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나 자동차가 그렇다. 최근 몇 년 동안 판매가 크게 증가한 독일 3사는 물론이고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뛰어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이다. 기아자동차는 여기에 플래그십 모델인 2세대 K9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벤츠 E 클래스 등의 수입 프리미엄 중대형 세단들과 제네시스 G80 등이 포함된다. 이런 차를 사는 사람들은 40대 중반 이상의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직접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물론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한마디로 기성세대 중에서도 열려있는 사람들이다. 보수적이기 보다는 조금은 진보적으로 기사를 두고 타는 경우와 함께 직접 운전하는 비율도 매우 높은, 그래서 앞뒤 좌석 모두를 고민해야하는 복합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K9의 사전 계약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나이 40~50대가 전체 계약자의 70%를 넘는데 이들이 선택한 옵션에서 특성이 잘 나타난다. 오너드라이버에게 중요한 나파 가죽 시트와 앰비언트 라이트, 가죽 내장재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컬렉션의 선택 비율이 55%를 넘는 것은 물론 2열 냉방 통풍 시트, 화장 거울과 3존 에어컨 등 뒷좌석 승객에게 필요한 옵션을 모아놓은 VIP 시트 패키지의 선택도 역시 50%가 넘는다.

특히 실내 컬러 선택에서 다크 브라운과 베이지 투톤 등 좀 더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고른 사람이 50%에 이른다는 점도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가 중요한, K9이 추구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결국 다른 구매동기를 가진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차를 만들어야 하는, 교집합의 영역을 찾는 매우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은 외관 디자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 대형 세단임에도 실물이 눈앞에 있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옆에서 봤을 때 차체 길이에 어울리는 3105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균형이 잘 잡혔다. 보닛과 윈드실드를 직선으로 잇는 라인과 짧은 트렁크 데크 디자인이 이런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둥근 형태 안에 두 개의 캐릭터 라인이 들어간 듀플렉스 램프는 앞뒤 통일감을 주고 적당히 사용한 메탈릭 라인으로 고급스러움을 잊지 않았다.

실내에, 특히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넓은 시야다. 반듯한 사각형의 전면 유리는 물론이고 작아진 사이드미러 등으로 눈이 시원하다. 얇아진 사이드미러, 넓어진 옆 유리와 함께 플로팅 타입 12.3인치 모니터로 바뀐 센터페시아도 이런 시야 확보에 한 몫 한다. 전체적인 대시보드를 2단으로 구성하면서 앞부분이 많이 낮아져 앞을 막는 듯 했던 답답함이 확 줄었다. 게다가 도어에서 이어지는 리얼 우드 패널 덕분에 앞좌석 전체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운전대 너머에도 12.3인치의 풀 TFT LCD 계기판을 달아 최근의 고급화 추세를 잘 반영했다.

실내에 감성을 더하는 부분은 또 있다. 스위스 모리스 라크로와 회사와 함께 개발한 시계라 등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의 힘을 더한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자동차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더라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행 성능이 그리 중요한 구매 동기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차를 구입한 사용자의 실질적인 만족도가 크게 올라간다. 그래서 모양이 잘 잡힌 퀼팅 나파 가죽 시트나 리얼 우드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컬렉션의 선택 비율도 올라가는 것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넓어진 시야는 사실 뒷자리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시승차는 V8 5.0L 타우 엔진이 올라간 퀀텀 모델인데,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의 버튼 조작 하나로 앞 승객석을 전체적으로 앞으로 미는 것은 물론 등받이를 앞으로 넘기면서 아래로 내려준다. 이 상태에서 흔히 상석으로 불리는 뒷좌석 오른쪽에 앉으면 말 그대로 탁 트인 시야가 확실히 더 눈에 들어온다. 특히 2열 전동 시트는 헤드레스트와 등받이는 물론 어깨 부분까지 앞으로 15도 정도 조절이 가능해 가장 편한 자세로 쉴 수 있다.

봄비치고는 꽤 많이 쏟아지던 날, 서울 강남을 빠져나가는 길은 복잡했다. 시내 주행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니 도움이 되는 기능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후측방 모니터였다. 사이드 미러 바깥쪽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계기판에 직접 보여주는 기술인데, 사이드미러와 비교할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시야가 넓다. 덕분에 창과 미러에 묻은 물방울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모터사이클을 발견하고 안전하게 우회전할 수 있었다. 일행을 내려주기 위해 잠깐 정차했을 때도 레이더를 이용해 먼거리에서 가까워지는 차를 감지해 경고해주는 안전 하차 보조도 실제 생활에서 잘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생각보다 놀란 것은 달리는 중에 차에서 받는 느낌이다. 실제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가 연속되는 국도를 달릴 때 대형차임에도 예상보다 차가 작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오르막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돌리며 가속할 때, 전체적으로 반응이 빠른 것은 물론이고 차 앞머리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이 새로웠다. 재규어 XJ나 BMW 7시리즈, 아우디 A8처럼 오너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 세단에서 느꼈던 움직임이다.

앞뒤 동력 배분에 적극적인 AWD와 좌우 감쇠력을 별도로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조합과 함께 2세대로 발전한 섀시가 만드는 달리기 성능이다. 최대 토크가 고회전에서 나오는 특성을 가진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으로 넉넉하게 가속하지만 한편으로 낮은 영역에서 거의 비슷한 최대 토크를 뿜는 3.3T 엔진을 얹은 모델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스터즈 모델들은 좀 더 두툼한 토크로 즉각적인 가속감을 줄 테니 오너드라이버로써의 재미가 더 클 것이다.

또 다른 운전자 보조 기능에는 처음으로 곡선 구간 자동 감속 기능이 적용된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가 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차로 유지 보조(Lane Following Assist)다. 과거 차선 이탈 보조(Lane Keeping Assiat)가 좌우 차선 기준 안쪽 30cm 범위에 들어갔을 때 제어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차로 유지 보조는 중앙 30cm 부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을 돌린다. 때문에 운전대를 돌리는 힘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외부의 힘이 개입해 운전자의 의지와 부딪치는 이질감이 적어 훨씬 자연스럽다. 또 비가 와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앞 차를 따라가거나 혹은 가상의 차선을 긋고 차를 똑바르게 달리도록 유지하는 기능이 있어 똑똑해졌다.

특히 과거 고속도로 주행보조와 달리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작동하는데, 도심 외곽에 살면서 중심부로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역시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와 연동해 터널 직전 창문을 닫고 공조장치를 내기 순환으로 바꿔주는 것 등은 정밀한 지도 정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도로 정보만을 가진 지도를 사용하는 수입차에서는 당분간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기도 하다.

K9을 타면서, 혹은 둘러보면서 가장 좋았던 느낌은 세심함이었다. 연료 주입구 안쪽에 철판이 보이지 않도록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 일이나 장거리 운전은 물론 수행 비서 역할을 해주는 프리미엄 쇼퍼 서비스 등은 꼼꼼하게 목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배려다. K9이 보여준 결과는 분명하다. 오너 드리븐과 쇼퍼 드리븐의 사이에서, 또 대형과 초대형 세단 사이에서의 균형이다. 신형은 그 미묘한 공간의 틈을 잘 분석하고 차의 곳곳에 반영했다. K9는 분명 지금 준대형 차를 타는 고객들이 대형차로 올라갈 때 좋은 선택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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