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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에 시달리다 직접 만든 '인생 베개'로 30억 대박 났습니다"

조회수 2021. 7. 7.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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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 베개'로 한·일서 6억원 펀딩 성공, 베드메이트유 박준규 대표

베드메이트유 박준규 대표
국내 최초 U(유)자형 바디필로우 개발
‘숙면 베개’로 한·일서 6억원 펀딩 성공
연매출 30억원 기업으로 성장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려 괴로웠다. 잠을 자도 늘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했다. 그러다 보니 쉽게 예민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 베개와 매트리스를 수십 번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잘 자고 싶어 직접 침구 개발에 나섰다. 머리, 팔, 다리를 지탱해주는 전신 베개인 U(유)자형 바디필로우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또 어떤 자세로 누워도 목을 편안하게 받쳐주는 베개를 개발해 연 매출 30억원을 올리고 있다. 기능성 침구 전문 브랜드 ‘베드메이트유’ 박준규(48) 대표의 이야기다.

‘베드메이트유’ 박준규 대표. /베드메이트유 제공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준규 대표는 졸업 후 신한은행에서 1년여간 일했다. 안정적이었지만 반복적인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2000년 벤처 열풍이 불자 직접 창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후 친구와 함께 온라인 출판사를 차렸다. 이용자가 게시판에 글을 써서 올리면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을 책으로 만들어 파는 구조였다. 커뮤니티 내 소통은 활발했지만 책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수익 모델이 탄탄하지 않아 결국 2년 뒤 사업을 접어야 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침구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불면증이 심했어요. 예민한 성격에 스트레스까지 쌓이니 잠을 자도 늘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했습니다. 잠을 잘 자지 못 자면 온종일 힘들어요. 피로가 계속 쌓이는 느낌이죠. 쉽게 예민해지고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베개, 매트리스 등 침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시중에 나온 것 중 안 써본 게 없었죠. 그런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수면으로 인생의 3분의 1을 보냅니다. 그만큼 수면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과정이에요. 더는 불면증에 시달려 고통받고 싶지 않았어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잠을 잘 때 베개 세 개를 썼어요. 한 개는 머리에 베고, 다른 한 개는 끌어 안고 잤어요. 또 다른 한 개는 다리 사이에는 끼우고 잤습니다. 베개가 몸을 지지해줘서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자세였어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온몸을 편안하게 받쳐주는 전신 베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유(U)자형 바디필로우를 개발했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1년 정도 연구한 끝에 2011년 국내 최초로 유(U)자형 바디필로우를 개발했다. 바디필로우는 일반적인 사각형 모양에 머리만 받치는 베개와 달리 전신을 지탱해주는 베개다. 전체 길이는 3미터로 접어 끌어안고 잘 수 있게 했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특허청에 실용신안과 디자인을 동시 등록했다.  

“당시 유(U)자형 전신 베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어요. 머리, 팔, 다리를 모두 지지해주는 베개에요. 가장 편안한 베개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소재 테스트를 계속했습니다. 베개의 형태뿐 아니라 충전재의 탄성과 복원력, 무게와 양, 겉감·안감의 재질 등 여러 요소에 의해 편안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탄성과 복원력이 높은 고기능성 중공섬유(Hollow Fiber)를 썼습니다. 중공섬유는 마카로니 모양처럼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섬유에요. 일반 섬유보다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뛰어납니다.”  

꼼꼼하게 만든 만큼 시장 반응은 좋았다. 어떠한 자세를 취해도 온몸을 편안하게 지지해주는 베개로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제품이 인기를 끌자 1년여 만에 짝퉁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불 공장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디자인만 똑같이 베껴 절반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이 인기를 얻자 디자인만 베낀 복제품이 나왔어요. 값싼 재료를 사용한 짝퉁이었죠. 시장에 비슷한 모양의 U자형 바디필로우가 넘쳐났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카피 제품 판매 중지를 요구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우린 중공섬유를 쓰지 않고 모양만 U자라 상관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어요.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품질을 믿어주셨던 고객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중공섬유를 내장재로 한 U자형 바디필로우로 실용 신안을 받은 회사는 ‘베드메이트유’뿐입니다. 유사 업체들은 일반 솜이나 재생 솜을 쓸 수밖에 없어요. 값싼 재료로 만든 베개는 단기간에 꺼짐 현상이 생깁니다.”

임산부용, 아기용 등 제품군을 확장해나갔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바디메이트유’는 제품 품질을 인정받아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히트상품 500’에도 꼽혔다. 또 국내뿐 아니라 미국, 태국 TV 홈쇼핑과 일본, 인도, 베트남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 판로를 넓혔다.  

이후 박준규 대표는 전신 베개뿐 아니라 임산부와 아기를 위한 베개, 숙면 베개, 기능성 매트리스, 패드, 커버, 여행용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나갔다. 또 내부 충전재와 제품 크기 등도 다양화했다.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 제품이 크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이즈를 다양화했습니다. 키와 체구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제품 크기를 4가지로 나눴습니다. 성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전 연령층이 쓸 수 있게 했어요. 또 내부 충전재 개발도 계속했습니다. 푹신하고 복원력이 좋은 중공섬유(파이버)뿐 아니라 통기성이 좋고 신체와 밀착성이 뛰어난 마이크로에어볼을 추가했습니다. 특수코팅으로 땀을 흡수하지 않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소비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TPE는 치발기, 젖병 소재다.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져 복원력과 충격 흡수가 뛰어나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은 ‘핏넥’이다. 베개 상단부에 TPE(Thermo Plastic Elastomer)를 쓴 게 가장 큰 특징이다. TPE는 아이들 젖병이나 치발기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다.  
“사람마다 머리 모양과 자는 자세가 다 달라요. 어떤 자세로 누워도 목에 맞춰지는 편안한 베개를 만들고 싶었어요. TPE는 아이들 제품에 쓸 정도로 안전한 소재입니다. 또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고무보다 단단하고 플라스틱보다 부드럽습니다. 탄성이 좋고 복원력이 우수해요. 처음 TPE 소재를 접했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차가우면서도 몸에 착 달라붙는 밀착감이 있었어요. 직접 디자인한 1038개의 촘촘한 삼각기둥 모양이 목에 딱 맞춰져 머리 무게를 분산시켜줍니다. 또 20만회에 달하는 압력 테스트를 거쳐 내구성도 확인했습니다.  

베개 하단부에는 중공솜을 썼습니다. 가볍고 보온성이 좋아요. 또 통풍이 잘되고 세탁도 쉽게 할 수 있게 했어요. TPE는 물이나 중성세제를 녹인 물에 헹궈 그늘에서 평평하게 말려주면 됩니다. 하단부에 있는 중공섬유 베개는 세탁기에 통째로 돌려 물세탁 해주면 끝이에요.”

실험에 쓰인 볼링공은 12파운드(약 5.5 kg)로 성인 남성의 평균 머리 무게와 같다. 일반 메모리폼 베개는 돌아누울 때 머리를 들어올려야 한다. 핏넥의 TPE 폼의 경우 돌아눕는 순간에도 목의 곡선이 유지된다고 한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핏넥은 TPE 소재로 1038개 삼각기둥을 형상화해 머리의 무게를 분산시킨다고 한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한 곡선은 자는 내내 목선을 편안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핏넥’은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4억2000여만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또 2020년 베개 부문에서 매출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마쿠아케’에서도 1억80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베드메이트유’는 어느새 10년 차 기능성 침구 전문 제조회사로 자리 잡았다. 첫해 매출 2억원이던 회사는 해마다 성장해 지금은 연 매출 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또 정부 공인 기업부설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숙면을 위한 수면 과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 본사 모습. 박준규 대표의 자리에는 침대가 있다. 제품을 직접 오랜시간 테스트 해본다고 한다. /바디메이트유 제공

-다른 업체와 차별점은요.  

"
품질입니다.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으로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의 고통을 잘 알아요. 제품을 출시하기 전 항상 직접 써봅니다. 먼저 제가 잘 자야 해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본사 제 자리 옆에는 침대가 있어요. 바로 제품을 써 보고 직접 테스트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고객의 반응이 좋을 때 가장 뿌듯해요. ‘인생 베개를 만났다’ ‘어느 자세로 누워도 목과 머리를 받쳐준다’ ‘베개만 바꿨을 뿐인데 하루가 달라졌다’ ‘불면증으로 인해 너무 힘들었는데 베개를 바꾸고 죽은 듯이 잤다’ 등의 후기가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핏넥 베개는 미국, 대만 등에서 펀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에요. 또 어린이 버전 등 연령별로 사이즈를 다양화할 생각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어요.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고 각종 질병을 예방합니다. 반대로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신체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죠. 건강을 위해서라면 잘 자야 합니다. ‘잘 자야 잘 산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스트레스, 과로, 음주 등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사람을 위해 앞으로도 숙면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능성 침구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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