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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가공까지 공정무역으로.. '빈투바'초콜릿을 아십니까?

조회수 2021. 7. 7.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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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초콜릿 '빈투바'로 연 매출 60억 바라봅니다

씨앤지 정승범 대표
20여년간 초콜릿 업계에 몸담아
국내 최초 빈투바 초콜릿 제조·판매
페루 카카오 농장서 카카오 빈 공수

대학 졸업 후 형의 제안으로 초콜릿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럽, 미국, 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 초콜릿을 수입해 유통하는 일이었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시장 트렌드를 익혔고, 직접 초콜릿을 제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이 큰 관심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빈투바 초콜릿은 원재료인 카카오빈을 현지 농장에서 확보해 로스팅, 멜팅, 생산까지 제조사가 직접 하는 걸 뜻한다. 획일적인 맛이 아닌 원산지별로 카카오빈의 풍부하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2016년 독립을 결심한 뒤 국내 최초로 빈투바 초콜릿을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초콜릿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나섰다. 건강을 생각한 노슈가 단백질 초콜릿을 개발했다. 작년 연 매출은 37억원에 달한다. 20여년간 달콤한 초콜릿에 빠져 사는 ‘씨앤지(전 디케이에프비)’ 정승범(50)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씨앤지(전 디케이에프비)’ 정승범 대표. /씨앤지 제공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정승범 대표는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형이 하던 초콜릿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와인이나 초콜릿 등과 같은 기호식품 판매량이 증가하리라 생각했다. 분명 초콜릿 시장이 점차 커질 거라고 확신했다.  

“1997년 형님의 제안으로 초콜릿 사업에 합류했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대기업에서만 초콜릿을 제조하는 상황이었어요. 종류가 한정적이고, 맛도 비슷했죠. 유럽, 미국, 남미 등 외국에 있는 다양한 초콜릿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일하면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어요. 세계 최대 제과 전시회인 독일 국제 제과 전시회 ISM(Internationable Süßwaren-Messe), 독일 쾰른 국제 식품 박람회인 아누가 등을 많이 갔죠. 일본, 유럽 등을 다니다 보니 카카오를 함량별로 담은 초콜릿이 큰 관심을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당시 한국엔 없었죠. 사업 가능성을 보고 2005년부터 직접 제조를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 처음으로 함량별로 카카오를 담은 초콜릿 ‘하이카카오’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롯데에서 카카오를 함량별로 나눠 만든 드림 카카오를 출시했어요. 대기업에서 광고하면서 덩달아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맛과 품질에 만족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제품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 특색을 담은 초콜릿을 새롭게 생산했어요. 고향인 제주도에 초콜릿 제조시설을 갖추고, 감귤 초콜릿 ‘제키스’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3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제주도 감귤 초콜릿의 시장점유율 60%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어요.”

빈투바 초콜릿은 농장과 제조사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다. 정 대표는 직접 페루에 있는 카카오 농장을 찾아 매입 계약을 했다. 좋은 환경의 카카오 농장에서 자란 고품질의 열매를 직접 가져온다. /씨앤지 제공

◇국내 최초로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 제조 시작  

그러던 중 정 대표는 일본에서 빈투바 초콜릿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는 걸 알았다. 빈투바 초콜릿은 카카오 ‘빈’부터 초콜릿 ‘바’까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와 비슷한 개념이다. 농장과 제조사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다. 쉽게 말해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빈을 현지 농장에서 확보해 로스팅, 멜팅, 완제품 생산까지 제조사가 직접 맡는 초콜릿을 뜻한다. 빈부터 바까지 한 공간에서 나온다고 해서 빈투바 공정이라고도 한다.  

“빈투바 초콜릿은 공정무역 커피와 같은 취지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카카오빈은 커피 빈과 마찬가지로 적도 기준 남위 20도, 북위 20도 사이에서만 자랍니다. 이를 카카오 존, 커피 존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페루, 멕시코, 베네수엘라, 마다가스카르,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가나 등이 있죠.  

대부분 카카오나 커피는 빈국의 가난한 소작농이 재배합니다. 대기업이나 중간 상인들이 카카오나 커피를 헐값에 사들인 후 비싼 가격으로 팔아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생산자들의 빈곤과 노동력 착취 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 노동 착취도 많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빈투바 초콜릿, 공정 무역 커피가 탄생했어요. 저개발국가의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공해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죠.

공정무역 초콜릿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가 빈투바 초콜릿입니다. 농장과 제조사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에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공정무역에 대한 이슈로 인해 이미 해외에서는 인기입니다.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고, 2016년 빈투바 초콜릿을 직접 생산하고 싶어 독립을 결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어요. 소비자는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즐길 수 있어요. 원산지별로 카카오 빈의 향과 맛이 달라요. 획일적인 맛의 초콜릿이 아닌 풍부하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직접 차아 빈투바 초콜릿 제조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씨앤지 제공

정 대표의 빈투바 초콜릿은 단순히 원료를 사다가 녹여서 초콜릿을 만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 그가 직접 계약한 카카오 농장에서 카카오를 매입한 뒤, 20년 노하우가 담긴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또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도 받았다.  

“오랜 시간 빈투바 초콜릿을 연구했어요.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다양한 생산지의 카카오빈을 테스트했죠. 한국인에 입맛에 맞는 카카오빈을 찾아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빈투바 초콜릿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직접 페루에 있는 카카오 농장을 찾아 매입 계약을 했어요. 좋은 환경의 카카오 농장에서 자란 고품질의 열매를 직접 가져옵니다. 초콜릿 생산에 필요한 장비도 모두 이탈리아에서 공수했습니다. 빈투바 기계 제조 회사인 이탈리아의 셀미를 찾아 빈투바 초콜릿 제조 방법을 직접 배우기도 했어요. 자체 빈투바 과정의 공장 생산 체계를 확립해 단순한 바 초콜릿뿐 아니라 동그란 모양의 볼 초콜릿 등 다양한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크리올로 빈만 고집한다. 재배과정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적지만 맛이 풍부하고 부드럽다. /씨앤지 제공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종류는 크게 크리올로, 트리니타리오, 포라스테로 3가지로 나뉜다. 정 대표는 이중 크리올로 빈만 쓴다고 한다.  

“남미 쪽에서 나오는 크리올로는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어 최고 품질의 초콜릿 공정에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기후조건에 민감하고 재배과정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적어요. 전체 카카오 생산량의 5%를 차지하는 품종입니다.  

크리올로는 쓴맛이 강한 다른 카카오보다 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향을 가지고 있어요. 상큼한 감귤과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게 특징입니다. 카카오 본연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초콜릿의 풍미가 깊습니다. 무엇보다 빈투바 초콜릿은 컴파운드 초콜릿(카카오 함유량 20% 이하인 가공 초콜릿)과 달리 저온으로 가열처리를 해 카카오의 좋은 성분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전제품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질좋은 카카오 버터를 쓴다. /씨앤지 제공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 깨고 싶어 ‘노슈가 단백질 초콜릿’ 개발  

정 대표는 빈투바 초콜릿을 시작으로 점차 제품군을 늘려나갔다. 초콜릿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사람들은 초콜릿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살이 찌고, 만성질환을 유발한다고 하죠.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초콜릿을 만들 때 추가하는 설탕이나 카카오 버터 대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쓰는 식물성유지 등의 영향이 큽니다.  

카카오나무는 ‘테오 브로마(Teo Brom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어요. 테오(Teo)는 음식을 뜻하고, 브로마(Broma)는 신이라는 뜻이에요. 즉 ‘신의 음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성분이 많습니다.  

카카오는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있어요. 폴리페놀은 체내 유해산소를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을 막아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 단기적 인지능력 향상과 두뇌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요. 이밖에도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키고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 회복, 충치 예방에도 효과가 있죠.

프로틴, 콜라겐 등을 담은 기능성 초콜릿. /씨앤지 제공

2017년 무설탕 초콜릿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건강에 대한 우려를 덜고 싶었습니다. 전 제품에 설탕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칼로리를 줄이고, 당 걱정도 없앴습니다. 단맛은 스테비아, 말티톨 등 당 알코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노슈가 단백질 초콜릿입니다. 시중에 나온 무설탕 단백질 초콜릿의 경우 보통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이 4~5g 정도입니다. 100g 기준 20g 단백질을 담았어요. 운동과 다이어트, 미용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이 찾습니다. 간식으로 간편하게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아요.  

이 밖에도 비타민과 레몬추출물을 함유한 초콜릿, 생유산균과 푸룬 분말을 담아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초콜릿, 콜라겐을 함유한 초콜릿, 캐모마일 추출물과 테아닌을 담은 초콜릿 등도 인기에요.  프로틴, 콜라겐 등을 담은 기능성 초콜릿. /씨앤지 제공 프로틴 초콜릿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3489%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또 식단 전문 쇼핑몰인 다노샵에도 입점했습니다. 블랭크코퍼레이션과 협업한 단백질 초콜릿 ‘팀볼스’는 작년에 300만개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노슈가 초콜릿과 빈투바 초콜릿은 현재 워커힐 호텔, 올리브영,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자연드림, 생협 등에 입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작년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작년 매출은 37억원, 올해 예상 연매출은 60억원이다. /씨앤지 제공

-매출이 궁금합니다.  

“법인을 설립한 2017년 매출은 1억원이었습니다. 2018년 10억원, 2019년 19억원, 2020년은 3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0억원입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다가 2020년 초부터 온라인 시장으로 확대했어요. 판로를 확장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중국 신천에 노슈가초콜릿을 수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우디, 베트남 등에 수출할 예정이에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기능성 초콜릿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분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고 싶어요. 또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요.  

나중엔 카카오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 멜팅까지 초콜릿 제조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게 꿈입니다. 아내가 바리스타예요. 박물관을 지어 1층에는 커피, 2층에는 초콜릿 관련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초콜릿에 대해 알려주고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과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과거엔 초콜릿을 단순히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앞으로는 건강을 위해 기능성 초콜릿을 챙겨 먹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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