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배그'로 대박낸 남자가 킥보드 만드는 이유

조회수 2021. 3.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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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배그'로 대박낸 투자 심사역이 전동킥보드 만드는 이유는
전동킥보드 제조 업체 ‘맥스모빌’ 박영찬 대표
기존 제품 분해 후 재조립해가며 제품 개발
“단거리 이동 늘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성장할 것”

“2008년 CJ창업투자(CJ창투)에서 투자 심사역(벤처캐피탈리스트) 일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게임 분야 투자를 담당하던 VC 한 분이 퇴사하면서 자리가 났었는데요. 제가 대학생 때와 대학 졸업 후, 게임 관련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두 번이나 창업해본 경험도 있고, 망해보기도 했고, 직장생활도 해봤던 경험이 있어 입사할 수 있었어요.”


창업 경험과 투자 심사역은 또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인정받지는 못했다. 입사할 때 제안받은 연봉은 40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입사 후 넘겨받은 프로젝트를 검토하다가 법원에 계류돼있던 투자 프로젝트를 해결해 바로 2억원을 회수했다. 이후 첫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12년 동안 일한 투자업계를 떠나 전동킥보드를 만드는 퍼스널 모빌리티 회사 맥스모빌을 이끄는 박영찬(44) 대표의 이야기다. 심사역으로 일했던 경험부터 그가 다시 창업가로 변신한 이유를 들어봤다.

출처: 맥스모빌
맥스모빌 박영찬 대표

◇공유 킥보드 업체, 하드웨어에 많은 비용 쓰는 것 보고 창업 결심


-처음 투자를 결정했던 회사를 기억하고 있나. 


“'레전드 오브 마스터'라는 게임을 만든 모바일 게임사였습니다. 당시 시장에서 ‘피처폰 게임은 거의 끝물’이라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저는 오히려 2억원을 투자를 결정했고, 그 회사가 투자 후 매출 160억원을 기록했죠. 그러면서 회사 내에서 점차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게임뿐 아니라 영화에 투자해 볼 기회도 있어서 2009년도에는 ‘해운대’와 ‘국가대표’에 투자를 결정했어요. 두 영화 합쳐서 누적 관객이 2000만명이 넘으면서 2010년대 초반 스타 VC로 성장하면서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죠.” 


-이후 10년 넘게 VC로 일했다. 


“CJ에서 9년 정도 일하고 센트럴투자파트너스로 이직을 했습니다. 센트럴에서는 대표적으로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사 크래프톤 관련 투자를 맡았었는데요. 당시 다른 분께서는 단기투자로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자고 하셨고, 저는 장기투자로 오래 가자는 입장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제 의견대로 장기 투자를 진행했고, 결과도 좋았죠. 이외에 게임과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캡처
박 대표가 VC 시절 투자를 결정했던 영화 ‘해운대’, ‘국가대표’의 한 장면

-전동킥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8년 센트럴을 그만두고, 잠시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 일했었는데요. 데이터를 살펴보니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하드웨어 구매비, 즉 전동킥보드 구매비로 쓰고 있었어요. 중국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했는데, 중국 외에는 전동킥보드를 대량으로 제조하는 곳이 없다 보니 가격협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또 A/S도 잘 안 해줘서 고장 나면 새 제품을 살 수밖에 없었죠. 운영을 개선해서 고정 지출을 줄여도 계속해서 기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한 제품에 대한 설계라도 직접 하지 않으면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국내에 전동킥보드 제조 스타트업을 차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가격 낮추고 사양 높여 


-국내에서 전동킥보드를 만드는 공장이 없었는데, 엔지니어는 어떻게 섭외했나. 


“센트럴에서 일할 때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도 투자했던 적이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투자는 잘 안 됐고, 회사는 망했어요. 맥스모빌을 창업하기로 한 후 흩어진 엔지니어들 한 분 한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 ‘우리가 비록 전기차는 만들지 못했지만, 전동킥보드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겠냐’며 설득했고, 그렇게 6명이 모였습니다.” 

출처: 맥스모빌
맥스모빌의 전동킥보드

-샘플을 만드는 데 5개월이 걸렸다고.


“전동킥보드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구조체가 복잡해요. 전기와 전자, IT기술을 다 구사해야만 전동킥보드를 만들 수 있는데요. 여러 분야 접목되지 않으면 만들기 어려운 기계여서 세계적으로도 전동킥보드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이 거의 없습니다. 먼저 기존 회사들의 주요 제품을 구매해서 분해했습니다. 제품을 분해하고, 부품을 분석한 후 이를 역순으로 만들어가면서 제조 공정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후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저희가 직접 하고, 부품까지 사서 중국 제조공장에 보내면 그 공장에서 조립만 해주는 OEM 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했습니다.” 


-샘플을 만드는 것과 제품을 양산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인데. 


“OEM 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모든 품목에 대해 상위 품목과 부품의 관계와 사용량, 단위 등을 표시한 BOM(Bill of material)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또 BOM에 맞춰서 공급망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런 과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필요한데, 다행히도 저희 엔지니어들이 전기차 회사에서 일하며 이 과정을 겪어본 경험이 있었죠.” 


-기존 중국 업체에서 만드는 전동킥보드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가격은 낮추고 사양은 높였습니다. 현재 맥스모빌 제품은 1대에 75만원인데요. 1000W(와트) 출력의 모터를 사용하고 바퀴는 10인치입니다. 또 한 번에 40km를 주행할 수 있는 15A 배터리를 쓰고 있어요. 이와 비슷한 사양의 중국산 모델을 사려면 최소 90만원은 줘야 합니다.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제조 공장에 조립만 맡기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었어요.  또 맥스모빌 기기 전용 스마트폰 앱도 출시했는데요. 이를 통해 기기 잠금을 설정하고, 가족들과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등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터 출력을 올린 이유는 보다 더 한국 지형에 맞는 킥보드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중국도 그렇고 미국, 유럽 등에서는 평지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저출력 모터를 사용해도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데 큰 무리가 없죠. 하지만 한국은 언덕이 많기 때문에 지형에 맞게 높은 곳도 잘 오를 수 있도록 모터 출력을 높였습니다.”

출처: 맥스모빌
중국 제조공장에서 부품을 전달 받은 후 조립하는 과정

◇공유 킥보드 업체 대상 B2B 제품도 만들 계획


-VC 출신으로서 전동킥보드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본 근거가 있나. 


“2000년대에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20대 대학 졸업생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비율이 줄어들었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면허 취득률이 60~70%에 달했는데, 2000년 이후에는 40%도 채 안 될 정도에요. 지구 인구는 계속 늘고 있고, 이동 수요는 줄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도시 거주 인구 비중을 살펴보니,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대도시에 살고 있었어요. 주로 역 근처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죠. 도시화가 인구 변화에 영향을 미쳤고, 이동하는 반경도 변화시킨 것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한, 단거리 이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게다가 전동킥보드는 B2C뿐 아니라 B2B, B2G도 가능한 제품이에요. 수출도 가능하죠. 세계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제조하는 곳이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해도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죠.”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창업 초 2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사실 VC로 일했던 만큼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IR(기업설명회)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제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제품을 양산하면서 양산 비용도 추가로 많이 필요했는데요. 벤처스퀘어에서 추가로 1억원을 투자받고, 신용보증기금에서도 3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VC 시절 알게 된 한 대표님이 투자를 해주셨는데요. 당시 투자를 하고 싶었는데 펀드 사정상 투자하지 못했던 회사의 대표님이셨습니다. 비록 투자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회사가 잘 되고 성장하면서 저를 회사에 CFO(최고재무관리자)로 영업하기 위해 찾아오셨었어요. 창업했다고 말씀드리니 그러면 투자를 할 테니 겸직을 해달라고 제안해주셨죠. 덕분에 제품 양산 비용을 다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맥스모빌
제품 컨셉 발전 과정

-목표는.


“B2B용 공유 킥보드도 설계하고 있고,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중국 제조공장도 다변화해 제품 품질을 높이고 싶어요. 일부 라인업은 한국으로 옮겨와서 국내 생산도 시도하고 싶어요. 또 현재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상태라 현재는 판매율이 저조해요. 앞으로 계속해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오프라인 판매망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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