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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수석·서울대 과수석이 졸업 후 뛰어든 일

조회수 2021. 5. 4.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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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수석 입학·졸업 서울대 과수석 졸업생이 시작한 일
공부자존감 김태훈 대표
한국·미국·아프리카 경험 후 창업
“본인만의 강점 찾을 수 있게 도울 것”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할 수 있어요?

이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그는 “공부가 뭐냐”고 되묻는다. 교과서를 보고 외우는 거라 답하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그건 공부가 아니다. 공부가 아닌 걸 하고 있으니 못하는 거다"라고 말해준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이 사람은 김태훈(39) 대표다. 그는 학생, 학부모 분석 프로그램으로 공부법을 상담해 주는 '공부자존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할 때도 수석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공부가 무엇인지 몰라 헤매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공부법을 나누기로 했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과 빛을 발견하는 일을 돕고 싶다"는 김태훈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김태훈 대표.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잖아?"


민사고 수석 졸업, 서울대 건축학과 수석 입학 및 졸업이라는 화려한 성적은 어떻게 이룰 수 있었을까. 김태훈 대표에게 언제부터 공부에 흥미가 생겼는지 물으니 "흥미보다는 동기가 확실했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공부를 하다가 지루해졌습니다. 책을 덮고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곰곰히 생각했죠. 결론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겠다'였어요.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한 셈입니다. 또 부모님의 영향도 컸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경영대학원에 가신다고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따라서 공부했습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았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학교에서는 그만 공부하고 자라고 새벽 2시에 모든 불을 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희미한 불빛을 찾아서 몰래 공부했다. 김 대표도 그중 하나였다.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앞에 들어오는 불은 켜놨습니다. 그걸 이용해 세면대에 책을 펴놓고 공부하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했어요. 그때는 모든 고등학생이 그렇게 공부하는 줄 알았죠. 그리고 그때는 좋아하는 공부를 해서 재밌었어요. 그러다 대입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부가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위한 게 아닌 입시를 위한 공부였어요. 대학을 가본 것도 아니고 이유를 모르는 공부를 하루에 10시간씩 하려니 힘들었죠. 이 순간에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버텼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민사고 입학식에 김태훈 대표.

◇한국, 마다가스카르, 미국 다양한 경험 접해


과학과 미술을 좋아하던 그는 2002년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건축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후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 컨설팅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졸업 전부터 주 2.5일씩 다니던 회사였는데, 적성에 잘 맞아 졸업하고도 계속 다녔죠. 3년 정도 다니다 그만뒀습니다. 누나가 사는 마다가스카르에 놀러 갔다가 전공을 살려 부동산 사업을 준비했어요.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정세가 너무 불안정했습니다. 제가 배운 건축을 적용하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에 결국 사업은 포기했어요."


한국과 마다가스카르를 오가면서 부동산 사업을 정리했다. 그러다 2015년 경영교육업체 IGM에서 진행하는 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좋은 기회일 것 같아 지원했고 덜컥 합격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경영 교육을 들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경영 수업에 매력을 느꼈다. 문득 스타트업 경영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IGM에서도 김 대표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생겼다.


"2017년 IGM과 스타트업 경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제가 배운 걸 알려드리는 건 물론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야나두 김민철 대표 등을 초청해 강의를 열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때 KOTRA에서 모집하는 미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 뽑혔습니다. 제2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텍사스 오스틴에 방문해 교육도 들을 수 있고 멘토링도 받을 수 있는 사업이죠. 3개월 정도 지내면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고 접는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죠. 대부분 창업자가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분야에서 답을 찾더군요. 저 역시 한국에 돌아와서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찾은 게 아이들 교육이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경영 교육 사업은 정리했습니다."

출처: 공부자존감 제공
공부자존감 분석 프로그램.

◇나에게 맞는 건 교육 사업


스타트업 교육 사업을 접었다고 교육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김 대표는 2015년부터 포털사이트에 공부는 물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회 현상, 교육 등에 대해 글을 썼다. 김 대표가 올린 글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받았고 2016년 책도 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니 강의 섭외도 들어왔습니다. 진짜 공부가 뭔지, 내가 했던 공부 방법 등을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나요'입니다. 그럼 다시 그 친구들한테 '네가 생각하는 공부가 뭐냐'고 되물어요. 그럼 '교과서를 보고 외우고 시험을 잘 보는 거'라고 답합니다. 그건 공부가 아녜요. 진짜 공부는 책과 수업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것이에요'이에요. 익힘은 배우고 외운 걸 이해해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단어를 배우고 암기해서 언제든 자신 있게 그 단어를 활용할 수 있는 게 공부입니다.


학부모를 위한 강의도 했는데,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학생 강의보다 어려웠어요. 질의 응답시간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십니다.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부란 무엇인지 쭉 설명하고 나면 또 다른 질문을 하시죠. '그래서 선생님 중학교 2학년 때 학원 어디로 다니셨어요'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개선했어요. 강의를 어머니들 눈높이에 맞췄죠. 어머니께서 액젓을 넣고 미역국을 끓였는데 맛있어졌습니다. 이때 시어머니께서 '이 음식 하려고 주방에 몇 시간 있었고 요리책 몇 장 봤냐'고 묻는 건 아이들에게 '몇 시간 공부했어, 문제지 몇 장 풀었어'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요리 본질에 대해 물으려면 시어머니께서 ‘국에 뭘 넣었길래 맛있어졌니’라고 해야 합니다. 자녀에게도 ‘오늘 공부해서 뭘 새로 알았니’, ‘그걸 어떻게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봐 주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세바시에 출연한 김 대표(좌), 미국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때의 모습(우).

◇“색과 빛을 찾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강의 후에 상담 요청이 많아지자 본격적으로 교육 컨설팅을 시작했다. 아이와 부모의 성향, 관심사 등을 분석해 공부법을 상담해 주는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강의와 컨설팅이 어려워지자 지금까지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자동화했다. 이것이 '공부자존감'이다. 민사고 후배인 개발자와 둘이 개발했다.


"MBTI, 애니어그램 등 사람의 성향과 관심사 등을 분석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 방식으로 분석하고 재조립해서 공부자존감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100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강점, 성향, 관심사, 가치관 등이 나옵니다. 제 컨설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해야 해요. 자녀의 관심사나 성향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분석 결과를 통해 그걸 알려드리고 아이의 강점을 더 키울 방법을 제시하죠. 이걸 자동화했습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출시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 300여건을 분석했다고 한다. 경기도 여주시에서 운영하는 진로·진학센터에서 김 대표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분석 결과를 통해 무료 강의와 책 등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도 만들 생각이다. 1회 이용료는 3만9000원이다. 공부자존감 외에도 파라스타 대표로 소셜네트워크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제품 판매 링크(URL)를 올리고 링크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면 캐시백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1만여명이 이용중이다. 최근에는 '서울대 수석은 이렇게 공부합니다'라는 책을 냈다. 과거에 출간했던 공부자존감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시 썼다. 그는 "공부하는 목적과 이유를 잃어버린 10대 친구들이 책을 통해 공부 목적과 이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런 김태훈 대표의 목표는 많은 사람이 본인만의 색과 빛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더 많은 분이 자기의 색과 빛을 발견해서 꽃을 피우면 좋겠어요. 색과 빛은 그 사람만의 강점, 가치관, 좋아하고 잘하는 일 등입니다. 이걸 찾아주는 방법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해 책도 냈고 강연도 했죠. 지금은 파라스타와 분석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돕고 있는 셈입니다. 또 그다음 방법이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항상 방향은 같을 겁니다.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고 본인의 색과 빛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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