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서른넷 나이에 홀연히 떠난 의인들입니다

조회수 2021. 1. 1. 0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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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곤경에 빠진 이웃이 먼저"..올해 LG의인상 수상자 면면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말입니다. LG그룹은 구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LG 의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보다도 타인을 먼저 생각한 의인에게 상을 줍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거나, 묻지마 폭행을 당하던 행인을 구한 사람들이죠.


시상식은 따로 없습니다. 의인에게 직접 찾아가 조용히 표창과 부상을 전달하는 것이 다입니다. 상을 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기업과 달리 화려한 시상식도, 수상 기념사진도 없습니다. 의인을 향한 배려입니다. 2020년에는 어떤 의인들이 이 비밀스러운 상을 받았는지 살펴봤습니다.

출처: 조선DB
구본무 회장.

바다,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사람들


1월에는 김진운(47)씨와 하경민(35)씨가 의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진운씨는 1월4일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바다에 추락한 트럭에서 여성 2명을 구했습니다. 김씨는 마주 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시멘트 구조물에 부딪히고 바다로 떨어지는 트럭을 목격했습니다.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바다에 뛰어들어 트럭 안에 갇힌 두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20여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창문을 깨고 구해냈죠. 김 씨는 당시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긴박한 상황이라 신고할 겨를도 없이 사람을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경민씨는 2019년 11월 경상남도 창원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습니다. 하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 동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층부터 각 층 현관문을 발로 차면서 불이 난 것을 알려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습니다. 그렇게 11층에 도착한 그는 화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던 여성을 발견해 업고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원룸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목숨을 구한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도 LG의인상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외국인 수상자입니다. 그는 3월23일 귀가하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건물에 들어가 "불이야"라고 외치며 화재 사실을 알렸습니다. 불이 난 곳의 문이 열리지 않자 건물 외벽의 가스 배관과 TV 유선줄을 잡고 올라가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습니다. 알리씨는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체류 기간을 넘어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알리씨의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의인상 시상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출처: LG복지재단 제공
(왼쪽부터)김진운, 하경민, 알리씨.

사명 다하다 목숨 잃은 사람도…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LG그룹은 고인이 된 사람에게도 의인상을 수여하고 부상은 유가족에게 전달합니다. 올해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다 순직한 '정호종(34) 경장', '김국환(29) 소방장'이 의인상을 받았습니다.


정호종 경장은 6월6일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스킨 스쿠버를 하던 다이버 2명이 기상악화로 해상 동굴에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구조 대원들이 직접 동굴에 들어가 로프를 설치하다 강풍과 파도로 동굴에 고립됐습니다. 정 경장은 9시간 넘게 입수해 탈진 증세를 보이다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다음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고, 그가 구하려던 다이버 두 명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김국환 소방장은 7월31일 전라남도 구례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당시 계곡은 폭우로 거센 물살이 일고 있었습니다. 김 소방장은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계곡으로 뛰어들었죠. 그러나 구조 작업 중 몸에 묶은 안전줄이 끊어지면서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18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순직했습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자 급류와 사투를 벌이다 순직한 고 김국환 소방장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기 위해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해양경찰, 소방청 유튜브 캡처
고 정호종 경장과 김국환 소방장 영결식.

55년간 무료 진료·무료 급식 봉사하고 36년간 아이들 돌봐


LG복지재단은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꼭 구조활동이 아니더라도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하는 일반 시민에게도 의인상을 수상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는 오랜 시간 선행에 앞장 서 온 ‘박종수(80) 원장’, ‘조영도(46) 총무이사’, ‘전옥례(74)씨’가 의인상을 받았습니다.


박종수 원장은 55년간 무료진료와 무료급식 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박 원장은 치대 졸업반이었던 1965년부터 시작한 의료 봉사를 55년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했다고 합니다. 또 의료봉사를 하면서도 1991년 무료급식소 '사랑의 식당' 설립을 후원했습니다. 사랑의 식당 설립자 허상회 원장이 작고한 후 2018년부터는 사랑의 식당 운영 복지법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조영도 이사는 관공서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면서 사랑의 급식소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급식소 설립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식재료 구입, 위생관리, 배식 등 운영과 관리업무를 보수없이 맡았습니다. 조 이사는 "가난했던 청소년 시절 받았던 도움에 조금이나 보답하고자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덧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변함없이 봉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LG복지재단 제공
(왼쪽부터)박종수 원장, 조영도 이사, 전옥례씨.

전옥례씨는 36년동안 119명의 영유아를 돌본 최장기 위탁모로 의인상을 받았습니다. 위탁모는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전씨는 국내 350여명의 위탁모 중 최고령이자 35년 이상 쉼 없이 활동한 유일한 봉사자입니다. 그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과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마다 않고 자발적으로 맡아 양육했습니다. 또 오랜 기간 키웠던 아이가 발달 지연과 자폐로 결국 보육 시설로 가게 되자,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죠.


전옥례씨는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화재 현장에서 사다리차로 구조활동을 펼친 ‘한상훈(28)’씨·‘진창훈(47)’씨, 불타는 차량에서 시민을 구한 ‘박강학(57) 경감’, 신혼여행에서 익사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한 ‘김태섭(32) 경장’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 같이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위급한 순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의인’과 또 이런 의인을 찾아 조용히 보답하는 기업의 진정성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진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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