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에르메스백을 모피 대신 이것으로 만든다는데..

조회수 2021. 4. 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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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가 3년 동안 버섯 연구에 공들인 이유
패션업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
선인장·파인애플·한지로 가죽 만들어
“모피로 만든 옷 패션쇼 무대 못 선다”
출처: 마이코웍스 제공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버섯 핸드백과 균사체로 만든 대체 가죽.

최근 ‘버킨백’으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2021년 안에 ‘버섯 핸드백’을 선보인다고 발표해 화제입니다. 대체 섬유를 만드는 신소재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손잡고 버섯을 활용해 만든 비건 가죽 제품을 내놓기로 했는데요. 송아지 가죽 대신 버섯 뿌리균사체에서 추출한 실로 만든 실바니아(Sylvania)와 캔버스를 결합해 제작할 예정입니다. 에르메스는 가죽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 연구에 3년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모피 안써요” 달라진 패션업계


에르메스뿐 아닙니다. 패션업계에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채식주의 트렌드와 함께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의류업계의 제품 제조 방식도 변하고 있는데요. 오랜 기간 동물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모피와 가죽을 대체할 소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찌는 이미 지난 2017년 10월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2018년부터 인조 모피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찌에 앞서 폴로 랄프로렌·캘빈클라인·조르지오 아르마니·타미힐피거 등이 동물 털로 옷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프라다 또한 2020년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부터 인조 모피를 활용한 제품만 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 4대 패션쇼인 ‘런던 패션위크’는 모피로 만든 옷은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출처: 이민정 인스타그램 캡처
평소 인조 모피(페이크 퍼)로 만든 옷을 입기로 유명한 배우 이민정.

패션 브랜드들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요. 업계에선 단순히 유행이 변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올해부터 동물 모피를 만들거나 모피로 만든 제품을 사고 팔 수 없습니다. 옷, 핸드백이나 액세서리 등 어떤 제품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만든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반영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2023년부터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앞으로는 모피뿐만 아니라 동물 가죽으로 만든 제품의 거래 자체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파인애플·선인장으로 대체품 생산···‘한지 가죽’도 나와


동물 복지를 고려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을 지향하는 분위기 탓에 전 세계에서 대체 가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버섯뿐 아니라 여러 식물이나 자연에서 유래한 천연 재료가 가죽을 대체할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냐텍스(Piñatex)는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식물성 가죽입니다. 영국의 디자이너 카르멘 히요사가 가죽을 만들 때 동물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고 동물 가죽을 대체할 소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전 세계에 파인애플을 수출하는 필리핀에서 영감을 떠올려 5년 연구 끝에 피냐텍스를 개발했습니다.

출처: PETA UK 유튜브 캡처
가죽 제작을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들.

수확 후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에서 섬유질을 추출하고, 햇빛에 말린 뒤 왁스 가공하면 대체 가죽으로 재탄생합니다. 피냐텍스는 동물 가죽 무게의 4분의 1수준으로 가볍고, 가격도 가죽의 약 70% 수준이라 생산 단가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또 동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필리핀 파인애플 농가 수입에도 도움을 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피냐텍스로 만든 신발을 선보였는데요. 국산 브랜드 마리스파인애플도 카드지갑과 백팩 등을 피냐텍스 가죽으로 제작해 판매 중입니다.


선인장으로 만든 대체 가죽 데저토(Desserto)도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의 사업가 2명이 대체 가죽 소재를 고민하다 현지에서 잘 자라는 선인장을 떠올려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선인장을 채취해 햇볕에 3일 이상 말린 뒤 분말로 만들어 인조 가죽 제작에 쓰이는 다른 재료와 배합해 가공합니다. 데저토로 만든 핸드백 등 패션 소품은 수명이 10년이 넘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다고 합니다. 이미 멕시코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제품화가 진행 중입니다. 

출처: 한원물산 홈페이지 캡처
한원물산이 한지 가죽 ‘하운지’로 만든 핸드백.

우리나라 기업도 가죽을 대체할 소재 개발에 한창입니다. 원단 제조회사 한원물산은 2015년 한지 가죽 ‘하운지’를 선보였는데요. 닥나무 인피로 제작한 한지와 면을 배합해 대체 가죽을 만들었습니다. 닥종이를 여러 겹 붙인 한지 가죽은 고려 시대에도 쓰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송나라 손목의 기행문 ‘계림유사’에 고려인이 가죽 대신 닥종이로 만든 의혁지를 썼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스튜디오톰보이가 하운지로 제작한 재킷과 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원물산은 의류뿐 아니라 하운지로 만든 자동차 내장재도 개발 중입니다. 정우한 한원물산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친환경 소재에 대한 국내외 업체들의 러브콜이 늘고 있다”라며 “2021년 안에 차량 내장재에도 하운지를 쓰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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