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보다 더하다고? 이거 보고 PTSD 왔어요
고졸 사원의 대기업 분투기를 그린 tvN 드라마 ‘미생’의 중소기업 버전이라는 이 웹드라마를 아시나요? 웹드라마 ‘좋소좋소좋소기업(좋좋소)’입니다.
유튜브와 왓챠를 통해 공개된 이 드라마는 중소기업을 낮잡아 부르는 'X소'와 비슷한 발음에서 유추할 수 있듯 쉽지 않은 중소기업 생활이 그 주제입니다.
돈 안 들이고 사무실을 지키기 위해 사무실에 개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고, 명절에는 거래처에서 들어온 선물들을 명절선물이라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등 황당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기가막힌 에피소드들의 향연에 화답하듯 조회수는 1화 면접편 230만회를 포함해 현재까지 공개된 15화까지 총 2000만회를 넘었습니다. 단 한 편도 100만회 밑을 기록한 콘텐츠가 없을 정도로 모든 콘텐츠가 인기입니다.
댓글을 보면 “영상보고 (내가 겪은 일들이 생각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왔다”, “현실보다는 순한 맛이다”, “우리 회사 이야기가 그대로 나온다. 거의 우리 회사 CCTV 수준”, “우리 사장도 사무실에 개를 데려와서 맡겼다” 등등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인프라와 매뉴얼, 인력이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현실적이고 코믹하게 그려낸 좋좋소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만큼 중소기업의 현실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력과 직결되는 근로자의 연봉은 중소기업의 경우 희망연봉보다 500만원 가량 낮았습니다. 중소기업에 4~10년간 재직한 직원(3548만원)의 연봉은 대기업 신입 직원(평균 3347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192개사의 인사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인력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응답자의 91%는 인력충원이 절실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같은 달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가 대기업 직원보다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용 불안, 임금 감소 우려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지 못해 감염 우려가 큰 점 등이 중소기업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중소기업을 낮잡아 부르는 ‘X소’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것이겠지요. 하지만 좋좋소의 기획 취지는 중소기업 조롱이 아닙니다. 일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공유하고, 이것이 문제란 점을 짚어 함께 조금 더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 주된 메시지입니다. 사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마냥 미워하고, 욕할 수 만은 없게끔 그려진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이 콘텐츠의 첫 출발 역시 진지하고 어둡기보다는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여행 유튜버로 유명한 ‘빠니보틀’이 이 드라마에 정 이사역으로 출연하는 친구 정정우 등과 함께 “뭐 좀 재밌는 거 없을까” 고민하다 만든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