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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도 변호 받을 권리 있다”…네티즌 부글부글

“악인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 네티즌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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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중 한 명, 천안 아동학대 사건 변호인
누구나 변호인 조력 받을 수 있다는 주장과
변호인도 공범이라는 비판 엇갈려

“누군가를 변호하는 일이 직업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면을 감안하더라도 양심은 팔지 맙시다.”


1월13일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공판에서 정인이 양부모만큼이나 대중의 이목을 끈 사람은 바로 양부모 측 변호인 중 한 명이다. A변호사는 공판이 끝난 후 “저는 (피고인을) 믿고 있다”면서 “‘아동학대치사’를 부인하고 있는데 어떻게 살인 혐의를 인정하겠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양심을 팔지 마라”, “제발 바른길을 걷는 법조인이 돼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출처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일부 네티즌, “변호사도 공범”이라며 신상 공개


사실 A변호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재판 이전부터 나왔다. A변호사가 천안 아동학대 사건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천안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해 6월 계모인 성모씨가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감금해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이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페이지 검색 결과. 정인이 사건 변호를 맡은 A변호사와 해당 사건 변호인과 동일 인물로 보인다. 


앞서 천안 아동학대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성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A변호사는 살인보다 학대치사에 가깝다는 주장했다. 그는 “(성씨가 의붓아들을) 11개월간 11차례 폭행했다. 1개월에 한 번꼴로, 상습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성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지만, 성씨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때문에 정인이 사건에서도 A변호사가 유사하게 양모의 살인죄 적용을 피하고, 형량을 줄이기 위한 변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생후 16개월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왼)와 양부모가 정인이를 학대한 정황. 유모차를 잡지도 않고 밀어 아이가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고, 엘리베이터를 나설 때는 앞 바퀴가 들릴 정도로 세게 유모차를 밀었다

출처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시민들은 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맡은 A변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변호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는 게 씁쓸하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변호를 맡았는지 궁금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변호사도 공범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고충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일부러 변호 맡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날 선 반응도 있었다.  


변호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사임을 촉구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 등에는 변호사 사임을 주장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은 변호사의 이름과 사무실 번호, 카카오톡 아이디 등 신상 정보를 올리면서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해 소속 로펌에 항의할 것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왼)과 인터넷에서 올라온 정인이 양부모 변호사에 대한 비판 글

출처TV조선 방송화면, 네이버 캡처

◇헌법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시민 반응과 법조계 반응은 엇갈린다. 흉악범들도 헌법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무조건 범죄자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한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변호사 윤리규약에서도 ‘변호사는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흉악범의 범죄를 맡아 논란이 된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장성근 변호사는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 조주빈의 공범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로 입방아에 올랐다. 결국 장 변호사는 추천위원직에서 사임을 표명했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냈다. 변협은 장 변호사의 추천위원직 사임을 언급하면서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을 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변협은 또 “모든 국민이 변호인 조력을 받아 재판에 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비해 열세인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게 되고, 이춘재 사건에서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윤모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행한 사건으로 그 변호사를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출처대한변호사협회

◇여론 압박에 흉악범 변론 포기하기도


하지만 여론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탓에 흉악범 변호를 맡았다가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찍은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역시 변호사 선임에 애를 먹었다. 당초 조주빈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오현은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가족들 설명과 직접 확인한 사실관계가 너무 다르다”며 조주빈 변호를 사임한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여론의 질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오현 측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로펌으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10년차 형사전문변호사인 B씨는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흉악범을 변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론의 비판이 몰리기 때문에 사건을 맡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출처연합뉴스 방송화면 캡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의 변호사들도 여론의 비판이 쏠리자 선임 일주일이 채 안 돼 모든 변호인이 사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고유정은 판사 출신과 생명과학 전공자 등 5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이후 초호화 변호인단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결국 변호인들이 모두 변론을 포기한 것이다. 


◇“의사처럼 변호인 직업적 특성 고려할 필요 있어” 


흉악범이나 흉악범의 가족이 여론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변호사 선임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씨가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빗발쳤고, 이에 부담을 느낀 가족들이 변호사에게 사임을 부탁했다. 당시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윤호 변호사는 변호를 맡은 지 사흘 만에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김 변호사는 이씨가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없어 억울하다”고 호소해 변호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이씨가 도피하는 동안 운전을 해준 혐의로 기소된 공범의 재판을 맡고 있었고,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이씨가 김 변호사에게 자신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싶다고 의뢰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변론을 거부할 수 없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정당하게 자신을 변호해 볼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사건을 수임했던 것”이라고 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출처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이어 김 변호사는 “흉악범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에 대해 국민들이 비난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해는 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사가 범죄자도 다른 환자가 동일하게 치료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에 보장된 변호인 조력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면 감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인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면서 사선 변호인 선임을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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