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수감된 '구치소계 호텔' 식단 보니
“뭘 잘했다고 소고기 반찬에 사골국까지 끓여 먹이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정인이 양모에게 ‘분에 넘치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인이 양모가 갇힌 서울남부구치소의 식단표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정인이가 죽기 하루 전 복통으로 어린이집 교사가 준 우유 한 모금을 겨우 마신 장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이후라 분노는 더욱 거셌다.
교정본부가 공개한 서울남부구치소의 1월 수용자 주간 식단표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비싼 식재료인 쇠고기와 황태, 문어 등을 이용한 음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논란이 불거진 1월24일 식단에는 쇠고기미역국, 만두순두부국, 돼지고기김치찌개, 포도맛 요구르트 등이 포함됐다. 최근 값이 너무 올라 밥상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식재료인 달걀 또한 제공됐다.
그외 주요 메뉴로는 사골을 넣은 얼갈이국, 달걀채소부침, 가마자튀김, 쇠고기영양탕, 문어어묵국, 닭고기볶음, 무굴국, 쇠고기버섯볶음, 쇠고기장조림 등이 있다.
다른 구치소들의 식단표 역시 비슷한 구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식단표를 살펴보면 차돌박이된장찌개, 냉이새우살죽, 돼지고기찌개, 닭갈비깻잎볶음, 묵은지 감자탕, 돈가스, 사골곰탕, 돼지갈비찜, 더덕무침 등이 포함됐다. 1월 1일에는 떡국과 김자반, 부추무침과 배추김치를 수용자들에게 제공했다.
논란 이후 수많은 네티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청와대 홈페이지 내 토론방에도 ‘구치소 식단표 보니 죄인들 호강하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식아동들도 제대로 못 먹는데 구치소 사람들을 호강시키는 이유가 뭐냐”며 “웬만한 가정집보다 메뉴가 잘 나오니 세금이 아깝다”는 비판이었다.
맛을 떠나 영양소를 고루 갖춘 수용자 제공 식단은 인터넷상에서 이보다 못한 군대 밥이나 회사 밥과 종종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검색창에 ‘교도소 밥보다 못한 밥’만 검색해도 관련 글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특히나 군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식사가 교도소 밥보다 못하다는 비교 ‘짤’이 인터넷을 떠돌아 비판이 끊이질 않자 국방부가 직접 ‘확인되지 않은 자료’라는 해명을 내놓는 해프닝도 있었다.
2018년에는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이 “교도소나 구치소 밥이 아닙니다. 24시간 365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모 소방서의 저녁 식사랍니다”라는 글과 부실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이 담긴 식판을 공개하며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민들의 법 감정과는 별개로 교정시설은 수용자들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이들이 체력을 유지할 만큼의 식사(1일 2500kcal)를 제공해야 한다. 수감자 한 명에게 주어지는 1일 급량비(주식비, 부식비, 연료비)는 4616원이다. 한 끼에 채 2000원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식단표가 한 달 내내 반복되고, 그 가운데서도 무말랭이나 콩자반, 고추장아찌 등은 1년에 100번 이상 나올 정도로 자주 나와 물린다는 불만도 있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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