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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쥐락펴락 '라면의 신' 최애 한국 라면은?

조회수 2021. 2. 28.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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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라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라면의 신'

더라면레이터(theramenrater.com) 운영자 한스 리네시


미국 워싱턴주의 작은 해안 도시인 에드먼즈에 사는 한스 리네시(Hans Lienesch). 세계 각국의 라면을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 더라면레이터(theramenrater.com)를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그에게는 ‘라면의 대부’ ‘라면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가 2012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 Top 10’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라면 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그동안 농심 ‘신라면 블랙’ ‘순라면’ ‘진짜진짜’, 팔도 ‘부대찌개라면’ ‘치즈라면’ ‘꼬꼬면’, 삼양식품 ‘구운면(한우 사골 매생이 탕면)’, 팔킨 ‘갈비의 기사’ 등의 한국 라면이 ‘Top 10’에 이름을 올렸고, 2020년에는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라볶이’가 3위를 차지했다. 역시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제일 매운 라면 Top 10’에는 ‘핵불닭볶음면’ ‘불낙볶음면’ ‘볼케이노 꼬꼬볶음면’ ‘불마왕’ ‘틈새라면’ 등 한국 라면이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평가한 라면은 3700여 가지. 그는 글과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으로도 각국 라면에 들어간 재료와 요리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다음 각 라면의 특징과 맛을 설명하면서 0점에서 5점까지 별점으로 평가한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 라면까지 그를 통해 세계 곳곳에 전해진다.


라면만 소개하는 게 아니다. 부대찌개, 짜장면, 짬뽕, 떡볶이, 치킨, 쇠고기장국 등 라면을 접목한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도 함께 알려준다. 채식 라면인 ‘순라면’에는 파·양파·버섯·고추·구운 두부·청경채를 올리고, 돼지고기 육수가 들어간 ‘진짜진짜’ 라면에는 파·양파·숙주나물·구운 돼지고기를, ‘짬뽕라면’에는 오징어 등 해물과 어묵을 올리는 그만의 요리법을 보면 한국 라면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처를 알려주면서 온라인 숍을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인인 그가 어떻게 라면의 매력에 빠져들었는지, 한국 라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이 궁금해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미국 워싱턴주 북서쪽 끝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이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는 닛신 로스티드 라면이라는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주시곤 했어요. 2분 정도 끓인 후 물을 빼고 달걀 두 개를 깨뜨려 넣어서 팬에 볶은 라면이었죠. 정말 맛있어서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시애틀까지 차를 몰아 대형 일본 슈퍼마켓에 데려가줬어요. 그곳에는 여러 나라의 온갖 라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저는 색색의 라면 봉지들을 보면서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죠. 노을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살면서 큰 불만은 없었지만, 다른 곳을 여행할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이상한 글자들이 적힌 봉지 안에 든 라면은 저를 이국적인 곳으로 데려다줄 것 같았어요. 새로운 라면을 먹어보는 게 제게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자, 모험이었어요. 그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흥미로워 보이는 라면 두세 가지를 찾아내 먹어보곤 했습니다. 요즘은 세계 각국의 라면 회사들이 제게 샘플을 보내면서 소개해달라고 하죠.”


전 세계 라면 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데요.

어떻게 라면 전문가로 명성을 얻게 됐습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진지하게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2002년에 직접 만든 웹사이트에 제가 먹어본 라면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평가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0점에서 5점까지 별점으로 평가했죠. 그저 다음에도 사 먹을지 말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핫소스를 평가하는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하느라 소홀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2010년 결혼과 함께 에드먼즈로 이사하면서 라면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아시아 식품을 판매하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었거든요.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운전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게 중요했어요. 매일 그곳에서 새로운 라면을 찾아내 먹어보면서 웹사이트에 평가를 남겼죠.”


그렇게 콘텐츠를 쌓아가다가 변곡점이 된 시점은 언제였나요.


“2년 정도 지나니까 400가지 라면에 대한 평가가 쌓였습니다. 제 웹사이트가 서서히 알려지면서 2012년 농심 미국법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와 아내를 초청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장을 보여줬죠. 정말 멋졌어요. 그 후 제가 매년 발표하는 ‘Top 10’ 리스트에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말레이시아·태국·대만 라면 회사들의 초청을 받아 그 나라들을 방문했어요. 아시아의 음식뿐 아니라 사람들, 문화가 너무 좋았고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진짬뽕

라면은 당신에게 특별한 음식이겠군요.

어떤 의미가 있죠?


“라면은 제게 신성한 음식이에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약해(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인정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얼마 안 되는 가격의 라면으로 지구 곳곳의 맛을 금방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이죠. 새로운 라면을 먹으면서 그 나라의 음악을 찾아서 들을 때가 많아요.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서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세계 곳곳의 라면을 먹는 게 맛의 여행을 떠나는 일이자,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일이라고 낭만적으로 해석합니다.”

신라면 블랙

맨 처음 먹은 한국 라면,

가장 최근에 먹은 한국 라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라면은 각각 무엇인가요?


“제일 처음 먹은 한국 라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비빔면 종류였던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는 삼양라면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햄 풍미가 독특하죠. 그 라면에 햄과 치즈, 달걀노른자, 토스트 조각을 올려서 먹으면 정말 좋아요. 겨울에 몸을 뜨끈하게 데워줄 아침 식사가 되죠. 제일 좋아하는 한국 라면은 ‘까르보 불닭라볶이’예요. 졸깃한 라면과 탱탱한 떡볶이를 함께 먹을 수 있고, 소스는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맛있어요. 우리 가족은 한국식 치킨과 다른 맛있는 음식들을 파는 작은 식당을 자주 찾곤 했습니다. 한국 출신의 나이 많은 여성이 운영하는 식당이었죠. 굉장히 친절하셨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나 정겹게 이야기를 건네셨어요. 그분이 게살을 조금 넣어서 만들어준 크림치즈 떡볶이는 환상적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문을 닫았는데, 까르보 불닭라볶이를 먹을 때마다 맛이 비슷해서인지 그 식당이 생각나요.”


다른 나라 라면과 비교할 때 한국 라면만의 특징과 강점이 있다면요.


“한국 라면은 제게 정말 특별해요. 비교적 두꺼운 면발이 특징이죠. 툭툭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 시장을 주도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 라면에 비해 매운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매운 국물이 양파, 반숙 달걀,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한국 라면에 대한 미국인의 선호도는 어때요?

한국 라면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도 이미 엄청나게 인기예요. 라면에 흥미를 느끼는 미국인들은 한두 가지 먹어보다 결국 그 라면을 찾죠. 무척 만족해요. 한국 라면은 지금 그대로만 하면 돼요.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다양한 라면들도 주저 없이 다른 나라에 소개하세요. 제발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새로운 맛은 어디에서나 환영받으니까요.”

진짜진짜

당신의 하루 생활을 알려줄래요?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돕니다. 지난 2~3년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72㎏을 감량했거든요.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신발과 모자에 조명을 달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놓고 달립니다. 집에 돌아오면 네 살, 다섯 살 아이들의 아침 식사부터 챙깁니다. 아내는 출근 준비를 하고요. 하루에 보통 한 번에서 세 번까지 라면을 만들어 맛봅니다. 와인 감별사처럼 국수와 국물, 재료를 하나하나 맛보면서 평가하죠. 그다음 여러 재료를 올려서 사진을 찍습니다. 제가 추가한 재료가 맛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평가가 끝난 다음에 다른 재료를 올립니다. 체중 조절 때문에 정말로 맛있지 않으면 모두 먹어치우지는 않아요. 딸도 라면을 무척 즐겨요. 부산 어묵과 반숙 달걀을 올려서 먹는 걸 좋아하죠.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습니다. 온종일 아이들을 돌보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웹사이트에 올리죠. 저녁에는 다음 날 소개할 라면을 고르고, 촬영 준비를 해둡니다.”

순라면

라면 전문가로서 당신의 사업 모델과 성공 비결은.


“제 보스가 모든 라면의 평점을 결정하고, 저는 보스의 결정을 무조건 따릅니다. 그 보스는 바로 내 혀예요. 굉장히 솔직하고 직설적인 보스죠. 보스가 형편없는 맛이라고 느끼면, 그대로 말하라고 명령해요. 반대로 정말 맛있다고 느끼면 그대로 평점을 매기게 하죠. 우리 웹사이트에 광고하는 라면 회사의 라면을 평가할 때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그런 엄격성이 제 웹사이트가 신뢰를 얻은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턴트 라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저도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소개해준 덕분에 몰랐던 라면을 알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당신 이름을 딴 라면을 출시할 생각은 없나요?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싶고,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라면박람회에도 꼭 가보고 싶어요. 하지만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해방되기를 기다려야겠죠. 라면 공장도 더 많이 방문하고 싶어요. 라면 산업의 모든 면이 흥미진진하거든요. 오랫동안 새로운 라면들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게 저의 가장 중요한 계획이에요. 올해는 4000번째, 2~3년 후에는 5000번째 라면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이름을 딴 라면을 출시하는 게 최근 몇 년 동안 꿈이었어요. 실제로 시도해본 적도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라면 회사와 협업해서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이 일을 하면서 어느 나라 사람이든 음식 이야기를 하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음식이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톱클래스 이선주

사진제공 한스 리네시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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