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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일할 때 같이 일하고 남들이 쉴 때 같이 쉬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다. 휴일 도로는 늘 꽉 막혀 있다. 관광명소에 가도 사람에 치여 쉬었다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일하는 날 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남들이 일하는 날 노는 회사들을 조사해봤다. 

과거 식목일(4월5일)과 제헌절(7월 17일)은 공휴일이었다. 하지만 식목일은 2006년, 제헌절은 2008년 공휴일 명단에서 사라졌다. 2005년 주5일 근무제를 확대 시행하면서 경제계가 휴일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식목일과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여전히 식목일과 제헌절에 쉬는 회사가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다. 이들 회사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식목일과 제헌절에 쉬기로 했다. 만약 식목일과 제헌절에 일했다면, 다른 날 대체 휴무를 준다. 아쉽지만 직원 모두가 쉬지는 않는다. 회사와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에 노조 소속이 아닌 간부들은 출근해야 한다. 그 기준은 과장이다. 쉽게 말해 과장 이상 간부라면 식목일과 제헌절에도 쉬지 못한다.

공무원이 쉬는 날은 대통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사기업은 노사 합의로 휴일을 결정한다. 창립기념일, 노조창립기념일도 휴일로 합의해 쉴 수 있다. 

SK그룹은 2019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SK주식회사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 쉰다. SK텔레콤은 셋째 주 금요일을 해피프라이데이(Happy Friday)로 지정해 전 직원이 쉰다. 그러나 SK의 모든 계열사가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계속 생산설비를 돌려야 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주 4일 근무제 혜택을 보지 못한다.

최근 주 4일 근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2019년에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2020년에 전면 시행했다. 에듀윌은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쉴 수 있다. 이른바 드림데이다. 요가복 브랜드 뮬라웨어·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마스·화장품회사 에네스티도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남들보다 쉬는 기념일이 거의 2배 많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대사관 직원들이다. 예를 들어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11월 11일에 쉰다. 11월 11일이 미국 휴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날은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이외에도 마틴 루터 킹 기념일(1월 18일), 대통령의 날(2월 15일)과 같은 미국 공휴일에도 쉰다. 물론 우리나라 휴일에도 쉰다. 이는 다른 나라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각국 대사관은 본국의 휴일과 주재국의 휴일에 모두 쉰다. 일본대사관은 일본 휴일에도, 중국대사관은 중국 휴일에도 쉬는 식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방 공휴일 제도가 있다. 지방 공휴일 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제주도와 광주 2곳이 지방 공휴일을 지정했다.

제주도는 2018년 전국 최초로 지방 공휴일을 지정했다. 4.3 희생자를 추념하기 위해 4월 3일을 지방 공휴일로 정했다. 이날 제주도의회· 본청·하부행정기관·직속 기관·사업소·합의제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은 쉰다. 광주시는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5월 18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5월 18일에 광주시의회·본청 등은 문을 닫는다.

그러나 지방 공휴일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쉬는 것은 아니다. 휴무 대상은 시·자치구·산하기관 등의 공무원이다. 국가직 공무원, 일반 사기업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한다. 또 학생들도 정상 등교한다. 

4월·7월·11월에는 공휴일이 없다. 그러나 자동문 전문업체인 코아드(COAD) 직원들은 공휴일 없는 달에도 하루씩 쉰다. 코아드는 공휴일이 없는 달 첫 주 금요일을 부부데이트 날로 지정해 쉰다.

코아드 이대훈 대표는 2020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결혼한 뒤엔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가지 않으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부부 데이트 휴일이다. 아이 있는 부모가 진짜 쉬려면 되려면 평일에 쉬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아드는 복지가 좋은 중소기업으로 유명하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대표를 2019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신입사원 초봉은 4000만원이다.

러쉬코리아는 반려동물친화기업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은 기르던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1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러쉬 코리아 우미령 대표는 가족중심, 특히 기혼자 중심이 아닌 복지제도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가 없는 직원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이 어떤 게 있을까 궁리 끝에 실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러시코리아는 반려동물도 가족구성원으로 봐 월 5만원의 수당을 준다.

이 밖에도 해외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휴가가 있다. 영국 양조회사 브루도그(Brew Dog)는 직원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일주일간 유급 입양 휴가를 준다. 일종의 출산휴가인 셈이다. 일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유레카는 반려동물이 병원에 가야 하면 연 3회 반차를 허용한다.

택배 회사 4곳(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비스·로젠택배)은 8월 14일에 쉰다. 이 회사들이 택배 전체 물량의 80%를 처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8월 13일 한국 통합물류협회, 4개 택배사와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례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8월 13일 공휴일이면 대체휴일을 지정해 택배 기사들이 하루를 쉬도록 했다. 

그럼 이번 4월 7일 재·보궐 선거일에는 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선거일은 휴일이 아니다. 원래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일”이 공휴일(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 10의 2항)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하는 이유는 서울시장의 사망과 부산 시장의 사퇴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전투표 기간(4월 2일~4월 3일)과 선거일(4월 7일)에 모두 일하면 고용주에게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 고용자는 근로자가 투표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일 전 7일(3월 31일)부터 선거일 전 3일(4월 4일)까지 인터넷 누리집, 사보, 사내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또 근로자가 투표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를 보장해줘야 한다.

글 jobsN 백지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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