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데리고 가"..일타강사 놓고 889억 소송전

조회수 2021. 4. 1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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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터지는 학원들의 수백억 진흙탕 싸움, 도대체 왜?
강사끼리의 폭로 전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 굳이 왜?

공단기, 영단기, 스카이에듀를 운영하고 있는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가 경쟁 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액은 무려 889억원입니다. 교육 업체 소송액 중 가장 큰 금액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일까요.


'일타강사' 전한길 강사와 조태정 강사의 이적 때문입니다. 전한길 강사는 한국사 강사 중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그의 연 매출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전한길 강사가 2020년 7월 공단기에서 다른 학원으로 이적을 합니다. 바로 메가스터디교육입니다. 당시 그의 계약은 2026년까지였는데 계약일을 다 채우지 않고 경쟁 업체로 간 것이죠. 조태정 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 기간이 2029년까지지만 전한길 강사와 비슷한 시기에 메가스터디교육으로 옮겼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메가스터디교육에서 전속 계약 기간이 남은 강사를 부정한 방법으로 이적을 유도해 강사 계약 이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메가스터디교육이 사업권을 침해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한길, 조태정 강사에 대해서도 강의 금지 청구 등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교육 업체 간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또 강사와의 공방도 큰 화젠데요. 이들이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한길 강사와 조태정 강사. /메가공무원 홈페이지 캡처

◇1타 강사 스카웃 전쟁


에스티유니타스와 메가스터디는 2019년 이미 법정 공방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 자회사 스카이에듀가 메가스터디교육 소속이었던 수능 국어 과목 일타강사 유대종 강사를 영입했기 때문이죠. 이에 메가스터디교육은 2020년 5월 864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에스티유니타스를 상대로 373억원, 유 강사를 상대로 49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교육 업체와 강사간 소송도 있었습니다. 2015년 10월 삽자루로 알려진 수학 강사 우형철 강사는 이투스 측이 댓글 홍보·검색순위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어겼다면서 스카이에듀로 이적했습니다. 이에 이투스는 우형철 강사에게 126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약금·위약금·영업손실액 등을 배상하라고 한 것입니다. 소송 결과 우 강사는 이투스 측에 이자 등을 포함해 약 86억원을 배상했습니다. 우형철 강사는 해당 금액을 스카이에듀에서 부담했어야 한다며 86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교육 시장에서 수십, 수백억원 규모의 소송이 오가는 이유는 바로 강사 때문입니다. 학원은 수험생에게 인기가 많은 1타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입니다. 1타 강사가 학원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1타 강사를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소송도 불사하는 것입니다.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강사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학원을 옮기면 학원에 큰 손해다. 시간과 돈이 들어도 소송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학원의 문제도 크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학원 관계자는 "1타 강사만 쫓는 게 아니라 학생을 위해 강사와 좋은 커리큘럼을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게 학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학원의 본질을 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삽자루 유튜브 캡처
박광일 강사와 우형철 강사.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 굳이 댓글 조작을?


학원과 강사 간의 법정 공방도 유명합니다. 불법 댓글 조작에 연루된 대성마이맥과 박광일 강사, 삽자루 우형철 강사의 이야기입니다. 우형철 강사는 2014년 대성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다고 폭로하면서 사기 등의 혐의로 디지털대성을 고소했습니다. 이에 대성은 우형철 강사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그쯤 해당 학원 소속 강사가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주장했고 댓글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는 IP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검찰은 우 강사가 대성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우형철 강사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죄가 아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아 벌금 300만원을 냈습니다. 법원도 대성이 댓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죠.


댓글 조작 폭로 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9년에는 우형철 강사가 수능 국어 영역 박광일 강사가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고 폭로했죠. 조직적으로 회사까지 차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성마이맥과 메가스터디가 박광일 강사를 고소했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박광일 강사는 2017년부터 일명 '댓글 공장' 회사를 차린 것으로 드러났죠. IP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작업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결국 2021년 1월 박 강사는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1타 강사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불릴 만큼 돈을 많이 법니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1타 강사가 왜 굳이 댓글 조작을 해야 했을까요.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이유로 사교육 강사 시장의 과열을 꼽았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교육 시장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이죠. 경쟁 강사와 업체를 깎아내리면서까지 1타 강사 자리를 유지하려 한다는 말입니다.


수험생이 학원이나 강사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학생이 가장 적나라하게 후기, 댓글 등 정보를 남기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1타 강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악용한 것입니다. 댓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강의나 커리큘럼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외모를 비방하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 관계자는 "관행이었던 일이다. 고쳐야 하는 문제지만 국내 교육의 사교육 시장 의존도가 높다.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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