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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리 하던 공학도가 아빠 영향으로 만든 이것

조회수 2021. 7. 7.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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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공학·컴퓨터공학·제어공학도가 머리를 맞대 만든 뜻밖의 전통음식
출처: 올리브 유튜브 캡처

선우우연 광진기업 대표
4년 연구 끝에 냄새 없는 청국장 개발
“낫토보다 세계적인 청국장 만들 것”

삶은 콩을 볏짚에 싸 발효해 만드는 청국장. 섬유질이 많아 변비를 없애고, 막힌 혈관을 뚫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게 돕는 전통 건강식품이다. 청국장은 조선 중기 때 국내 문헌에 처음 등장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에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음식이 됐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청국장은 혐오식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수공학 박사 출신인 선우우연(39) 광진기업 대표는 청국장이 식탁에서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면 청국장을 다시 사랑받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식품공학·컴퓨터공학·제어공학 등 여러 분야 공학도들이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댔다. 4년 연구 끝에 냄새가 덜한 청국장과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청국장 간편식이 탄생했다. 선우 대표를 만나 공학도가 만든 청국장에 관해 물었다.

선우우연 대표. /광진기업 제공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발효 콩을 연구합니다. 제품 이름은 바이오청국장입니다. ‘바이오’가 생명이나 삶이란 뜻이잖아요. 함께 일하고 있는 아버지의 삶과 정성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또 유익균이 청국장에서 살아 숨 쉰다는 뜻도 있고요.

창업 전에는 외국계 회사에서 정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 등 수처리 설비를 설계하는 일을 했습니다. 공학적으로 접근해 물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명과 기술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생겼어요. 과학과 공학이 일상과 얼마나 밀접해 있는지도 배웠고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곤지암 열미리 공방에서 청국장을 제조하는 모습. /광진기업 제공

-왜 하필 청국장이었습니까.

“청국장을 고른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가 식품회사에 다니다 퇴직 후 작은 공방을 빌려 직접 청국장을 만드셨습니다. 가족 한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청국장을 쉽게 못 먹는 이유 중 하나가 특유의 냄새 때문인데요. 청국장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볏짚에 싸서 발효할 때 냄새나 불필요한 맛이 나요.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 냄새나 편견 때문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청국장 냄새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대로 한번 물건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도 아이한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건강식이 필요했고요. 나중에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동생까지 힘을 보탰습니다.”

청국장을 생산하는 곤지암 열미리 공방. /광진기업 제공

-연구 과정은 어땠나요. 공학도들이 연구에 참여했다고요.

“2014년 공방에서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2017년 뜻이 맞는 공학도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발효기, 멸균기나 증숙기(음식을 쪄서 익히는 기계) 같은 실험 장비를 들였어요. 또 배양기라 부르는 인큐베이터나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장비를 구해 과학적으로, 냄새 없이 발효하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볏짚에 있는 균이 청국장을 발효시키는데요. 어떤 균종이 발효되느냐에 따라 맛이나 냄새가 다 달라져요. 식품으로서 청국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균은 그대로 두고, 냄새를 유발하거나 좋지 않은 맛을 나게 하는 균은 배제하는 식으로 균을 분리 배양했어요. 그 뒤에는 분리 배양한 균을 삶은 콩에 묻히는 ‘접종’이란 걸 해서 배양기에 청국장을 띄웠습니다. 균이 최적의 상태로 생장하고 발육할 수 있게 만드는 활성도를 맞추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연구가 끝나고 2018년 12월 법인을 세웠어요. 2019년에는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냈습니다.”

바이오청국장 온라인몰에 달린 리뷰. /광진기업 판매 페이지 캡처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까.

“청국장을 한 조각씩 넣어 끓여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있고요. 끓이지 않고 아침 식사용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낫토형 청국장도 만듭니다. 청국장에 수제 치즈를 올린 이색 제품도 내놨는데, 금방 품절됐어요. 요즘은 끓여 먹는 청국장보다 과일이나 케익 등 디저트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더 인기입니다. 사실 찌개류 시장 규모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청국장을 HMR(가정간편식)이나 디저트 같은 간편식으로도 만든 거예요.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셈이죠. 아직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의미한 매출은 말하기 힘든데요. 온라인몰에서 반응이 점점 나타나고 있어요. 2021년이 가기 전 분말 타입이나 건강기능식품 형태 청국장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정말 냄새가 안 나나요.

"된장국 정도의 냄새만 나요. 청국장을 파는 식당에 가면 냄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외투를 벗어 따로 보관하고 밥을 먹잖아요. 집에서 먹는다 해도 머리카락에 냄새가 배일까 신경 쓰일 수밖에 없고요.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청국장의 ‘꾸릿꾸릿’한 진한 냄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예요.”

간편식 형태로 만든 청국장과 끓여먹는 제품. /광진기업 제공

-냄새 말고도 다른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내산 중에서도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DMZ)에서 자란 콩만 써요.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은 논지엠오(Non-GMO) 햇콩만 직매해 사용합니다. 제품 연구뿐 아니라 생산까지 직접 해요. 경기도 광주 곤지암 열미리 공방에서 모든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청국장을 발효할 때 큰 변수 중 하나가 물의 질인데요. 열미리는 예전부터 물이 좋은 곳으로 유명했어요. 공방 입지를 정할 때 이 부분을 특별하게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공방의 벽은 모두 통유리로 세웠어요. 제조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었거든요. 공방은 예약제로 방문할 수도 있어요. 이곳에서 쿠킹 클래스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치즈처럼 와인이나 커피와 함께 곁들여도 잘 어울리는 청국장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전통 식품인 청국장을 간편하게 즐기면 좋겠어요. 아침이나 점심 식사뿐 아니라 간식으로도 즐겨 찾는 음식으로 만들 거예요. 최종 목표는 청국장을 낫토보다 세계에서 더 인정받는 식품으로 만드는 겁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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