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천, 골드 버튼까지 받았는데 하루아침에 망했죠"

조회수 2021. 4. 16.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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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월 8천 벌다 망하게 된 이유는요..
토이위자드 '김은선' 프로듀서
어린이 콘텐츠 흥행에 회사 차렸지만
유튜브 정책 변화 등으로 수입 1/10로

인당 6억7000만원. 국내 상위 1% 유튜버의 연평균 수익이다. 상위 10%는 평균 2억1600만원 수준이다. 대기업 취업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한몫한다.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스펙은 없다. 채널에 올릴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 그만큼 경쟁해야 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성공도 쉽지 않다. 또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정책에 늘 대응해야하기에 위험 요소도 많다.


유튜브의 양면을 모두 경험한 유튜브 제작자가 있다. 구독자 200만명, 누적 조회 수 7억2000여회를 기록했던 유튜브 '토이위자드' 제작자 김은선(34)씨다. 그는 장난감으로 인형극을 만들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달 최고 수익이 8000만원일 정도였다. 그러나 성공의 달콤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토이위자드를 정식으로 시작한 지 1000일 만에 채널을 접었다. 수익도 1/10로 줄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채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jobsN이 김은선씨에게 키즈 유튜브 채널의 흥망성쇠를 들었다.

출처: 본인제공
김은선 씨.

◇영상 3개로 3000만원 벌어


처음 유튜브를 제작한 건 취준생 때였다. 당시 김은선씨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던 ‘언시생’이었다. 유튜버로 자리 잡은 지인에게 유튜브를 권유받기도 했고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언론사 공채 시험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KBS 공채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해에 공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백수였기 때문에 유튜브 만들기 최적의 조건이기도 했고 공채 공고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어떤 콘텐츠로 유튜브를 시작했고 결과는 어땠나요.


"시사 콘텐츠입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 신문 기사를 많이 보고 그걸로 공부하죠. 그걸 토대로 기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요약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어요. 결과는 좋았어요. 첫 번째 콘텐츠가 조회 수 650만회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영상 2개를 더 만들어 올렸고 반응 역시 좋았습니다. 영상 3개로 총 3000만원을 벌었어요."


-첫 시도 만에 성공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7할이 운이었어요. 영상을 전문으로 배워서 퀄리티가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PPT 애니메이션 효과로 만들어서 음악만 넣었죠. 그때 시사, 정치, 역사 등 영상이 관심을 받던 때라 흐름을 잘 탄 덕분이었습니다."

출처: 토이위자드 유튜브 캡처
토이위자드 채널(좌)과 과거 콘텐츠(우). 살구색 비중이 높아 노란 딱지(유튜브가 운영 기준에 위배되는 콘텐츠에 붙이는 아이콘)가 붙기도 했다.

◇조회 수 10에서 100만으로


성공 가능성을 엿본 김은선씨는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시사 콘텐츠를 계속 만들진 않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시사 이슈는 민감하고 자극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프리랜서 방송 작가로 일할 때도 시의성이 높은 시사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런 프로그램은 반짝 이슈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힌다. 생명력이 짧은 것이다. 이와 달리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택한 게 어린이 콘텐츠였나요?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린이 콘텐츠가 적합했습니다. 이슈성 콘텐츠와 다르게 시대와 흐름에 상관없이 꾸준한 수요가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라고 생각했어요. 또 당시 어린이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트래픽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판'이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를 주제로 잡고 바로 토이위자드가 탄생한 건 아니에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서프라이즈 에그를 활용한 '코콕', 어린이 브이로그 '마로마로', 가족 상황극 '예스패밀리' 등을 기획했죠. 그러나 모두 실패였어요. 이 실패를 통해 나만의 콘텐츠 기획 기준을 세웠습니다.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콘텐츠인가', '주어진 자원으로 얼마나 오래버틸 수 있는가', '콘텐츠 핵심이 내 통제하에 있는가'를 충족해야 했죠. 그게 바로 장난감 인형극 토이위저드입니다. 장난감은 제가 통제할 수 있고 매번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토이위자드는 처음부터 잘 됐나요.


“아뇨. 토이위자드 채널에서 가장 오래된 콘텐츠가 닌자 거북이 인형극이에요. 그 영상을 올리기 전에도 100여개 영상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부끄러워서 지웠어요. 조회 수도 마찬가지예요. 10회 정도로 처참했죠. 그래도 당시에는 안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어요. 영상 1000개 정도 만들고도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어요. 그러다 뽀로로 장난감이 등장했던 영상이 대박이 났습니다. 며칠 만에 100만뷰를 달성했어요. 터널 끝에 온 느낌이었어요. 그 영상을 보니 그동안 제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떤 실수였고 어떻게 고쳐나갔나요.


“아이들은 확실히 익숙한 걸 좋아합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장난감을 잘 조합해서 만들었어야 하는데, 저는 자꾸 아무도 안 했던 것과 새로운 것에 집착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병아리 장난감으로 영상을 만들었어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뽀로로를 검색하지 병아리를 검색하진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100만 조회 수 나왔을 때 한 달 수익이 40만원이었어요. 꾸준히 성장해 6개월 후 월 수익이 2000만원, 8000만원까지 늘었죠.”

출처: 본인 제공
정책 변화로 조회 수가 폭락했다고 한다. 당시 토이위자드의 관리 페이지.

◇저작권, 정책 변화 결국 문 닫은 토이위자드


회사 ‘미디어다온’을 차려 직원도 채용했다. 순항하는 줄 알았던 토이위자드에 위기가 닥쳤다. 처음으로 비상이 걸린 건 2018년 9월이었다. 저작권 경고를 한 번에 2회 받은 것이다. 당시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3번 경고를 받으면 채널 업로드, 수익 창출을 중단했다.


-어떤 콘텐츠에서 문제가 생긴 건가요.


“국내 만화 캐릭터 장난감으로 만든 콘텐츠였어요. 지적재산권이 문제였어요. 대부분 제조사는 영상에 자사 제품이 나오면 홍보수단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로 삼진 않아요. 오히려 협찬이 들어오기도 하죠. 토이위자드 영상은 극적인 연출을 위해 장난감이 물에 빠지거나 언덕에서 넘어지는 동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이게 문제가 됐습니다. 제작사에서 지향했던 캐릭터 정체성을 해친다고 주장한 것이죠. 결국 해당 장난감이 출연한 영상을 모두 내렸어요. IP회사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시, 캐릭터의 정체성 준수와 훼손이 없도록 주의한다’는 가이드를 받고 잘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 1월쯤 키즈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키즈 콘텐츠를 없앤다는 것이었다. 2018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은 키즈 채널 세미나도 소문에 힘을 실었다. 소문이 있었지만 6개월 동안은 조회 수도 잘 나왔고 유튜브에서 어떤 조치도 없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순간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출처: 본인 제공
폐업 후 사무실과 장난감을 정리했다.

-소문이 사실이었나요.


“키즈 채널이 없어진 건 아니었지만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죠. 6월 마지막 주에 관리 페이지를 열어보니 조회 수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토이위자드는 물론 키즈 콘텐츠 트래픽 대부분은 추천 트래픽에서 발생해요. 알고리즘이 의도적으로 추천을 제외하면 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하루아침에 조회 수가 5분의1로 줄었어요. 반면 같은 키즈 콘텐츠지만 아이들과 어른이 출연해 상황극을 하는 채널은 달랐어요. 하루 만에 2~3억 조회 수를 달성할 만큼 흥했죠. 키즈 콘텐츠 기준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대응했나요.


“유튜브에 메일도 보내봤지만 제대로 된 답을 받을 순 없었어요. 6월 이후 3~4번의 알고리즘 변화가 계속 이어졌고 9월에 유튜브 측의 공식 메일을 받았습니다. 알고리즘 관련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키즈 관련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죠. 아동용으로 제작한 콘텐츠에는 개인 맞춤 광고를 붙이지 않겠다고 했고 실제로 중단됐습니다. 그 결과 수익도 10분의 1로 줄었고 적자가 나기 시작했어요. 결국 채널을 접기로 했습니다. 직원도 다 내보내야 했죠.”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슬프다기보다는 허무했죠. 돈은 벌었지만 내가 쌓아 올린 게 모래성 같은 거였다는 허무함이 컸습니다. 지나고 보니 유튜브 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어요. 많은 돈을 단기간에 벌었지만 운영하는 내내 불안했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작권 이슈를 거치고 매일 매일 채널이 삭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에 땀이 났고 절벽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죠. 결국 불안장애 진단도 받았어요. 망해서 좋았던 점은 이 불안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이 경험을 토대로 책도 썼다고요.


“사무실, 직원, 장난감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정리도 필요할 것 같아 책 '유튜브, 성공했다 망했습니다'를 썼습니다. 시작한 계기, 영상을 만드는 과정, 수익, 망한 이유 등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직접 기획서를 작성해 출판사를 찾아갔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시작 후 성공하고 망하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책 작업을 하다 보니 영상보다는 글을 쓰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걸 느꼈어요. 새로운 적성을 찾아 지금은 웹소설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해 주자면요.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처음에는 부업으로 시작하라고 얘기해요. 전업으로 하면 내가 직장에서 벌 수 있는 돈을 포기하고 하는 거라서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크고, 생활이 쪼들립니다. 감정 기복도 심해져서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되죠. 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분들은 퇴근 후, 주말에 콘텐츠를 만들어요. 어느 정도 성과가 나고 충분히 생활이 가능할 때 퇴사를 합니다. 경험상 콘텐츠는 절박하다고 더 잘 안 되더라고요.”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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