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는 부모 빽으로"..'아빠 찬스' 논란 또 터졌다

조회수 2021. 3.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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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쭉쭉빵빵 아가씨는 눈 보약", 아들은 "의대, 부모 빽으로 쉽게"
SNS에 “아들 조교수 됐다” 자랑하다
‘아빠 찬스’ 의혹 불거지자 계정 탈퇴
연재 중인 웹툰 둘러싼 논란도

‘아빠 찬스’가 또다시 논란이다. 이번엔 ‘만화가 의사’로 유명했던 정민석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과 교수다. 논란의 시발점은 정 교수의 SNS였다. 정 교수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아들이 오늘부터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 교실의 조교수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아들이)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의학박사를 받았다”며 “제 아들은 1989년 9월생이므로 만으로 31살에 조교수가 된 셈”이라고 적었다.

출처: 아주대병원 해부학 교실 홈페이지 캡처, 트위터 캡처
정민석 교수(왼쪽)와 논란이 된 그의 트윗

아빠 찬스, 혹은 엄마 찬스는 부모가 자식의 일에 개입해 대신 스펙을 관리해주거나 취업을 시켜주는 등 특혜를 주는 것을 말한다. 대학 부정 입학이나 취업 비리 등 지난 수년 동안 ‘부모 찬스’로 대표되는 공정성 논란이 화두였다. 여기에 정 교수는 아들이 박사 학위를 받고, 조교수가 되는 데 자신의 도움이 컸다는 것처럼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을 좌초한 것이다.


◇자랑 글 올리다 역풍 맞아 


이후 정 교수의 트윗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아빠 찬스 사용이 자랑할 일이냐”, “칠푼이, 팔불출 아빠다”라고 정 교수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또 “비리를 제 입으로 폭로했다”면서 “대학에서 제대로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부당하게 아들을 공저자로 올렸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 교수는 이날 또 다른 트윗에서 “제가 늘 이야기하는 신경해부학 교과서의 공동 저자가 제 아들”이라며 “보통 사람은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가 된 다음에 세계에서 이름나려고 애쓰는데, 제 아들은 조교수가 되기 전에 세계에서 이름났다”고 적었다. 

출처: 트위터, RISS 캡처
정 교수의 트윗(왼쪽)과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검색 화면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정 교수의 아들 정범선씨가 아버지 논문 다수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RISS(학술연구정보서비스)에서 검색되는 정범선씨의 학술지 논문 34개 중 정민석씨와 공저자인 논문이 20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논문 중 상당수에도 아들 정범선씨로 추정되는 'Chung BS'가 제1 저자라고 나와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교육부 감사 신청을 했다”며 교육부 민원 인증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 교수는 아들 관련 글을 삭제했고, 현재는 트위터 계정도 없앴다. 하지만 정 교수 부자를 둘러싼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의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0대 후반 A씨는 “의대뿐 아니라 일반 학부에서도 만 31세에 조교수가 되는 것은 어렵다”면서 “논문 공저뿐 아니라 조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정확하게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재 중인 만화에는 여성 비하 표현 다수 발견돼


정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일에는 정 교수가 아주대병원의 공식 홈페이지 ‘아주스토리’에 연재하고 있는 ‘정민석 교수의 만화세상-해랑 선생의 일기’라는 웹툰에 논란이 번졌다. 해랑 선생의 일기는 정 교수가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화해 해부학을 소재로 그린 만화다. 정 교수는 2006년 동명의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데 이어 최근까지 아주대병원 공식 홈페이지에 이를 연재해 왔다. 


네티즌들은 해당 웹툰에 여성을 비하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해랑 선생의 일기에는 “쭉쭉빵빵한 아가씨를 눈 보약이라고 하지”. “못생긴 여자와 놀아주는 것은 몸으로 때우는 일” 등의 표현이 나온다. “술을 더 가져와. 여자도”, “여성이 조심스럽게 지켜야 할 도리는 아랫도리” 등 성희롱성 발언도 다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제자를 두고 ‘술집에서 만난 아가씨인가? 그런데 내 집에 오면 어떡해? 내 지갑에 돈에 얼마 있지?” 등의 생각을 한 내용도 있었다.

이를 두고 “어떻게 지금까지 논란이 안 된 것인지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처참한 성인지 수준을 드러내는 만화다”, “교수가 공개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해도 되냐”는 비판도 있었다. 웹툰을 방치한 아주대병원 측의 책임을 묻는 지적도 쏟아졌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아주대병원 측은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현재는 해당 만화가 연재된 홈페이지 일부가 접속되지 않는 상태다.


◇아들도 “부모 빽으로 의대 가자”는 만화 그렸단 의혹 나와


정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 교수의 아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만화를 그렸다는 의혹도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에는 ‘정범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작가가 그린 만화가 여러 편 올라와 있었다.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가는 “어디 감히 일반 국민 따위가 공공의대를 넘봐?ㅋ”라는 말과 함께 ‘의대, 이제는 부모 빽으로 쉽게 가자’는 만화를 올렸다. 그는 추천입학제인 공공의대는 실력만으로는 못 들어간다면서 ‘부모님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크게 한 자리를 맡고 있다면, 당신도 이제 강남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정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퍼지면서 1일 이 작가의 만화도 돌연 삭제됐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선DB
‘정범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작가가 그린 만화(왼쪽)와 정 교수 아들 정범선씨가 정 교수의 실험실에서 조교로 함께 연구했던 당시 모습

한편 정민석 교수는 해부학 학습만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 작품인 ‘해랑이, 말랑이’(영어판 Anna & Tommy)는 과학인용색인확장(SCIE) 학술지 '해부과학교육'(ASE) 2017년 2월호에 실리기도 했다. 정 교수의 아들 정범선씨는 2014년부터 정 교수의 연구소에서 해부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만화 작업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아주대 의대 해부학 교실 홈페이지를 근거로 둘째 아들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정 교수의 둘째 아들도 현재 정 교수 연구실에서 특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아주대병원 측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병원 측은 "모든 논란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며 "확인을 마치는 대로 학교 측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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