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시작한 탈모 고민..지금은 가발로 월 2000만원 벌어요"

조회수 2021. 5. 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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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때부터 탈모 고민하던 이 사람, 가발 사업으로 월 매출 2000만원

20살 때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이마가 점점 훤해지더니 군 제대 후에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는 게 우울했다. 모임 자리도 피했다. 결국 학교를 휴학하고 1년여간 은둔 생활을 했다. 탈모약, 탈모 샴푸 등도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가 25살이었다. 유명 대기업 가발부터 이름난 가게의 가발까지 안 써본 게 없었다. 하지만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으로 매번 실망만 했다. 15년간 가발을 쓰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좋은 가발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가발 하나로 월 매출 2000만원을 올리는 맞춤 가발 전문업체 커스텀위그 주진일(44)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jobsN
맞춤 가발 전문업체 커스텀위그 주진일 대표.

주진일 대표는 원래 미술학도였다. 대학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한 후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그런 그에게 커다란 고민이 있었다. 탈모였다. 20살 때부터 이마가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했다. 군 제대 이후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더니 금세 정수리까지 탈모가 생겼다.


“젊을 때부터 탈모로 고민이 컸어요. 머리카락이 점점 빠졌어요. 군 생활을 할 땐 머리카락이 짧아서 티가 많이 나진 않았어요. 제대 후 머리카락을 길러보니 전과 달랐습니다. 머리카락이 그렇게 빨리 빠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M자 탈모로 시작해서 나중엔 정수리까지 빠졌어요.”


탈모 샴푸, 탈모약 등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런데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25살 때부터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


“제대 후 복학해 학교 생활을 하는데 탈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결국 휴학을 했습니다. 탈모샴푸, 탈모약 등도 소용 없었죠. 처음엔 병원에서 권하는 탈모약을 먹었어요.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6개월 정도 먹으니 몸에 문제가 생겼어요. 탈모약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라서 부작용이 있었어요. 약을 끊자마자 머리카락이 또 빠지더라고요. 1년 정도 은둔 생활을 했어요. 너무 우울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싫어서 친구들 모임 자리도 피했어요.


더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가발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25살 때였습니다. 처음엔 유명 대기업 제품을 찾았어요. 대기업에서 만들었다고 하니 가장 좋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인조모와 인모를 적절하게 섞어 자연스럽게 연출한다고 했지만 인조모가 섞이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발이 실제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감안하고 봐도 너무 부자연스러웠죠. 각종 광고로 가발에 대한 기대치만 높여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용 부담도 컸습니다. 가발 하나에 100만원이 넘었어요. 대학생 시절 한 달 꼬박 아르바이트해도 살 수 없었습니다.

출처: 커스텀위그 제공
고객 전후 사진.

그때부터 직접 가발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발 제작하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가발 도매업체를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가발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모질을 섞어야 가장 자연스러운지, 얼마만큼의 모량을 어떻게 조합해야 좋을지 고민했어요.


이후 몰드 제작(본뜨기)을 직접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가발 샵에서 어깨너머로 본 걸 따라 했습니다. 두피 사이즈를 재서 몰드를 만들었어요. 두상 골격, 탈모 범위에 의해 몰드 모양이 달라집니다. 이후 모량, 모색 등을 정해서 가발을 만들었어요. 공장에서 가발이 나오면 기존에 있던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게끔 직접 자르고 스타일링을 했습니다.


가발을 전문적으로 손질하기 위해 미용학원에 다니면서 미용을 배웠어요. 또 미용사인 친한 동생에게 직접 배우기도 했습니다. 가발 커트의 경우 실제 머리카락의 미용 커트와 달라요. 남아있는 머리카락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가발을 직접 쓰고 스타일을 연구했어요. 가발이어도 스타일링을 잘 하다 보니 훨씬 멋있고 자연스러웠어요. 다양한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의 헤어스타일을 가발에 적용하기도 했어요. 가발 제작이 재미 있었습니다.”


15여 년간 가발을 써온 주 대표는 탈모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가발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고객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가발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2016년 ‘커스텀위그’를 창업했다.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맞춤 가발을 비롯해 전체 가발, 부분 가발, 항암 가발 등을 제작·판매 중이다.


“탈모인을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곳이 많아요. 진심으로 고민을 들어주기보다는 힘든 마음을 자극해 돈 벌려는 곳이 많죠. 가발을 맞추라는 얘기만 하고 탈모 관련 제품을 권하기만 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탈모인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 가발을 직접 만들고 스타일링을 하면서 연구했어요. 인조모는 티가 많이 나서 100% 인모를 쓰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모질입니다. 찰랑거리고 윤기 나는 좋은 모질을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인모의 경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어렵습니다. 좋은 모질을 공수하는 업체를 찾기 위해 3년간 수소문해 직접 테스트했습니다. 직접 써봤을 때 만족할 만한 퀄리티가 나와야 손님에게 권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커스텀위그 제공
가발로 여러 스타일링을 한 주진일 대표.

-가발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상담을 합니다. 탈모로 인해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지 이야기를 들어요. 또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이후 몰드 제작(본뜨기)을 합니다. 몰드를 제작 공장으로 보내 가발 제작을 시작합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려요. 이후 가발이 나오면 고객에게 맞게 직접 커트를 하고 스타일링을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파마도 가능합니다. 처음 오는 고객의 경우 본인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잘 몰라요. 몇 가지 스타일을 연출해주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줍니다. 모질이 상할 수 있어 밝은색의 염색은 권하지 않아요.”


-타 업체와 차별점은요.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어요. 다른 업체의 경우 가발을 한 번 맞추는 데에 100만~150만원 정도 들어요. 마진을 줄이더라도 가격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보통 남성 부분가발은 55만~75만원 정도입니다.


또 가발은 수명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가발의 머리카락이 빠져요. 또 머릿결도 나빠집니다. 보통 1년마다 바꿔야 해요. 가발 수명을 더 늘리고 싶었습니다. 모질과 모량에 더 신경을 써서 1년 6개월에서 2년까지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처음 제작할 때부터 모량을 더 많이 넣고 있어요. 너무 많이 넣으면 가발 티가 나서 연출하기 편한 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 커스텀위그 블로그 캡처
가발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발을 쓰고 번지점프를 한 주 대표.
출처: 채널A 방송 캡처
방송에 출연한 주 대표.

-매출이 궁금합니다.


“월 매출은 2000만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30명 정도 찾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분도 많이 찾으세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옵니다. 가발 세척, 드라이, 스타일 변경 등을 위해 찾으시는 분도 계세요. 창업 초기엔 한 달간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가 있었어요. 블로그에 직접 가발을 착용한 사진, 고객 후기 등을 꾸준히 올렸어요.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점점 늘었습니다. 재구매하는 분도 많아요. 서울,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세요.”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고객이 만족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너무 좋다’ ‘가족들도 좋아한다’ ‘티가 안 나서 좋다’ 등의 말씀을 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요.


“20대 후반의 남성분이 찾아왔어요. 탈모로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방문했다고 했습니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가발을 쓴 이후 자신감을 되찾았고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연락 해왔어요. 뿌듯했습니다. 가발로 인해 자신감을 찾는 손님을 보면 이 일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분은 얼굴은 동안인데 탈모로 인해 노안으로 보여 고민이 크다고 오셨어요. 가발을 쓰니 훨씬 젊어 보였습니다. 출근했더니 회사 동료들이 못 알아봤다고 했어요. ‘왜 진작 안 했냐’ ‘훨씬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가발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어떤 분은 가발을 쓰고 부인을 만나러 갔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더래요. 부인이 좋아하는 걸 보고 기뻤다는 후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 가장 즐거워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탈모인에게 힘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회사도 확장 이사할 생각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알기에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해 꼼꼼히 봐 드리고 있어요. 가발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가발을 쓰고 번지점프를 하기도 했어요. 탈모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가발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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