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애매한 가수들 행사비, 이걸로 결정된다는데..

조회수 2020. 12. 1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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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음원차트 줄세우는 아이돌들..비법은 이것?

“오후 2시 발매 직후부터 개별곡 다운과 스밍을 진행하세요”


지난 20일 방탄소년단(BTS)이 정규앨범 ‘BE’를 발표하자 팬덤 SNS에 올라온 공지글이다. 어떤 곡을 다운받고 어떤 곡을 ‘스밍’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다. 스밍은 인터넷에서 음원,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줄임말이다. 팬들이 특정 곡을 무한정 반복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팬들은 순위가 내려가는 순간 마치 전투처럼 스밍 총공(총공격)을 해 순위를 다시 올린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다른 계정에는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의 해외 음원 재생수와 차트 순위를 24시간마다 체크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외 팬덤의 스밍 독려를 위해 스포티파이, 빌보드차트 등 해외 음원 차트 순위를 공유한 것. 이 계정의 팔로워는 해외 팬들을 포함해 총 261만명이다.


◇음원 차트가 가수 성공 여부 좌우해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면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각종 음원 차트 순위에 올리기 위해 스밍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팬들끼리 반복재생 횟수와 곡을 정리해 ‘스밍 리스트’를 만들어서 공유한다. 다른 아이돌 그룹 팬들과 연대해 ‘스밍 품앗이’도 한다. 만약 BTS처럼 팬덤이 크다면 다른 팬덤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줄 세우기’를 해낼 수 있다. 줄 세우기는 앨범 수록곡들이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나란히 줄을 지어 올라가는 현상이다. ‘차트 줄 세우기’ ‘차트 올킬’ 등의 신조어가 나온 배경에는 스밍이 있다. 아이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바로 스밍이다. 


스밍 총공은 주로 밤에 벌어진다. 대부분 10, 20대인 팬들의 생활 특성상, 평일 낮에는 학업이나 업무 등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스밍 총공이 끝나면 아침에는 스트리밍 차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이면 내려갈 순위지만 이들이 순위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디지털 음원 점수가 음악방송 1위를 결정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KBS 뮤직뱅크는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바이브, 소리바다 음원성적 45%를 반영한다. MBC 쇼 음악중심은 가온차트를 50% 반영한다. SBS 인기가요는 멜론, 지니, 벅스, 플로 음원성적 55%를 반영하고, Mnet 엠카운트다운의 경우에는 멜론, 지니, 벅스 음원이 방송 차트 45%를 차지한다. MBC 에브리원의 쇼 챔피언은 멜론, 지니, 벅스, 소리바다 음원성적 40%를, SBS MTV 더쇼는 가온차트 40%로 반영한다. 

출처: 러블리즈 음원총공팀 트위터, SBS 더쇼 캡처
팬들은 음원 스밍은 물론 실시간 방송 투표도 총공한다. 러블리즈는 팬들의 응원 덕분에 9월 8일 SBS 더쇼 1위에 올랐다

◇내가 모르는 가수가 1위 하던 이유 있었다


음원 차트는 팬뿐만 아니라 가수, 음악 산업 종사자에게도 중요하다.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기가 높아져서 차트에 오르는 게 아니라 차트에 오르니 인기가 생기는 것이다. 음원차트를 기준으로 가수 행사비를 책정하기도 한다. 가수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 바로 행사다. 중소규모 행사 섭외 대행사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인디밴드나 마니아 팬층을 보유한 가수들의 경우에는 행사비를 정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며 “이럴 때는 50위권은 100만원대, 박스권(100위)은 100만원 이하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순위가 몸값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브로커를 통해 불법 프로그램으로 순위를 조작하는 ‘음원 사재기’ 논란도 일어난다. 올해 초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음원사재기를 통한 차트 조작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타이거JK, 술탄오브더디스코, 말보 등의 가수들은 “사재기 업체에서 1억원에 차트 상위권에 곡을 올려주겠다고 했으며 수익은 7대 3으로 나누자고 했다”고 방송을 통해 밝혔다. 방송 후 가수들이 방송 시청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유는 SNS에 방송 캡처 사진을 올리며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선미, 현아, 솔비가 방송 화면을 SNS에 올려 음원 사재기 근절을 응원했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아이유 인스타그램 캡처
(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음원사재기'편, (오) 아이유가 올린 방송 시청 소감

◇스밍 총공, 사재기…막을 수 있을까


대형 음원 업체들은 순위 차트가 공정하지 않다는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차트 개편에 나섰다. 음원 스트리밍 1위 업체 ‘카카오 멜론’은 지난 7월 1시간 단위로 음원 재생량을 집계하는 기존 차트를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으로 변경한 ‘24히츠’를 선보였다. 또 ‘1 아이디 1일 1곡’으로 집계해 한 사용자가 한 노래를 하루에 수십 번씩 재생해도 음원 재생 횟수는 24시간 내 1회로만 계산하기 시작했다. 음원 제목 옆에 표시하던 순위, 순위 등락 여부, 실시간 변동 그래프 등도 없앴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플로는 지난 3월 이미 24시간 단위 집계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개편이 무색하게 아직까지 음원 차트에서는 스밍 총공이 여전하다. ‘실시간’ 개념을 지운 것뿐 매시간 차트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은 그대로여서 스트리밍이 많이 될수록 순위가 올라간다. 스트리밍을 하는 계정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이다. 또 팬들의 스밍 총공으로 음원 업체들이 거둬들이는 수입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벽한 개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개편 당시에는 개인 맞춤형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여전히 특정 가수들이 차트를 장악하는 것이 현실이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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