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vs 포키 분쟁, 미 법원의 선택 나왔다

조회수 2021. 3. 2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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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빼빼로vs일본 포키 승자 나왔다
'특징적이지 않은 디자인'에 소송 기각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받지 못한 포키

'길쭉한 초콜릿 막대 과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질문에 대부분 '빼빼로'라고 답할 것이다. 빼빼로는 1983년 롯데제과에서 출시한 초콜릿이 묻어있는 긴 막대 과자다. 초콜릿이 묻어있지 않은 부분을 손잡이처럼 잡고 먹는다.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온 과자지만 그 시간 동안 빼빼로를 따라다닌 꼬리표가 있다. '일본 표절 과자'라는 꼬리표다. 여기서 빼빼로가 표절했다는 과자는 일본 글리코사의 포키다. 막대 과자로 빼빼로보다 조금 더 얇다. 빼빼로보다 17년 먼저 출시돼 한국에서는 빼빼로의 원조 과자라는 수식어가 있다.


빼빼로가 2021년 1월 '포키 표절 과자'라는 꼬리표를 뗐다. 포키 제조사 글리코와의 소송에서 롯데제과가 승소했기 때문이다. 1월26일(현지시각) 미국 제3연방순회 항소법원의 판결로 6년 동안 이어온 긴 상표 분쟁이 끝났다. 초콜릿 입힌 막대 과자라는 같은 모양의 과자가 6년 동안 공방을 벌이게 된 계기와 판결 과정을 알아봤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미국에 먼저 진출한 포키, 빼빼로에 경고장 보내


글리코는 1966년 포키를 출시하고 1978년 미국에 진출했다. 당시 에자키 글리코는 미국 특허상표청에 포키 외형 두 가지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등록했다. 하나는 '초콜릿을 입힌 막대 과자'였고 다른 하나는 '아몬드 조각이 섞인 초콜릿이나 크림을 부분적으로 입힌 막대 과자'였다.


이때 트레이드 드레스는 색, 크기 모양 등 제품의 고유 이미지를 만드는 복합적인 요소다. 디자인이나 상표와는 다른 개념이다. 색상, 모양 등 겉으로 보이는 요소만으로도 제품을 구분할 수 있을 때 인정하는 재산권이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병이 있다. 타제품 음료수병과 다른 모양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코카콜라라고 알 수 있다. 디자인만 보고 해당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다면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후 2000년 롯데제과가 빼빼로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에자키 글리코의 경고는 그 전부터 시작됐다. 에자키 글리코는 1993년~1995년 미국에 등록한 트레이드 드레스를 바탕으로 롯데제과에 미국 내 빼빼로 판매를 중단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이를 무시한 채 수출을 진행했다.


결국 에자키 글리코는 2015년 7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롯데제과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포키의 형태가 기능적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에자키 글리코는 불복해 항소했고 2020년 10월 제3순회항소법원은 롯데제과의 승소를 인정했다.


그러나 국제상표협회, 미국제과협회 등에서 원고 에자키 글리코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청원하는 소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합의부 재심리를 수용해 2021년 1월 새로운 판결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롯데제과의 승리였다.

출처: 코트라 홈페이지 캡처

외형이 기능적이면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받지 못해


에자키 글리코의 포키는 빼빼로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트레이드 드레스 등록까지 했지만 결국 보호받지 못했다. 왜 보호받지 못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트레이드 드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기능성이 아닌 고유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들이다. 법원은 포키의 제품 디자인이 기능적이라고 판단해 빼빼로의 손을 들어줬다. 디자인이 기능적일 경우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디자인의 기능성을 입증하는 방법을 포키에 적용하면서 왜 포키 디자인이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을 수 없는지 설명했다. 우선 제품의 형태 혹은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기능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포키는 초콜릿 과자지만 초콜릿을 손에 묻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법원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포키의 디자인이 기능적이라고 밝혔다.


또 제조사에서 해당 제품의 디자인이 유용하고 실용적이라는 것을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다. 에자키 글리코는 포키 광고에서 손에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과자라고 강조해왔다. 법원은 이런 광고와 마케팅 역시 포키 디자인이 고유성보다는 기능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포키의 디자인은 유용하기 때문에 고유하기보다는 기능적이다. 고로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고 롯데제과를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해태제과, star ucc 유튜브 홈페이지
포키 광고와 빼빼로 광고.

표절 혐의 벗은 빼빼로, 포기하지 않는 포키


승소 후 표절 혐의를 벗은 롯데제과는 손해배상 책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논쟁이 곧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상표협회 데이비드 번스타인 대리 변호사는 판결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용한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상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 번 법원 판결이 연방대법원의 기능성 분석 기준과 달라 에자키 글리코가 조만간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트라 뉴욕무역관 관계자는 트레이드 드레스 등록을 생각하고 있는 기업에 포키와 빼빼로 상표권 분쟁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계자는 "자사의 제품 트레이드 드레스 출원을 고려 중이거나 타사의 유명 트레이드 드레스와 비슷한 모양의 후발 제품 출시를 앞둔 국내 기업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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