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대신 OO심었더니.."수익 200% 늘었죠"

조회수 2021. 3. 23.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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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대신 OO심었더니.. "수익이 200% 늘었다"

아열대 채소 대표농가 ‘투이네 채소농장’ 김수연씨

호박 대신 호박순 즐기는 베트남 장모 보며 작목 전환

“전국 제1의 아열대 채소 생산농가 될 것”


롱빈, 차요테, 카이란, 고수, 오크라, 까파오…

전북 정읍시 태인의 농민 김수연(48)씨가 재배하는 작물들인데 솔직히 ‘고수’ 하나 빼놓곤 모두 처음 들어봤다. 동남아시아 채소들로, 베트남·태국·미얀마 등지에선 배추·상추·시금치·고추같이 흔히 소비되는 것들이라고 한다. 흥미로우면서도 한 편으론 ‘이것을 누가 다 사갈까’하는 걱정도 든다.


괜한 걱정이다. 김수연씨는 “밀려오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많고, 수익도 한국 채소를 재배할 때보다 200% 늘었다”고 했다. 2017년 김씨가 아열대 채소 농장 ‘투이네 채소농장’을 연 후 정읍 지역에만 약 25개소의 아열대 농장이 생겨났다. ‘투이’는 베트남 출신인 김씨의 아내 이름이다. 투이네 농장은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의 아열대채소 현장시범농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누가 동남아 채소를 사가는 것인가?

‘투이네 채소농장’ 김수연씨. /jobsN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5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다. 중국인을 제외하면 단연 동남아 출신이 많다. 가공식품이야 쉬이 수입을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위한 신선식품은 거의 유통되지 않았다. 주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주문을 받아 전국 각지로 판매한다. 우리 고객들은 외진 농촌에 살거나 일하느라 장보러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위주로 판매가 이뤄진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고향을 오갈 수 없는 이들의 향수를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우리농장 채소 뿐이다. ‘록아이’란 고급 채소의 경우 Kg당 6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였다.”


-어떤 계기로 아열대 채소를 재배하게 됐나?

다양한 아열대 채소들. /투이네 채소농장

“30대 까지 양식 요리사로 활동했다. 서울에서 일하다 고향 전주에 내 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매일 밤 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일하며 건강도 나빠졌다. 요리사라면서 부모님께 내 요리 한 번 대접할 시간이 없다니 회의감이 들었다. 마침 귀농을 하는 매형을 보며 나 역시 귀농을 결심했다. 정읍에 자리를 잡고 양계장을 운영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귀농한 친구의 추천을 받아 한켠에 애호박도 심었다.”


-애호박이 아열대 작물인가?

다양한 아열대 채소들. /투이네 채소농장

“그게 아니고… 마침 장모님이 와계셨는데, 애호박은 두고 호박순과 호박꽃을 따시는게 아닌가. 베트남에서 호박순은 대쳐서 피쉬소스에 찍어 먹고, 호박꽃은 전골에 넣어 먹는다. 수박도 그랬다. 한국에선 상품성 있는 수박을 재배하기 위해 한 줄기에 수박 1~2개만 남기고 나머진 따서 버린다. 그런데 장모님은 이 작은 수박으로 피클을 만드시더라. ‘아 이거구나’ 싶었다. 호박순만 따로 따서 팔았다. 그해에 애호박보다 호박순으로 돈을 더 벌었다.”


-그 이후로 본격 동남아 채소를 재배한 것인가?


“베트남 갓배추를 시작으로 오크라, 카이란, 공심채, 인디언시금치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 현재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총 30여종에 달한다. 베트남 뿐 아니라 태국, 캄보디아, 심지어 스리랑카인들도 주문을 한다. 아열대 지역 작물이기 때문에 겨울 혹한기에도 영상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 두꺼운 부직포로 된 보온 커튼을 두르는 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다만 보온 외에는 재배가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한 두 품목에 집중해 대량생산하는 편이 낫지 않나?

아내 흐엉투이(왼쪽)씨와 함께 작물을 살피고 있다. /투이네 채소농장

“우리는 주로 온라인 개인판매를 한다. 규모가 큰 도매상이라고 해봐야 주문량이 수십 Kg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품목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동남아 채소 재배가 수익이 좋다고 소문이 나며 재배 농가가 급증했다. 그런데 판로를 확보하지 않고 재배부터 하면 실패할 위험이 크다. 한국 채소는 공판장을 통해 판매하면 되지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동남아 채소는 많이 생산하면 버려야 한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고수 등의 수경재배에 도전할 계획이다. 앞으로 내국인들의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판로도 다각화할 것이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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