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아픈 사람은 물론 야생동물까지 살린 한국인

조회수 2020. 12. 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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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끈이 불편했던 청담동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벌인 일
국내 최초 끈 없는 마스크 ‘링프리’
마스크 끈 대신 의료용 3M 테이프로 고정
끈 없어 편리하고 귀 뒷부분 통증도 없애
동물·환경 보호하는 효과도

“끈 없는 마스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활 속에서 떠올린 간단한 아이디어였다. 20년 넘게 헤어디자이너로 일한 꼼나나 미용실 케이 이사는 헤어 시술을 할 때마다 고객들의 마스크 끈이 걸리적거렸다. 커트할 때는 빗이 마스크 끈에 자주 걸렸고, 염색이나 파마를 할 때는 약품이 끈에 묻을까 봐 신경 쓰였다. 끈에 묻은 약품이 장시간 피부에 닿거나 상처 부위에 노출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끈이 없으면 평소처럼 편하게 시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9월 국내 최초로 끈 없는 마스크 ‘링프리’가 탄생했다.

출처: 링프리
끈 없는 마스크 링프리

링프리 마스크는 귀에 거는 게 아니라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다. 기존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서 마스크 끈을 없애는 대신 양옆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였다. 코 부분 지지대를 눌러 얼굴에 맞게 조절한 후 테이프 이형지를 떼 얼굴에 붙이는 방식이다. 양쪽 볼 위로 마스크가 뜨는 부분은 살짝 눌러 뜨는 부분끼리 맞붙게 했다. 헤어디자이너 케이이자 사업가로 변신한 링프리 이승환 대표와 김종필(47) 공동대표를 만나 끈 없는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월 아이디어 낸 후 공장 찾는 데 3개월 걸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3월이었습니다. 시술하면서 계속 마스크에 빗이 걸리고, 염색이나 펌을 할 때도 약이 끈에 묻을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저만 그런가 했는데 다른 스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똑같이 느끼고 있더라고요.


고객분들 머리를 감겨주는 샴푸 과정도 문제였어요. 미용실에서 샴푸 서비스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고객들이 기분 좋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대부분의 미용실이 샴푸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스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물이나 샴푸가 마스크 끈에 닿으면 고객이 시술하는 동안 찝찝하다고 느낄 수 있어 샴푸 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끈 없는 마스크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링프리
평소 방송·패션쇼 등에 참여하는 등 20년 넘게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 온 헤어디자이너 케이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제품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마스크 공장만 서른곳 넘게 찾아갔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마스크가 부족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도 정해져 있었던 마스크 대란 시기였기 때문이다.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기도 바쁜 와중에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신제품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공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김종필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콧속에 작은 필터를 넣어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노즈 필터를 만들고 있었고, 마스크에도 관심이 많았다. 마스크 공장도 한 군데 알고 있었다. 그렇게 6월 말부터 얼굴에 붙이는 링프리 마스크(bit.ly/33qHZT0)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출처: 링프리
헤어 디자이너 케이이자 링프리 이승환 대표와 김종필 공동대표(오른쪽)

◇피부에 붙여도 안전한 3M 의료용 테이프 사용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테이프였다.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장시간 붙여도 피부발진이나 알레르기,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이 생기지 않는 테이프를 쓰자고 제안했고, 김 대표도 동의했다. 많은 테이프를 비교해 본 끝에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3M 의료용 테이프다.


(김) “3M 의료용 테이프는 피부에 직접 사용해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이 검증된 제품입니다. 가격이 다른 테이프보다 비싸긴 하지만, 얼굴에 직접 붙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마스크에 끈 대신 3M 테이프를 붙여가며 실험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테이프와 마스크가 잘 붙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형지를 떼어내면 이형지와 함께 테이프도 떨어졌다. 여러 차례 실험을 한 끝에 초음파 융착 기술을 활용해 테이프가 떨어지지 않도록 생산 공정을 만들었고, 8월 말 시제품이 나왔다.

출처: 링프리
링프리가 사용하는 3M 의료용 테이프는 피부에 직접 사용해도 인체에 해가 없다.

◇장시간 마스크 쓰는 사람들도 자주 찾아


이 대표가 먼저 일할 때 링프리 마스크(bit.ly/33qHZT0)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쓰고 온 마스크는 그대로 보관하고, 시술을 받는 동안 끈 없는 마스크를 쓰게 했다. 고객뿐 아니라 헤어 디자이너인 이 대표도 만족스러웠다. 점차 대형 미용실 체인을 시작으로 링프리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중에서도 끈 없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장시간 마스크를 쓰면 마스크 끈의 압박 때문에 귀 뒷부분이 아팠기 때문이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끈 없는 마스크를 찾나.


(이) “고객 80%는 미용업 종사자분들입니다. 직접 쓰기도 하고, 손님용으로 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죠. 이외에도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PT·필라테스 강사분들, 장시간 공부하는 수험생분들 등 고객층이 다양해졌어요. 마스크 끈 때문에 귀가 아프거나 불편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죠. 마스크를 오래 쓰면서 귀에 진물이 났는데 끈 없는 마스크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링프리
링프리 마스크 착용법

-동물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김) “야생동물들이 마스크 끈에 묶여 다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마스크 끈 잘라서 버리는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링프리 마스크는 끈이 없기 때문에 야생동물에게도 안전합니다.


쓰레기를 줄여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전 세계에서 한 달 동안 버려지는 마스크가 1250억장 정도라고 하는데요. 감염을 막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 것은 줄일 수 없지만, 끈 없는 마스크로 최소한 끈 부분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스크 끈 길이는 양쪽을 합쳐 34cm 정도인데요. 한 달간 버려지는 마스크 끈만 해도 4250만km, 지구를 1000번 넘게 감을 수 있는 길이입니다. 끈 없는 마스크로 대체한다면 그만큼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죠.”


◇특허 출원 후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제품 개선 중


첫 제품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링프리는 제품 특허를 출원했다. 무분별한 복사품이 나오는 것을 막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용자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미용실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 제품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 개선에 나섰다. 붙였다 뗐다 하는 방식으로 여러 번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지만, 제품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 중이다. 온라인몰(bit.ly/33qHZT0)에서도 인기다.


(이) “마스크를 뗀 후 반으로 접어 양쪽을 붙여 보관할 수 있는 형태로 현재 제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안쪽 면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죠. 보관용 케이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또 마스크를 뗄 때 테이프에 닿았던 피부가 아프다는 지적도 있어 테이프를 교체하는 등 제품을 개선 중입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외에 의료용 마스크, 아동용 마스크 등도 차례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출처: 링프리
링프리 생산 공장. 현재는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해외 시장 수출도 시작했다. 한국보다 먼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제품을 판매 중이고, 2차 물량 수출을 준비 중이다. 미국과 유럽 수출을 위해 FDA 등록과 CE 인증 절차를 마쳤고, 제품 샘플을 보내 현지 대형 유통사와 유통 논의를 하고 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링프리를 따라 한 제품이 많아졌다고 언급하며 붙이는 마스크를 구매할 때 어떤 테이프를 사용하고 있는지 꼭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링프리 이후 비슷한 제품이 쏟아졌습니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판단이지만,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피부에 무해한 테이프를 사용하고 있는지 꼭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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