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알바 뛰며 호프집 하던 사장님, 지금은..

조회수 2020. 12.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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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공략해 외식 사업가로..전국 160개 가맹점 운영하는 이 사람은?

학창 시절 외환위기로 가세가 기울었다. 부모님 이혼 후 홀로 친척 집과 친구 집을 전전했다. 신문 배달, 우유 배달, 서빙 아르바이트, 공사장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먹고 살 생각뿐이었다. 군 제대 후 모아놓은 돈에 대출금을 보태 지인으로부터 호프집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기였다. 하루아침에 빚 7000만원이 생겼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가게에 오는 손님 한명 한명에 정성을 다했다. 친절한 서비스에 입소문이 났고 매출은 더 올랐다. 가게 일과 대리운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1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장사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면서 점점 가게 운영에 재미를 느꼈다. 다른 식당에 가면 직원 수, 운영비, 월세 등부터 먼저 가늠해보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다. 이후 또 다른 호프집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에서 창업 컨설팅 문의가 빗발쳤다. 그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에는 없던 라운지 형태의 펍을 열면서 첫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했다. 2년 만에 전국에 가맹점 80개를 냈다. 사업이 대박 나자 32살에 손에 쥔 돈만 30여억원이었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발병으로 사업은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민사소송 17개를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재산을 날렸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던 중 15년 넘게 혼자 살면서 가장 귀찮아했던 ‘식사’에 주목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위해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혼밥 아이템인 도시락을 떠올렸다. 삼겹살, 곱창 등 보통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 메뉴를 1인분으로 나눈 ‘혼밥대장’을 창업했다. 배달과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식 대체 식품)제품으로 혼밥족을 사로잡았다. 이후 분식 브랜드 ‘크앙분식’을 론칭했다. 회사 설립 3년여 만에 두 개의 브랜드에서 16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원더파트너스의 지소원(38)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원더파트너스의 지소원 대표.

-자기소개해 주세요. 


“브랜드 ‘혼밥대장’과 ‘크앙분식’을 운영하는 ‘원더파트너스’ 대표 지소원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 꾸려


지소원 대표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외환위기 사태로 집안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이후 집을 나와 혼자 생계를 꾸려야 했다. 친척 집과 친구들 집을 전전하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때가 18살이었다.


“집을 나온 후 친척 집에 얹혀살았어요. 그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어요. 우유 배달, 신문 배달,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죠. 공사장에서 막노동하기도 했습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하니까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할 여유도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죠.”


◇호프집 인수해 사업 시작했지만 사기당해


20살 때부터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시간에 일하다 보니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였다. 군 제대 후 25살 때 그동안 일하면서 모은 돈 4000만원에 대출금을 보태 지인으로부터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17평짜리 호프집을 인수했다. 그런데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기당했다는 걸 알았다.


“친한 형이었어요. 1억1000만원에 가게를 인수하면 어떠냐고 해서 모아놓은 돈 4000만원과 대출받고 빌린 돈으로 7000만원을 마련해 가게를 인수했어요. 권리금으로 형에게 7000만원을 줬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습니다. 형이 돈을 들고 날랐죠. 하루아침에 7000만원의 빚이 생겼어요. 화가 났고 허무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안 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포기할 순 없었어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는 손님 한명 한명에 정성을 다했어요. 친근하게 대화했고, 혼자와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신경 썼죠. 동네에서 입소문이 났고 가게에 점점 손님이 많아졌어요. 빚을 빨리 갚으려고 매장 문을 닫은 후엔 대리운전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한달에 600만~700만원을 손에 쥐었어요. 그렇게 1년 만에 7000만원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었습니다.


빚을 다 갚고 장사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면서 점점 가게 운영이 재밌어졌어요. 밥을 먹으려고 다른 식당에 가면 직원 수, 운영비, 월세 등부터 먼저 따져보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죠.”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호프집 장사가 잘되자 창업 컨설팅 문의가 이어졌다. 그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첫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32살에 30억 벌었지만 메르스로 망해 


“부평의 번화가에 두 번째 가게인 호프집을 열었습니다.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와 고객 관리 서비스에 집중했어요. 장사가 잘되자 주변에서 창업 컨설팅 문의를 많이 해오더라고요. 창업 컨설팅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생겼어요. 제가 현장에서 직접 익힌 노하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뻤습니다. 보람을 느꼈어요. 


29살 때 젊은 감각에 맞춘 라운지 형태의 펍을 기획했습니다.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게를 꾸몄고, 1인당 1만5000원에 무제한으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콘셉트로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칵테일이나 테킬라 등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큰 인기였습니다. 가게 오픈 후에 한 달 뒤쯤부터 대박이 났어요. 부천에 있던 60평짜리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약 400만원씩 나왔습니다.


가게를 자주 찾던 한 단골손님이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했고, 그분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본점을 서울 압구정으로 이전했고, 2년 만에 전국에 가맹점 80개를 냈습니다. 사업이 대박 나자 32살에 모아놓은 돈만 총 30억원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업은 평행 가도를 달리는 듯했어요. 그런데 2015년 메르스가 발병하면서 모든 매장이 급격하게 어려워졌어요. 당시 길거리에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죠. 메르스 사태로 인한 타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비싼 주류로 인식되는 칵테일, 보드카보다는 소주를 찾았어요. 라운지보다는 스몰비어(작은 공간에서 비교적 싼 가격으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맥줏집)이 인기를 얻었죠. 주류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사업이 힘들어졌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50호점을 폐업했어요. 회사가 무너지면서 민사소송 17개를 당했습니다. 그때가 34살이었어요. 한번 내려가니 다시 올라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를 폐업하고 직영점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때 수중에 남은 돈이 3억원 정도였어요.”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혼밥족을 겨냥한 도시락 업체인 '혼밥대장'을 창업했다.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불고기, 삼겹살, 곱창, 막창 등 보통 2인분 이상을 시켜야 하는 음식을 1인분화 했다.

◇‘혼밥족’ 겨냥한 도시락 배달 서비스로 대박 


지소원 대표는 다음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나섰다. 오랜 시간 직접 겪었던 불편한 점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식사’였다. 15년 넘게 혼자 살면서 하루 세끼를 챙겨 먹어야 했지만 매번 귀찮고 번거로웠다. 그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위해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혼밥’ 아이템을 떠올렸다.


“당시 한식당 7개를 운영하던 송성민 대표를 알게 됐어요. 음식 솜씨가 남달라서 식당마다 손님이 넘쳐났죠. 서울 여의도에서 운영하던 덮밥집은 줄 서 먹는 식당으로 유명했어요. 혼밥족을 위한 사업 아이템을 함께 구상했습니다. 아이템은 도시락이었습니다. 혼자서도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메뉴 개발에 나섰고 2017년 ‘혼밥대장’(bit.ly/37otUrH)을 공동창업했습니다. 


불고기, 삼겹살, 곱창, 막창 등 보통 2인분 이상을 시켜야 하는 음식을 1인분화했습니다. 덮밥 형태의 간편 도시락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였어요. 배달로만 월 매출 4000만~5000만원을 기록했어요. 혼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사업은 더 커졌습니다. 배달 전문 업체로 시작했는데 사업이 잘되자 1년 만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입점하면서 한 상에 밥, 찌개, 기본 반찬, 고기를 담은 ‘혼밥대장 한상’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지소원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 '크앙분식'을 론칭했다. 귀여운 공룡 캐릭터로 젊은 세대로부터 큰 관심을 얻었다.
출처: 원더 파트너스 제공
크앙분식 메뉴.

◇120여 개 가맹점으로 확대...새로운 브랜드인 ‘크앙분식’ 론칭 


그는 이전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당시 급격히 사업이 무너진 이유를 꼼꼼히 분석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생각이 컸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탄탄하게 오래가려면 자체 물류 제조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어요. 소스나 상품 제조를 외부 업체에 위탁(아웃소싱)해 운영하면 높은 마진율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북 칠곡에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육가공 공장인 제1공장과 튀김과 소스류를 만드는 제2공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육가공 공장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탄에 직화한 모든 고기 메뉴를 완제품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면서 유통까지 직접 합니다. 현재는 120여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소원 대표는 작년 8월 또 다른 브랜드인 ‘크앙분식’을 새롭게 론칭했다. 분식은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해 독특한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에 집중했다. 브랜드의 메인 캐릭터인 공룡을 직접 구상했고, 마케팅 기획을 했다.


“작년 12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본점을 오픈했어요. 캐릭터나 인테리어 등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많았어요. 이 점에 주목해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에 힘썼습니다. 캐릭터인 공룡 모양의 쿠키 등 여러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기억할 만한 캐릭터가 있으니 홍보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지난 2월부터 가맹점 사업을 시작해 현재 40호점까지 냈습니다. 배달 위주의 사업이어서 코로나 사태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스페셜 떡볶이 론칭 박스를 기획했습니다. 신메뉴인 닭발 떡볶이, 곱대창 떡볶이, 우삼겹 떡볶이 3종 밀키트(bit.ly/37otUrH)에요. 보냉백, 엽서, 스티커 등 크리스마스 굿즈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홈파티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입니다.”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최근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스페셜 떡볶이 론칭 박스를 기획했다.
출처: 원더파트너스 제공
가맹점과 꾸준히 상생하고 싶다는 지소원 대표.

◇가맹점과 꾸준히 상생하고 싶어 


지소원 대표는 점주 교육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직접 유튜브 채널 ‘외식사업가 소원TV’를 운영하고 있다. 가맹점의 오픈 스토리를 소개하거나 프랜차이즈 준비할 때 도움을 주는 이야기 등을 직접 전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구라도 교육만 받으면 음식을 쉽고 맛있게 조리할 수 있게 해야 해요. 동시에 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브랜딩과 메뉴 기획, 마케팅 등도 생각해야 해요.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엄청난 책임감을 느껴요. 수많은 점주가 본사 하나를 믿고 장사해요. 점주와 매장의 직원, 그들의 가족까지 책임지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 편히 휴가를 가본 적이 없어요.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곳곳에 브랜드 매장이 있는 걸 볼 때 정말 뿌듯해요. 


가맹점의 매출이 잘 나오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요. 반대로 장사가 안될 때 가장 속상합니다. 직접 장사를 해봤기에 피가 마르는 기분을 너무 잘 알아요. 점주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장사가 안되는 경우 점주가 원한다면 위약금 없이 가맹해지를 해주기도 합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작년 본사 물류 기준 매출액은 20억원이었어요. 올해는 40억원을 넘을 것 같아요. 내년 목표는 70억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재 두 개의 브랜드에서 16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에요. 2년 안에 300개 가맹점을 유치하는 게 목표입니다. 가맹점과 꾸준히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해요. 또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을 1000만원씩 더 높이고 싶습니다. 하루에 30만원씩 더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목표액을 잡았어요. 


HMR 생산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외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HMR 제품으로 간편하고 편리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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