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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cm 키로 승무원 합격한 이 사람, "국내 대표 이미지컨설턴트 됐죠"

조회수 2021. 4. 20.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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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깨닫지 못했던 찰나의 이미지를 다듬어 드립니다
이미지메이킹 전문가 유지선씨
외모, 표정, 말투, 태도 등 종합해
기업인, 전문직 등 이미지 만들어

영화에서 정치에 입문하는 주인공이 전문가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받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말투와 행동, 표정 등을 조절하면서 외부로 보이는 인상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항공사 승무원을 하던 유지선(37)씨는 2년 전 한국이미지블렌딩센터(KiBC)를 창업했다. 그는 객실 승무원과 의전팀, 필라테스 강사까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메이킹에 대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그를 찾아온다고 한다.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CEO나 전문직, 교사, 서비스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도 컨설팅을 요청한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국이미지블렌딩센터를 찾아가 그를 만나봤다.

유지선씨

- 승무원 출신이라고. 창업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대학을 졸업하고 외항사 승무원이 첫 직장이었어요. 동방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육아로 일을 잠시 쉬었다가 대한항공에서 의전 그룹 소속으로 VIP들을 담당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 성격처럼 열정적으로 일해왔는데 건강이 나빠졌어요. 회복을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가 거기에 빠져서 필라테스 강사도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이미지메이킹을 아이템으로 창업했어요.”


- 이미지메이킹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외부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을 치밀한 준비를 통해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을 말해요. 여기에는 외모, 표정, 말투, 태도, 제스처 등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과거에는 이미지메이킹이라 하면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어울리는 화장을 하는 외적인 것에 중점을 뒀어요. 그런데 제가 강조하는 이미지메이킹은 개성을 존중하고 매너와 품격과 센스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미지 블렌딩이라고 불러요. 창업한 회사 이름이 ‘코리아이미지블렌딩센터’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본인 제공
유지선씨의 승무원 시절의 모습. 왼쪽은 대한항공, 오른쪽은 동방항공 유니폼이다

- 이미지메이킹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면.


“승무원 시험에서 30번도 넘게 떨어졌어요. 키가 158cm인데, 당시 항공사에서 162cm의 신장이나 암 리치 212cm를 요구했는데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죠. 극복해보려고 발뒤꿈치에 끼우는 실리콘 제작도 해보고 정수리에 고무찰흙을 넣어보기도 할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그러다 동방항공 면접까지 올라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신체조건에서 불리해 보여서 특별한 것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국어를 접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중국어를 잘 하는 친구에게 녹음을 부탁해서 노래처럼 제 소개를 달달 외웠어요. 면접에서 마침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있냐고 묻길래 손을 들고 외웠던 자기소개를 했어요. 그때 현장에 있던 허름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저를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지나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지사장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본사에서 서류를 보고 신체조건 때문에 합격이 보류됐었는데, 그분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승무원이 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결국 사람을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호감이 가면 자격조건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믿고 뽑아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코리아이미지블렌딩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개인적으로 이미지 개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기관이나 단체에서 이미지메이킹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하기도 해요. 기업의 경우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서 이미지메이킹을 요청해요. 인테리어부터 회사 로고 등 전반적인 이미지에 대해서 상담하죠. 강연 플랫폼 사업도 하고 있어요.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을 공연장이나 강연에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이미지블렌딩센터 공간을 활용해서 직접 문화 예술 교육을 진행하기도 해요. 코로나 장기화로 대면 강의가 줄어든 최근에는 직접 유튜브에서 '키비씨TV' 유지선의 인물톡톡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어요.”

출처: 본인 제공

- 어떤 사람들이 이미지 컨설팅을 요청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정치를 시작하는 분들도 컨설팅을 위해 찾아오세요. 언론 앞에서 인터뷰할 때나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미리 대비하는 거죠.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컨설팅을 요청하는 분도 있었어요. 청문회 대기실에서 다른 정치인들을 대하는 방법, 어떤 이슈에 대해서 차가운 이미지로 나갈지, 웃어야 할 지도 미리 대비하고 청문회에 나가요. 기업을 경영하는 CEO도 컨설팅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요. CEO는 대중 앞에서 기업의 이미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IT 기업의 CEO는 올드한 이미지보다 혁신적인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죠. 방송 인터뷰를 할 때 옷차림부터 머리 스타일과 안경 종류, 말투, 표정을 미리 연습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도 많아요. 막 개업한 변호사인데 무서운 인상에 말투도 무뚝뚝해서 고민이라며 찾아온 분도 있었어요. 서비스직이나 영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컨설팅을 요청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 국방부 장관도 이미지메이킹 컨설팅을 하셨다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육군 참모총장이었을 때 이미지메이킹 컨설팅을 해드렸어요. 평생 군인으로 살아와서 언론과 대중 앞에 서는 경험이 적으셨어요. 언론을 통해 찰나에 비치는 이미지가 육군 이미지에는 큰 영향을 주기도 해요. 그래서 언론에 노출됐던 것을 다 분석해서 하나씩 이미지메이킹을 했어요. 연설할 때 시선 처리나 말투, 표정이 어떤 이미지로 대중한테 보여지는 알려드리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표정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미지를 알러드렸어요. 이후 군 지휘관들에게도 강의를 진행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계롱대에서 육군 간부들에게 이미지 메이킹 교육을 진행했다. 오른쪽은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이미지메이킹 강의를 하는 모습이다.

- 이미지메이킹을 요청한 분들 중에 또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


“플로리스트를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이었어요. 사람들이 본인을 만만하게 대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자신 있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하셨죠.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 분은 말할 때 어린아이 같은 소리가 많았고, 말끝을 흐리고 몸을 좌우로 꼬는 습관이 있었어요.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 초등학생 같은 태도가 비치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쉽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분에게 여러 가지 상황극을 만들어서 몰입시킨 뒤에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줬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듣자 스스로 느끼기 시작하셨죠. 그래서 연습을 통해 억양도 고치고 훈련을 통해 말투도 고쳐가면서 단호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이미지메이킹이 너무 외향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간다면 이미지메이킹이 필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때론 그들에게 평가를 받아 가며 살아가요. 실력과 열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밖으로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미지메이킹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돼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가서는 웃고 떠들기보다는 먼저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죠. 때로는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연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펙보다 이미지가 중요할 때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아이 둘을 키우며 일한다는 게 믿지기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늘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해요. 사업을 하면서도 거절을 하거나 화를 잘 못 내서 곤란할 때도 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성격이에요. 대한항공 의전팀에서 일했을 때는, 출퇴근 통근버스에서 하루 두 시간 자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일에 매달렸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좋은 분을 만나서 11년째 같은 분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출처: 본인 제공
이미지 컨설팅 중인 유지선씨. 오른쪽은 한국공유비즈니스센터 직원 채용 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모습이다

- 원래 꿈이 뭐였나.


“굉장히 엄한 집안에서 자랐어요. 해지는 시간이 통금시간이었죠. 집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것이 승무원이었어요. 그래서 첫 직업이 승무원이 됐습니다. 대학교에서 영어 통역을 전공했는데, 학창 시절에는 글로벌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외국에 나가서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잠시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던 때도 있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서 영어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 창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사업을 하며 인간관계도 힘들지만,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끼리 일한다는 점에서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아이템을 찾는 것에서부터 일의 진행과정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늘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죠.”

출처: 유지선씨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취미가 무엇인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일 명상을 해요. 좋아하는 연주곡을 틀어놓고 그 시간만큼은 생각을 멈추고 뇌에 휴식을 준다는 마음으로 틈틈이 명상을 하고 있어요. 명상을 하다 보면 얼굴 표정도 젊어지고 편안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미지메이킹의 영역을 넓혀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입시 준비생이나 취업 준비생, 정치인, CEO 위주로 교육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이미지메이킹을 적용해서 본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향후 노년층에 관심을 가지려고 해요. 제 친할머니가 103살이에요. 아직도 정정하세요. 아마 우리 세대는 더 오래 살게 되겠죠? 고령화 시대에 은퇴 후 소속감이 없어서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런 분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노후까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미지메이킹을 활용해서 돕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도울 수 있는 가이드가 되고 싶어요.”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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