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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해져서 올게요"..시보떡 말고 또 있었다

조회수 2021. 3. 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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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가는데 '답례'를 해야 한다고요?
휴직 전후로 답례하고, 승진 때 한턱 내고
관행처럼 굳어진 직장 내 답례 문화
“공무원 사회 ‘시보떡’만의 문제 아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옆 팀 직원이 출산휴가를 가기 전 팀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휴직 전후로 답례하는 문화가 있는 곳도 있었고, 없는 곳도 있었다.


최근 공무원 사회의 ‘시보떡’ 문화가 논란이었다. 공무원 임용 후보자들이 보통 6개월~1년의 시보 기간을 거친 후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는데, 이때 시보 해제를 앞둔 공무원이 동료와 선배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돌리는 떡이 시보떡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시보떡에 대한 새내기 공무원들의 고충이 퍼지면서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나서서 시보떡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시보떡만의 문제는 아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답례 선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수많은 ‘시보떡’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논란이 일었던 공무원 사회의 시보떡 문화. 떡뿐 아니라 쿠키, 음료, 수건 등 다양한 답례품을 돌린다.

◇엄연한 권리 행사 vs 회사 배려에 대한 성의 표시해야


A씨는 “회사마다, 팀마다 다른 것 같은데 팀에서 첫 육아휴직자라 고민이 된다”고 했다. 옆 팀에서 선물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퍼진 후로 팀원들도 은근히 기대하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 A씨는 “연차처럼 법으로 보장된 휴가를 사용하는데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한 것 같다”며 “이번 달 말일까지 근무인데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못 정했다”고 했다. 


A씨 외에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전후로 답례품을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육아휴직 답례’를 검색하면 적당한 답례품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다수 나온다. 추천 품목은 떡과 음료, 간단한 간식거리부터 견과류, 손소독제, 핸드크림, 양말 등 다양하다. SNS에도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실제 업체에서 주문받아 준비한 답례품 사진이나 후기 등이 수천건 이상 나온다. 주로 ‘배려해줘서 고맙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출처: 라인 커뮤니티 캡처
육아휴직 답례품에 대한 고민글 중 일부

이를 둘러싼 반응은 엇갈린다. 대부분 “엄연한 내 권리인데, 도대체 왜 직장에 답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답례품을 주는 문화 자체가 육아휴직을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기보다는 회사에, 팀에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받은 만큼, 작은 선물이라도 돌리는 게 성의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드라마에서 워킹맘으로 나온 배우 신은정(왼)과 SNS에서 ‘육아휴직답례품’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

◇승진한다고 밥 사고, 인사이동 때도 선물 돌리기도


이외에도 직장에서 답례를 해야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승진턱이다. 유통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B씨는 최근 대리로 진급하면서 팀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여러 번에 나눠서 밥값을 내야 했다. B씨는 “그동안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밥을 사긴 했지만, 지출이 생각보다 꽤 커서 당황했다”며 “최대한 기분 좋게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얇아진 지갑을 보면 씁쓸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파견근무 후 복귀하는 등 인사발령 때도 답례품을 돌리는 회사도 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C씨는 올해 초 서울에서 타지역으로 발령받았다. C씨는 발령 전에는 기존 부서 사람들, 발령 후에는 새 부서 사람들에게 커피와 쿠키 등 간식거리를 돌렸다. C씨의 회사에는 인사이동 대상자가 커피라도 한 잔씩 돌리는 게 문화처럼 형성되어 있다. C씨는 “회사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은데,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 몰라서 나 몰라라 하기가 힘들다”며 “5년 후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발령인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

◇간호사·교사도 답례품 때문에 속 앓이


사무직만의 고민은 아니다. 5년차 대학병원 간호사인 D씨는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인사 발령이 나면, 해당 간호사가 병동에 필요한 물품을 사주고 가는 문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2년 전부터 그 문화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신규 간호사가 입사 후 선배에게 업무 교육을 받는 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감사했다는 의미로 작은 선물을 한다”고 했다. 교육을 담당했던 선배뿐 아니라 병동 전체 간호사들에게 간식을 선물하는 병원도 종종 있다고 한다. 교육이 끝나고, 혼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기념하는 이른바 ‘독립 턱’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이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원장한테 꽃을 선물한다. 학원 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장모씨는 “원장이 스승도 아닌데 도대체 스승의 날을 왜 챙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챙길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는 원장 부부가 해외로 여행을 갈 때 선생님들이 돈을 모아 여행 경비를 대주는 어린이집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보떡 논란이 일었던 공무원 사회뿐 아니라 곳곳에서 관행처럼 답례 문화가 굳어졌다. 이를 두고 직장 선배가 후배에게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는 것도 직장 내 갑질에 속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나서서 시보떡 문화 근절을 외치고 있는 만큼, 시보떡을 넘어서 불필요한 직장 내 답례 문화 근절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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