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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만 내면..수입 늘려주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

조회수 2021. 2. 3. 0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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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OOO도 공유가 된다고요?

세계 최초 스마트팜 공유업체 ‘굴리’ 유정곤 대표

공유경제는 도시에서만? 컨테이너형 팜 공유 사업화

“스마트팜 시설만 파는 것은 1회성 사업일 뿐…,

수입 작물 국산화로 새로운 농산물 시장 형성할 것"



스마트 농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팜을 통해 품질과 생산량에서 모두 혁명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명’이 모든 농민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가의 시설을 갖춰야 하고, 시스템 관리 역량도 쌓아야 한다. 한 마디로 초기 투자가 많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데 이러한 스마트팜을 농가에 공유해주는 업체가 등장했다.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 ‘굴리(Gooli)’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초다. 굴리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만들어 소정의 보증금만 받고 농가에 빌려준다. 위탁농가는 이 스마트팜을 통해 작물(새싹보리)을 재배한 뒤 일정 비율로 굴리와 나눈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손해 볼 일이 없지 않은가. 사업 모델이 흥미로워 충남 서산에 있는 굴리 시범농가를 찾아가 유정곤(44) 대표와 정보훈(39) 공동대표를 만났다. 유 대표는 배달서비스 업체 ‘띵동’의 전략기획실장 출신이고, 정 공동대표는 공유킥보드 서비스 ‘씽씽’의 전략팀장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폭설까지 겹쳤지만, 스마트팜 안의 새싹보리는 윤기가 흘렀다.


-농업과는 거리가 먼 경력 아닌가?

굴리의 유정곤 대표(가운데)와 정보훈 공동대표(오른쪽). /jobsN

유정곤(이하 유) : “사실 처음부터 농업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던 것은 아니다. 띵동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신사업을 론칭하는 일을 맡았다. 1년이 5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들어내는 창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직접 창업을 결심하고 퇴사했다. 2019년 띵동에서 공유킥보드 서비스 씽씽을 출시했다. 그즈음부터 정 대표와 나는 공유킥보드 관련 분야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유킥보드는 편리하지만, 필연적으로 교통 안전 문제가 생긴다. 우린 전동킥보드에 충격 감지 센서를 달아 어느 지역에 가면 위험 요인이 있는지를 데이터화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과제를 받아 1차 실증사업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접었다.”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봐서인가?


유 : “그렇다.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공유 경제와 관련된 우리의 역량을 활용할만한 다른 분야를 찾고 있었다. 마침 친구가 ‘첨단 스마트팜으로 버섯을 재배한다’고 하더라. 재배 환경을 제어해 버섯을 일정한 품질로 쉼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막연히 이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버섯 농가가 밀집한 전남 지역 농가를 돌며 인터뷰를 했다. 그러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인가?


굴리의 수직적층형 컨테이너 스마트팜. 컨테이너 한 대에서 약 8일마다 170Kg(분말 기준)의 새싹보리를 수확할 수 있다. /굴리 제공

정보훈(이하 정) : “시설이 잘 돼 있는 스마트팜 농가는 첨단 연구실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그곳 뿐이다. 대부분의 농촌은 텅 비어있고, 연로한 어르신들만 계셨다. 농업 문외한인 우리 눈에도 생산성이 낮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보였다. 농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평범한 농민들이 적정 수익도 가져갈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스마트팜 설비와 시스템을 만들어 농촌에 보급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스마트팜을 ‘공유’한다?


유 : “엄밀히 말해 ‘협업’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일반적인 공유경제에선 물건이나 서비스를 빌리는 사람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다. 그런데 굴리와 위탁농가는 공동생산자다. 다만 농가는 재배를 담당하고, 우리는 시스템 관리와 판매처 확보 등을 하는 것이다.”


-그냥 스마트팜 설비를 만들어 농가에 팔면 되지 않나?

지난해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제작 현장을 살피고 있는 유정곤 대표. /굴리 제공

정 : “그냥 공유킥보드 사업을 하는 것보다 도시의 교통 환경까지 고려하는 ‘시티케어 킥보드’ 사업을 하는 편이 더 의미있지 않겠나. 마찬가지다. 스마트팜 기기를 만들어 파는 편이 당장의 수익은 높을지 모르지만, 1회성 사업으로 끝난다. 또 시장 규모도 키울 수 있다. 기기 판매만 두고 보면 시장은 수십억원 규모다. 그런데 우린 스마트팜 렌털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니 시장 규모가 수백억원,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새싹보리를 작물로 선정했나?


유 : “새싹보리에는 간에 좋은 사포나린(Saponarin)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폴리코사놀(Policosanol) 성분이 많다.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인기인데, 현재 90% 이상이 수입산이다. 우리 기후·환경에서 재배하기 어려우니 당연히 해외에서 사왔던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팜에선 1년 365일 일정하게 새싹보리를 재배·수확할 수 있다. 굴리와 위탁농가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구매처인 건기식 업체 입장에선 같은 값이라면 원료 국산화를 이루고 ‘우리 농가를 돕는 기업’이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모두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은?

굴리 유정곤, 정보훈 대표와 서산 시범농가의 농장주 서윤원씨(오른쪽). /jobsN

정 : “아직은 서산 농가 한 곳에서 시범사업 중이지만, 시스템이 완비되면 희망 농가에 팜을 임대할 계획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유행을 탈 수가 있다. 때문에 제약사·식품사 외의 판매처도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새싹보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새로운 틈새 작물도 발굴할 것이다.”


-팜을 빌려준다고 하니 소작농이 떠오른다.


유 : “지주는 땅을 빌려주고 도지만 챙긴다. 하지만 우리는 ‘농기계’를 빌려주고 판로도 뚫어주고 유지·보수도 한다. 참고로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은 실제 농기계에 해당한다. 농업이 이렇게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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