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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20대뿐인 수소택시를 제가 몹니다

조회수 2021. 4. 16. 1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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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공기 청정기',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더 좋은 차'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전에 운전했던 LPG택시와 비교하기 힘든 속도로 차가 튀어 나갑니다. 3배는 더 빠른 것 같습니다

2019년 수소택시가 서울을 누비기 시작했다. 지금 서울에서 운행 중인 수소택시는 단 20대. 그 가운데 하나를 모는 삼환운수 박찬섭(71) 기사 차를 탔다. 수소차는 아직은 낯선 물건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기대한다. ‘달리는 공기 청정기’,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더 좋은 차’ 같은 별명이 붙는다. 1시간 30분 동안 차 안에서 수소택시 이야기를 들었다. 

수소택시

-수소 택시는 어떻게 탈 수 있나요

“일반 택시와 똑같아요. 일반 택시 잡는 것처럼 길거리에서 탈 수 있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탈 수도 있어요. 비싼 택시 아니냐고 안 타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수소 택시를 운전하기 싫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금은 일반택시와 똑같습니다. 같은 값이면 수소 택시를 타세요.”


말을 듣고 보니 많은 사람이 요금을 묻는다는 증거가 택시에 붙어 있었다. 승객이 주로 타는 뒤쪽 문손잡이 위에 '일반 택시와 요금 동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소 택시를 탄 손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승객들이 신기하다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수소차는 일반 차와 어떻게 다르냐고들 많이 물어봐요. 수소차라고 하면 휘발유 대신 수소를 넣어서 차가 움직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차에 엔진이 없다고 하면 깜짝 놀라죠. 엔진없이 수소와 산소를 결합할 때 만든 전기로 차가 움직인다고 하면 신기하다고 합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움직인다. 차량 내부 필터가 빨아들인 공기 중 산소만 골라내 연료전지로 보낸다.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이 전기로 모터가 굴러간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캡처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움직인다

또 수소차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다. 시동을 끄자 주행거리·연비·공기정화량·이산화탄소 감축량 등이 나왔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같은 급의 가솔린 차량이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름을 썼다면 나왔을 이산화탄소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 차와 비교해서 수소차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무엇이 있나요

“운전하는 입장에서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려서 좋아요. 온종일 운전을 하다보면 작은 엔진소리도 귀에 거슬립니다. 또 수소차는 엔진이 없어서 기름 타는 냄새도 안 나요. 매일 수소차를 타서 기름 냄새를 잊고 살다가 다른 차를 타면 딱 기름 냄새가 납니다. 주행성능도 뛰어납니다. 이전에 몰던 LPG택시와 비교했을 때 초반에 치고 나가는 힘이 3배 정도 강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수소차는 달리면서 공기를 정화한다. 그래서 달리는 공기청정기라 불린다. 수소차 모터를 돌리기 위해서는 고순도 산소가 필요하다. 고순도 산소를 얻으려면 외부에서 흡입한 공기가 필터를 거쳐야 한다. 외부에서 들어 온 공기는 필터를 거치면서 깨끗해진다. 차량 내부 필터는 공기 속 초미세먼지를 99% 제거한다. 현대차 홈페이지를 보면, 넥쏘는 시간당 26.9kg 공기를 정화한다고 나와있다. 몸무게 64kg인 성인 한 명이 호흡하는데 0.63kg 공기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넥쏘는 1시간 달리면서 42명이 숨 쉴 공기를 정화한다.

1시간 30분 운행하자 이산화탄소 44.9kg을 감축했다고 나왔다

-수소차는 어떻게 충전하나요

“수소차는 1kg 단위로 충전합니다. 일반 자동차가 1리터(ℓ) 단위로 충전하는 것과 다르죠. 그때그때 가격이 다르지만, 서울은 1kg에 8800원입니다. 완충하려면 약 5만원이 듭니다. 꽉 채우면 총 609km를 갈 수 있어요. 한번 충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죠.”


수소 1㎏당 8800원일 때, 1㎞ 달리는 비용은 약 82원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값은 리터당 1535원(4월 9일 기준). 2020년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린 차 그랜저는 공인연비(연로 1리터로 주행 가능한 거리·km)가 7.4km/ℓ~11.9km/ℓ다. 쉽게 말해 1km를 갈 때 130~209원이 든다. 수소차 연료비가 2배 정도 저렴한 셈이다.


물론 수소차에도 약점은 있다. 우선 24시간 충전할 수 없다. 수소는 고압 관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충전할 수 있다. 충전소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에 있는 수소 충전소를 모두 합쳐도 56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수소는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에서는 1kg당 7000원(4월 8일 기준)으로 가장 저렴하다. 강원도, 서울, 여주 등에서는 8800원이다.


-충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요즘에는 거의 없어요. 차에도 수소 충전소를 알려주는 기계가 있고 앱도 있어 가까운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차량 몇 대가 대기 중인지, 충전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나와요. 앞에 대기하는 차가 없으면 충전하는데 10분도 안 걸려요. 3개월 전만 해도 5~6대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기다리는 차량이 거의 없어요. 작년에는 서울 시내 충전소가 3곳이었는데 올해는 4곳으로 늘었습니다.”


-충전하려고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나요

“3월 초 새벽에 서울에서 용인까지 콜을 받은 적이 있어요. 거리가 80km정도였는데 연료는 136km밖에 남지 않았어요. 왕복하기에는 부족했죠. 일단 콜을 수락했으니 용인까지 갔습니다. 손님 내리고 잔량을 확인하니 30~40km인 거예요. 서울까지 못 가니까 그 자리에서 앱으로로 어디 충전소가 가까운지 찾아봤어요. 경부고속도로 안성 휴게소가 일찍 영업을 시작해 가려고 하니 거리가 40km였습니다. 가는 길에 차가 멈출 거 같았어요. 다시 찾아보니 여주휴게소까지는 23km였습니다. 휴게소 도착하니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1km 정도라고 나오더라고요. 차에 연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가까운 휴게소가 어딘지 나와서 충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수소차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다, 비결이 있나요

“시범운행을 시작한 2019년부터 수소택시를 운전했습니다. 교육을 받기도 했고, 혼자 공부도 했죠. 차를 몰다가 이해 안 되는 점이 생기면 기록했다가 집에서 설명서를 보고 공부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수소택시 박찬섭 운전기사

수소택시는 운전자에게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택시가 아니라 자가용으로 쓸 때는 어떨까. 일단 가격을 보자. 2021 넥쏘는 사양에 따라 6765만~7095만원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중앙정부는 2250만원, 지방자치단체는 900만~1500만원(서울시는 1100만원)을 지급한다. 강원도는 보조금을 3750만원이나 준다. 보조금을 받으면 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관용차로 타고 다니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애정을 ‘하차감’이란 단어를 써 표현했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수소차를 알아본다며 사람들이 차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하차감이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릴 때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뜻한다. 타본 사람들 평가도 좋다.


하지만 현대차가 처음 수소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3년이다. 차는 10년 이상 써야 하는 물건이다. 아직 검증이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지만, 선뜻 사지 못하는 제품이 바로 수소차다. 


글 jobsN 백지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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