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4년 차 '단종 전문 배우'가 곰탕을 파는 까닭은

조회수 2021. 7. 7.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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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단종만 3번 연기한 34년차 배우의 '부캐'는

6살 때 데뷔한 연기자 정태우
편하고 건강하게 아이들 먹일 음식 찾다
2019년 가정간편식 식품회사 창업
“연기 활동과 사업 병행할 계획”

‘왕 연기 전문 배우’, ‘아역 출신 배우’, ‘동안 배우’······. 6살 때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연극·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동해 온 배우 정태우를 칭하는 많은 수식어 중 일부다. 1987년 MBC 드라마 ‘버릇’으로 데뷔한 후 바로 이어 영화 ‘똘똘이 소강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어려서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길러 왔다.   

그랬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9년말 식품 사업가로 변신했다. 가정에서 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대디푸드’를 창업했다. 지난달 말, 대표이자 배우인 정태우를 만나 연기와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디푸드 대표 정태우. /대디푸드

◇드라마 촬영 현장 구경하다 캐스팅 당해 데뷔  

“어릴 때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어요. 당시 현장에 계시던 분 중 한 분이 명함을 주셨던 것 같아요. 너무 어렸을 때라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그 이후 제가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계속 졸랐대요. 당시에는 연기하고 싶다기보다는 TV에 나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노래 가사처럼요.”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34년이 넘었다. 그동안 사극부터 시트콤까지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단정하고 바른 이미지 덕분에 사극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10대 때는 조선 시대 단종 역할을 세 번 맡았을 정도다. 같은 단종이지만, 극 중 캐릭터에 맞는 각각의 단종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사극에서 ‘단종’ 역을 맡기도 했고, 이외에 시트콤과 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MBC·tvN 방송화면 캡처

“연기를 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매번 다른 연기자, 다른 스텝과 작업하다 보니까 늘 새로워요. 또 제가 맡은 역할, 해야 할 연기도 다 다르고요. 그래서 30년 경력이 있음에도 매번 신입사원 같은 새로운 느낌, 긴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배우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현장에 갈 때면 늘 설레고 긴장됩니다.”

그는 방송뿐 아니라 뮤지컬·연극 등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초등학생 때 뮤지컬 ‘피터팬’에 출연한 후 ‘알라딘’, ‘다윗왕’, ‘프라미스’ 등의 무대에 서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에는 4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연극 ‘에쿠우스(EQUUS)’에 출연했고, 영화 ‘왕의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 ‘웃음의 대학’을 거쳐 현재는 ‘스페셜 라이어’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고 있다.   

“2월 말 공연을 시작해 4월2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연극 ‘스페셜 라이어’는 두 여자를 너무 사랑해 모두를 속이고 두 집 살림까지 하는 남자가 거짓말로 인해 모든 것이 파탄 나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연극이에요.   
사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연습을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확산 속도가 빠를 때여서 걱정이 많았죠. 그래도 현재는 공연장에 관객 입장이 70%까지 허용되어서 다행이지만, 공연계가 너무 힘든 상황인 건 맞습니다. 관객 간 거리두기를 하고 있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더 많은 분이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해요.”

연극 ‘스페셜 라이어’ 홍보물. /네이버 캡처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 보고 제품화 결정해  

30년 경력의 배우 정태우, 최근 그의 ‘부캐(부 캐릭터)’는 식품 사업가다. 지난해 말 ‘대디푸드’를 창업해 가장 먼저 대디 곰탕을 선보였고, 현재는 갈비탕과 떡갈비, 소불고기, 생선구이 등으로 제품을 확대했다.   

“현재 13살, 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아내가 승무원이다 보니 일의 특성상 해외로 비행을 하러 가면 2~3일 정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반찬을 해주시긴 하지만, 아침마다 제가 아이들을 깨우고 밥 먹여 학교·유치원을 보내야 했죠.  

그런데 간편식 시장을 찾아보니 조미료가 들어가 있거나 레토르트 식품이 대부분이었어요. 면역력이 중요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차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대디푸드 창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출처: 대디푸드

-요리를 잘하는 편이었나.  

“사실 저는 요리에 대해 전혀 몰랐었어요. 요즘에는 요리를 잘하는 남자들도 많아졌지만, 저는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맛 구별도 잘 못 했어요. 건강한 음식에도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맵고 달고 짠 음식을 좋아했죠.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웬만하면 간이 심하지 않은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먹일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계획했고, 주변에 가정간편식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10여 군데 가까이 공장을 돌아다닌 끝에 마음이 맞는 제조사를 찾았습니다. 이후 제조사와 협력해 첨가물 없이 사골과 도가니, 차돌양지 등 고기를 엄선해 가마솥에서 13시간 이상 우려낸 곰탕을 가장 먼저 만들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가장 먼저 먹어봤는데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제품화를 결정했습니다.”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은.  

“뼈와 고기 외에는 맛을 내기 위한 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실 균일한 맛을 내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고형분이나 농축액 등을 넣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13시간 이상 가마솥에서 제품을 끓여낼 필요도 없죠. 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찾다가 시작했다는 그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려고 하고 있어요.”

제품 제조 현장을 찾은 정태우. /대디푸드

대디푸드의 곰탕과 갈비탕을 조리한 모습

“제가 키가 큰 편이 아니어서 아이들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요. 성장기 아이들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먹이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곰탕이 딱 적합한 제품이었어요. 성분 검사를 해보니 단백질 함량은 우유보다 3배 높았고, 지방은 7분의 1 수준으로 낮았습니다. 칼슘이나 철분 등 무기질 또한 풍부하게 들어있어요. 성장기 아이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품이고 요리할 때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입점 준비 중  

지난해에는 사업 초반 기틀을 다지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제품 퀄리티 유지를 위해 제품 생산 관련 QC(Quality Control)에만 집중하고, 공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스페셜 라이어’ 공연이 끝난 후에는 지방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현재 영화 촬영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에는 사업 초기인 만큼, 사업에 집중하느라 연기 활동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속사에도 양해를 구하고 사업 초반 기틀을 다졌죠. 올해는 다시 본캐인 배우 활동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제품 생산하는 날에는 꼭 공장을 방문해 퀄리티를 확인할 예정이에요.”

대디푸드의 곰탕과 갈비탕을 조리한 모습. /대디푸드

-연기와 회사 운영 중 더 어려운 것을 꼽는다면.  

“제가 몰랐던 영역에 이제 막 뛰어들어서 사업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 활동할 때는 매니저도 있고, 회사도 있잖아요. 저는 현장에서 역할에 충실하고, 좋은 작품 만드는 데만 최선을 다하면 되죠. 그런데 사업은 신경 쓸 게 정말 많아요. 제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은 채로 선장의 노릇을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초반에는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많이 배워나가고 있어요.”  

-목표는.  

“저희 음식을 많은 분이 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품 출시 초기 SNS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해지면서 20대부터 40대분들에게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연령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인 만큼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현재는 온라인몰에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을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식품 사업을 하다 보니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이에요.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 기대해주세요.”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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