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즉석식품 총괄하던 에이스 직원, 지금은..

조회수 2021. 1. 14.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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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잼을 만든다고? 빵순이가 콩과 할라페뇨로 잼 만든 사연

전국의 유명 빵집 리스트는 꿰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빵순이’였다. 빵을 너무 좋아해 하루에 한 번은 꼭 빵을 먹었다. 그중 가장 좋아한 건 바게트나 식빵에 잼을 듬뿍 올려 먹는 거였다. 보통 잼은 설탕과 과일을 절여 만든다. 당연히 달다. 그리고 칼로리도 높다. 잼을 너무 자주 먹다 보니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자주 먹는 잼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콩, 할라페뇨, 토마토, 양파 등 다양한 재료로 건강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일반 설탕 대신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기능성 당인 프럭토올리고당을 썼다. 건강한 재료로 잼을 만드는 ‘건강선생’의 김지영(31)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건강선생'의 김지영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경기 파주시에서 야채, 견과류 등의 식자재로 건강한 잼을 만들고 있는 ‘건강선생’ 대표 김지영입니다.”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한 김 대표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게 취미였다. 한국관광대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한 후 세종대 외식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신세계푸드에서 일하면서 요리 경력을 쌓았고, 이후 이마트 공채에 합격해 3년 6개월간 유통 현장 관리직으로 일했다. 당시 즉석조리 코너를 담당해 초밥, 김밥, 치킨, 베이커리 등 음식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식품 섹션을 총괄 관리했다.  


업무 성과도 뛰어났다. 당시 이마트 지점 중 즉석조리 코너 매출 1위를 기록하던 자양점에서 파주점으로 발령받았을 때다. 방문객 수가 적은 매장이라 고민이 컸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음식 골라 담기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 등을 직접 기획했다. 고객으로선 전에 없던 새로운 행사가 연일 열리면서 큰 관심을 보였고, 15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하면서 보람은 느꼈지만 마음 한쪽엔 아쉬움이 남았다. 대부분 정해진 레시피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근무하던 조리 코너 바로 앞에 진열돼있던 ‘잼’이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빵순이'로 불릴 만큼 빵을 좋아한 김 대표는 자연스레 잼에 대한 관심도 컸다.

“원래 빵을 정말 좋아했어요. 전국에서 맛있다는 빵집 리스트를 꿰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빵순이’였죠. 하루에 한 번은 꼭 빵을 먹었고, 즐겨 가던 빵집에 신제품이 나오면 꼭 찾아가서 먹었습니다. 그중 바게트나 식빵, 모닝 롤에 잼을 듬뿍 올려 먹는 걸 좋아했어요. 자연스레 잼에 관심이 생겼고, 잼의 원료나 성분 등까지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보통 잼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어요. 너무 달아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선반 위에 진열돼있던 ‘잼’이 눈에 보였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자연 재료로 직접 건강한 잼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건강 잼을 만들기 위해 2015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잼 공방을 열었다.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과일보다는 당근, 양파, 파, 할라페뇨 등 몸에 좋은 야채나 견과류로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잼을 판매하고,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잼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출근길에 우연히 본 요리대회 포스터에서 ‘콩잼’ 아이디어 얻어 


어느 날 김지영 대표는 출근길에 우연히 요리대회 포스터를 봤다.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몸에 좋은 ‘콩’으로 ‘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파주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김 대표는 파주 지역 특산물인 장단콩으로 잼을 만들었다. 2016년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에 입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제품화를 시작했다.

“출근길에 우연히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 포스터를 봤어요. 파주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어릴 때부터 농산물을 쉽게 접했습니다. 그중 파주 지역 특산물인 장단콩에 관심이 많았어요. 여기서 ‘장단’이란 콩의 품종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장단 지역의 콩이란 뜻입니다. 장단콩은 파주의 쌀, 인삼과 함께 ‘장단 삼백’이라 불리면서 임금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DMZ)과 임진강 유역 청정지역에서 수확한 파주 장단콩은 다른 콩보다 유기질 함량이 높고, 맛이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콩 장려품종으로 뽑힐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죠.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몸에 좋은 식품이란 건 알지만 자주 찾아 먹진 않았어요. 주로 두부나 밥에 넣어 먹는 게 다였죠. 몸에 좋은 콩으로 잼을 만들면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출처: 건강선생 제공
2016년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에서 장단콩 잼으로 입상한 김 대표.

그렇게 만든 ‘콩잼’으로 2016년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에서 입상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콩으로 만든 잼을 신기하게 봤다. 인절미 맛이 난다면서 고소하고 건강한 느낌이라고 했다. 제품화해서 팔아도 되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은 김지영 대표는 본격적으로 ‘콩잼’ 개발에 나섰다.


-제품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콩으로 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조리 과정이 단순할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맛과 제형 등 많은 걸 고려해야 했어요. 콩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식감이 퍽퍽해졌고, 적게 넣으면 고소함이 덜했습니다. 적절한 콩 함량을 찾기 위해 콩의 양을 1% 단위로 조절하면서 연구했습니다. 콩을 삶아서 넣을지, 구운 콩을 갈아서 가루로 넣을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콩 함량을 37%까지 늘리면서 최적의 맛과 비율을 찾았습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부드럽게 갈린 콩의 씹히는 식감이 좋은 '콩콩잼'.
출처: 건강선생 제공
어린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우유를 넣은 '잼콩잼콩'. 부드럽고 달콤한 캐러멜 같은 맛이 난다고 한다.

먼저 100% 국산콩 콩 원물을 그대로 넣어 만든 ‘콩콩잼’을 개발했습니다. 부드럽게 갈린 콩의 씹히는 식감이 좋아요.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빵이나 구운 떡 등에 발라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이후 콩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나 어린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잼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유를 넣은 ‘잼콩잼콩’을 개발했습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캐러멜 같은 맛이 납니다. 파주 장단콩, 프럭토올리고당, 장단콩 두유, 우유, 유기농 코코넛오일 등 몸에 좋은 재료만 엄선해 넣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콩을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하는 반응이 많아요.


제품에는 설탕, 향료, 색소를 일절 넣지 않았습니다. 설탕 대신 칼로리 부담을 줄여주는 프럭토올리고당을 썼어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기능성 당입니다.”


‘건강선생’의 제품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소상공인 진흥공단의 창업 지원 사업인 ‘생활 혁신형 아이디어 톡톡’에 선정됐다. 이후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2019년 ‘건강한 식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건강선생’을 창업했다. 회사도 경기도 파주에 자리 잡았다.


◇잼은 꼭 빵에 발라 먹는다는 편견 깨고 싶어 개발한 ‘디핑 잼’


김지영 대표는 콩 외에도 아몬드와 땅콩 등 견과류로 만든 잼과 파프리카, 할라페뇨, 토마토 등 야채로 잼을 만들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할라페뇨 잼(bit.ly/3nA6hRX)이다. 호기심에 할라페뇨로 잼을 만들어봤는데, 알싸하면서도 톡쏘는 중독성 있는 맛을 내 제품화했다고 한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빵뿐 아니라 스테이크, 삼겹살, 돈가스 등에 소스처럼 찍어 먹는 할라페뇨 디핑 잼.

-할라페뇨로 잼을 만든다는 게 특이합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보통 잼을 빵에만 발라 먹는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소비 시장이 좁다고 느껴 여러 음식에 어울리는 디핑 잼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잼 공방을 운영할 때 야채 잼을 주로 개발하다 보니 양파, 마늘, 파 등으로 잼을 만들었어요. 좀 더 자극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재료가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때 마침 할라페뇨 고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라페뇨 고추의 매운 정도는 국내산 청양고추와 비슷해요. 그런데 청양고추는 매운맛 조절이 어려웠습니다. 조금만 넣어도 매운맛이 퍼져 먹기 힘들 정도였어요. 반면 할라페뇨의 경우 매운맛이 오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톡 쏘는 매운맛이 느껴지면서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해 여러 음식과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라페뇨 고추에 프럭토올리고당과 사과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완성했어요. 한국인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테스트와 제품 수정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할라페뇨 고추에 프럭토올리고당과 사과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완성했다. 중독성 있는 맛으로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매콤하고 깔끔해 기름진 음식 맛을 잡아준다는 할라페뇨 디핑 잼.

할라페뇨 잼은 매콤하고 깔끔해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 맛을 잡아줍니다. 잼처럼 빵에 발라 먹어도 되고, 고기나 튀김에 찍어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스테이크, 삼겹살, 돈가스, 핫도그, 햄버거 등에 소스처럼 찍어 먹으면 됩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빠르게 많이 만드는 대량생산 방법 대신 소량씩 여러 번 졸이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제조방식은 착향료를 넣지 않고도 야채 본연의 맛과 색상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토마토 디핑 잼은 케첩 대신 건강한 소스를 원하는 소비자가 주로 찾는다. 토마토 원물을 60% 이상 넣어 진한 토마토 맛을 살렸다고 한다.

최근엔 할라페뇨 잼뿐 아니라 파프리카 잼, 토마토 잼도 온라인몰(bit.ly/3nA6hRX)에서 인기에요. 토마토 잼의 경우 케첩 대신 건강한 소스를 원하는 소비자가 주로 찾습니다. 토마토 원물을 60% 이상 넣어 진한 토마토 맛을 살렸어요. 또 풍미를 더 하기 위해 바질 허브를 넣었죠. 토마토 잼에도 설탕 대신 프럭토올리고당만을 넣어 당 섭취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빠르게 많이 만드는 대량생산 방법 대신 소량씩 여러 번 졸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런 제조방식은 착향료를 넣지 않고도 야채 본연의 맛과 색상을 살릴 수 있습니다.”

출처: 건강선생 제공
회사 이름이 ‘건강선생’인만큼 건강한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는 김지영 대표.
출처: 건강선생 제공
코엑스 푸드위크, 대한민국 식품대전 등 다양한 박람회에 참여한 모습.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올해는 백화점 팝업 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대형업체에 소스를 납품하는 등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로 유통 채널을 늘릴 예정이에요. 그간 박람회 등에 나가면 샌드위치 업체나 고기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까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한정했는데, 현재 제품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어요. 제품 생산량을 늘려 사업을 확장할 생각입니다.


제품 연구·개발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디핑 잼을 만들 생각이에요. 또 제품의 당과 칼로리를 낮춰서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잼을 만들고 싶습니다. 회사 이름이 ‘건강선생’인만큼 건강한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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