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재활용을 처벌 못한다니 말이 됩니까"

조회수 2021. 4. 5. 0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음식물 재활용한 이 유명 뷔페 처벌받지 않은 이유는?

음식점에서 김치 하나도 편하게 못 먹는 시대다. 얼마 전 한 중국인 남성이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자신을 굴삭기 기사라고 소개하며 “여러분이 먹는 배추도 내가 절인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중국산이면 아예 먹지 않겠다는 손님도 늘고 있다. 국내산 김치가 수입산에 비해 3~4배 정도 비싸 중국산 김치를 쓰는 음식점이 많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알몸김치

김치 출신뿐만 아니라 남이 먹다 남긴 김치인지도 걱정해야 한다. 부산의 한 유명 돼지국밥 식당에서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실시간 방송됐다. 유명 아프리카TV BJ인 파이는 지난 3월7일 가족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영상에는 한 직원이 손님이 남긴 깍두기를 가져와 큰 깍두기 통에 넣었고, 다른 직원이 같은 통에서 깍두기를 덜어 새 그릇에 담는 장면이 담겼다.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이 반찬 재사용 문제를 지적했고, 해당 영상이 인터넷과 SNS 등에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부산 동구청 환경위생과는 해당 식당에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출처: BJ 파이 영상 캡처

◇코로나 시국에 음식 재탕 사건만 벌써 2번째


깍두기 재사용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경남 창원의 한 식당도 음식물을 재사용해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번엔 동태탕 집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탕에 들어가는 곤이(물고기 뱃속에 있는 알 또는 물고기의 새끼)를 재사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동태탕에 곤이를 추가하고 음식을 기다리던 중 주방에 있던 직원이 냄비에서 무엇을 덜어내더니 큰 냄비를 끓이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직원이 덜어낸 냄비는 옆 테이블 일행이 남긴 음식이었다. 이어 “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이길래 ‘재탕하느냐’고 따지자 직원이 ‘개밥 주려고 끓였다’고 음식 재탕을 부인했다”며 황당해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A씨가 다음 날 식당 사장과 통화했지만 사장은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할 뿐이었다. 음식을 재사용한 식당 종업원은 “냉동 곤이를 녹이는데 시간이 걸려서 남이 먹다 남은 걸 넣었다”며 “팔팔 끓여서 줬지 않냐”고 오히려 화를 냈다. 그리고는 “약 값으로 20만원 줄 테니 넘어가자”고 했다. A씨는 업주와의 통화 내용을 모두 녹취했고 해당 내용을 진해구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코로나 시국에 음식 재탕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이제 밖에서 음식을 못 먹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해구청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해당 식당에 영업정지 15일간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JTBC 영상 캡처
(왼) 목격자가 작성한 글, (오) 음식물을 재사용한 동태탕 식당의 주방 모습. 그 옆은 작성자가 첨부한 식당 영수증이다

정부는 음식물 재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이를 처벌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지난 2009년 7월 4일 시행했다.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재활용한 업주는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1년 안에 다시 적발당하면 영업정지 2개월, 3번째는 영업정지 3개월, 4번째는 영업허가 취소 또는 음식점 폐쇄 처분을 받는다.


◇뷔페 재사용에 배신감 느낀 소비자들


대형 프랜차이즈라면 음식 재탕 걱정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18년 해산물 뷔페 ‘토다이’가 음식물을 재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토다이 평촌점은 남은 초밥 위에 올라간 찐 새우나 회 등을 걷어 롤과 유부초밥 재료로 재활용했다. 팔다 남은 연어회나 중식·양식 코너에서 남은 탕수육과 튀김류도 롤을 만드는 재료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팔리지 않은 게를 냉동한 뒤 주문이 들어오면 해동해 다시 손님에게 제공했다. 토다이 직원은 “출장 뷔페에서 사시미(회)로 쓰고 남은 걸 가져와서 쓰라고 한다”며 “물이 빠져서 흥건한데 그걸 다시 사시미로 낸다”고 했다. 팔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단체 채팅방을 통해 조리사들에게 전달했다. 당시 근무하던 조리사들은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음식물 재사용 실태를 언론에 고발했다. 

출처: SBS 뉴스8 영상 캡처
음식물 재사용 하는 방법을 시연하는 모습과 지시 내용

토다이 측은 주방 총괄 이사가 모든 지점에 회를 재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이 아닌 진열했던 음식을 재사용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토다이 대표이사는 "셰프들이 스시가 단백질도 많고 좋은 음식인데 이걸 버리냐고 해서 롤에다가 제공했다"며 "생선이 여러 종류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고 설명해 비난을 받았다. 보도가 나간 후 논란이 이어지자 토다이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토다이는 “소비되지 않은 음식 일부를 조리해 다른 음식에 사용한 데 잘못을 인정한다”며 “이 일을 계기로 이와 같은 재조리 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다이는 위에 있는 돼지국밥집이나 동태탕집과 달리 처벌을 받지 않았다.


◇남이 먹다 남긴 음식 팔아도 불법 아니에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식품접객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등)를 보면 식당에서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은 다시 사용·조리하거나 보관할 수 없다. 부패하거나 변질되기 쉬워 냉동·냉장시설에 보관·관리해야 하는 식품은 재사용을 더욱 엄격히 금지한다. 하지만 위생·안전·신선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3가지 종류의 식품들은 재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예외는 조리·가공이나 양념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척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다. 상추·깻잎·통고추·통마늘 등 채소와 방울토마토·포도 같은 과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메추리알·완두콩·땅콩·바나나처럼 껍질째로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는 식품들이다. 세 번째는 뚜껑이 있는 용기에 두고 집게 등으로 손님이 알아서 덜어먹을 수 있게 제공하는 음식이다. 고춧가루·소금·후추가루 등이다. 이 음식들은 손님상에 나갔더라도 재사용할 수 있다.


토다이 측은 뷔페가 세 번째 예외규정에 속한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뷔페 음식은 손님들이 덜어갈 수 있게 진열하기 때문이다. 또 “뷔페 진열 음식의 경우 재사용 음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도 있었다. 결국 토다이에 처벌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가 위생을 걱정할 만한 사안이지만 법령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토다이는 생선초밥을 제공할 때 뚜껑이 있는 용기에 담아 제공하지 않았다. 생선회는 부패·변질 되기 쉽고, 냉동·냉장시설에 보관·관리해야 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식품 전문가들도 소비자 신뢰 차원에서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령 위반이 아니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신을 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제 2의 토다이 논란을 막고자 2018년 뷔페 재사용 음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금은 2시간 이상 진열한 음식은 전량 폐기해야 한다. 남은 음식물을 새로 교체하는 음식물에 함께 담아서도 안 된다. 생선회·초밥·김밥·튀김·게장·케이크 등 진열 음식이 대상이다. 다만, 바나나·귤 등의 과일이나 야채·견과류·과자처럼 덜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재사용할 수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뷔페음식점 등 위생 가이드라인

◇음식물 쓰레기 줄이려는 인식 필요해


현실적으로 음식물 재사용을 단속하기는 어렵다. 반찬을 재사용했다는 의혹이 있거나 신고를 해도 업주가 아니라고 우길 경우에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위의 사건들도 카메라로 촬영을 하거나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 음식점들이 처벌받았다. 음식 재사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이 있으나마나한 법안으로 전락하면서 시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법적인 단속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음식 하나를 주문해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이 3~4가지가 그냥 나온다. 더 시켜도 공짜다. 반찬은 공짜라는 인식 때문인지 가져가 놓고 남기기 일쑤다. 식당 벽에는 ‘먹을 만큼만 덜어가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식당 입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손님이 음식물을 최대한 남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욕심 부리지 않는 식문화도 함께 해야 한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