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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한 직장, 평사원 신화 쓴 500억 사장님입니다

조회수 2021. 2. 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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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 자리까지..중소 가전시장 이끄는 이 사람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오르는 건 쉽지 않다.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오너 집안 출신도 아니고,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한 직장에서 29년간 일하면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말단 사원에서 사장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있다. 한결같은 성실함과 트렌드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중소 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 ‘실속형 가전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작년 매출 520억원을 기록했다. 종합 가전 전문 기업인 ‘루컴즈전자’의 김명수(54) 대표 이야기다.

출처: 루컴즈전자 제공
‘루컴즈전자’의 김명수 대표.

1967년 세워진 대우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1980년대에는 기계·자동차·조선 등 중화학 공업뿐 아니라 전자·통신 사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재벌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1999년 부도 이후 대우그룹은 해체했다. 이후에도 일명 ‘탱크주의’로 불릴 만큼 튼튼한 가전제품을 만들던 대우그룹의 뿌리가 이어진 곳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루컴즈전자다.


루컴즈전자의 역사는 1984년 설립한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에서 시작한다. 이 사업부는 2002년 대우루컴즈라는 이름으로 분사하면서 모니터 유통사업에 집중했다. 이후 PC 등 영상가전에 집중해있던 사업을 키우고, 일반 가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대우CND라는 법인을 세웠다. 지금의 루컴즈전자다. 작년 8월 대우CND에서 루컴즈전자로 이름을 바꾼 거다. ‘대우’라는 이름을 떼고, 독창적인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 중심에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뤄낸 김명수 대표가 있었다.


전남대학교 경제학을 졸업한 김명수 대표는 1993년 육군학사장교 전역 후 대우전자에 입사했다. 국내영업본부, 모니터사업부 사업기획팀 등에서 일하면서 업무 역량을 키웠다. 이후 2002년 대우루컴즈에서 일하기 시작해 현재는 루컴즈전자를 이끌고 있다. 말단사원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른 그는 여전히 열정 넘치던 신입 사원의 마음가짐으로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루컴즈전자 대표 김명수입니다. 1993년 입사해 29년째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신입사원일 때는 현장 영업 일을 했습니다. 대우전자의 대리점을 관리했어요. 직접 발로 뛰면서 영업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이후 모니터사업부 사업기획팀에서 영업 기획 업무와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독립 국가 연합) 해외 영업을 담당했습니다.


2002년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가 분사하면서 대우루컴즈로 자리를 옮겼어요.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PC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습니다. 당시 회사는 PC 모니터, TV 등 영상가전 영업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이후 대우컴퓨터의 컴퓨터 사업 부문을 인수·합병해 PC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어요. 격변의 시대였고, 회사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했어요. 주말도 따로 없었습니다. 토요일에도 출근해서 일했고, 일요일에는 시장 조사를 위해 가전제품을 보러 다녔어요.”


루컴즈전자는 출범 당시 가전 시장이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 시장으로 확연하게 나뉜 것을 보고, 그 중간 영역을 공략하고자 했다. 옛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은 최우선으로 유지하고, 가격은 낮추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김 대표는 이에 주목했다. ‘중가 가전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제품 판매는 대리점에 위탁하는 구조였다. 김 대표는 그간 정부 기관이나 대리점 등을 상대로 영업한 것처럼 일반 소비자에게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기존 틀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을 키워야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하면서 쌓은 직무 역량과 경험,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2019년 대표직을 맡았다.

출처: 루컴즈전자 제공
(왼쪽부터)대우전자 거북이마라톤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대회에 참가한 모습,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 시절 속초 설악산 워크샵 참석한 모습, 대우전자 호남지역 영업 동료들과 산행 당시 찍은 사진.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나요.


“루컴즈전자는 TV, 모니터 등 영상가전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판매하고 있는 종합가전 기업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요. 기존에는 하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자제적으로 마케팅과 판매를 하지 않고, 대리점에 위탁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조직도 작았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기존의 총판 구조를 정리하고, 회사가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직접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마케팅 부서와 이커머스팀을 신설했습니다. 3개월간의 준비 끝에 온라인 쇼핑몰인 ‘루컴즈몰’을 열었습니다. 또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작년부터 렌털 사업을 준비해 지난달 론칭했습니다. 구독경제 시대에 맞게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어요. 이 밖에도 라이브커머스 사업도 시작해 유통 채널을 더 늘리고자 했습니다.


작년에는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아주 힘들었어요. 만약 온라인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여전히 대리점에 의지해 경영했다면 회사가 어려웠을 거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인 모습. /루컴즈전자 제공

-경쟁업체와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먼저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컴즈전자 TV 기업으로는 최초로 품질인증 Q마크를 받았습니다. 자체 연구소에서 화질 조정 등 작업을 거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자체 품질테스트를 까다롭게 합니다. 대우전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수준의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자 해요. 작년에는 ‘HDR10 플러스’라는 기술에 공을 들였습니다. HDR10 플러스란 장면마다 밝기와 명암비를 최적화해 영상의 입체감을 높여주는 기술이에요.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로 전 세계 8개 회사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6개월간 연구 끝에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이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색감 구현과 화질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또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일반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 사후 관리에 대한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해요. 이런 점을 차별화하기 위해 전국 서비스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전국 A/S뿐 아니라 직접 제품 배송·설치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작년 9월부터는 TV와 냉장고의 무상 보증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어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우려에 반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점차 세탁기 등 다른 제품도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 루컴즈전자 제공
루컴즈 TV, 냉장고 이미지 사진.
출처: 루컴즈전자 제공
렌털 , 라이브커머스 등 유통 채널을 늘리고 있다.

높은 품질과 서비스, 온라인 시장 확대 전략으로 회사는 급성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의 가전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실제로 2018년 매출 약 215억원에서 2019년 약 392억원, 2020년에는 약 520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채널을 오픈하면서 매출이 40% 정도 크게 올랐다고 한다. 올해 목표 매출은 1000억원이다.


-타깃이 궁금합니다.


“자체 분석 결과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소비자층은 1~2인 가구의 30~40대였습니다. 1~2인 가구가 작은 크기의 제품만 선호할 거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70~80인치 대형 TV를 사는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집을 극장처럼 꾸미고 싶어 하거나 가전제품을 인테리어 요소로 보는 분이 늘어난 영향으로 봅니다.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대기업의 프리미엄급 제품군과 저가 시장, 그 사이에 있는 중간 지대를 타깃으로 해 제품군을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에요. 

출처: 루컴즈전자 제공
루컴즈전자 김명수 대표.

김 대표는 여전히 여느 직원보다 일찍 출근한다.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서 하루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토요일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주 동안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다가올 한 주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 주말마다 마트를 찾는 것도 신입사원 때와 똑같다. 시장의 트렌드를 조사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꼼꼼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어떤 제품이 새로 나왔고, 어떤 게 달라졌는지 직접 살펴보면서 시장조사를 한다. 또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고자 한다. 전 직원이 한 달에 한 번씩은 시장에 나가게끔 한다. 직접 제품을 눈으로 보고, 시장을 분석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게 하기 위해서다.


-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요.


“루컴즈몰을 오픈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 자사몰을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기존의 틀을 바꾸는 시도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죠. 그래도 시장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밀어붙였습니다. 처음엔 월 매출이 수백만원에 그쳤어요. 현재는 자사몰에서만 월 2억~3억원 씩 매출이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고 신기했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일단 지난달부터 시작한 렌털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2023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목표로 품목을 더 늘릴 생각이에요. 전자레인지, 의류 관리기, 식기세척기 등 신제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과 함께 조직을 더 경쟁력 있게 키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품질과 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 봤을 때 중소기업 제품도 대기업 못지않습니다. 보통 중소기업 제품이라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계속해서 생산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견기업이 되고 싶어요. 소비자에게 진심은 전해질 거로 생각합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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