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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면 끝, 음식물 쓰레기 골치 아파 만들었어요

조회수 2020. 11. 2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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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가게 사장님이 음식물 쓰레기 고민하다 만든 이것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문득 허무함을 느꼈다. 노력한 만큼 얻는 게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직접 사업을 일궈 모든 역량을 쏟아보고 싶었다. 퇴직 후 평소 즐기던 요리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떡볶이 전문점을 냈고 6여년간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보람을 느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매번 만들기 번거로웠던 ‘육수’였다. 무, 멸치, 다시마 등 다양한 재료를 매번 손질해 오랜 시간 푹 끓여내야 했다. 육수를 만들고 난 뒤 음식물 쓰레기도 골치였다. 간편하게 육수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고, 1년여간 한국식품연구소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한 끝에 ‘고체 육수’를 완성했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3초 만에 멸치, 새우, 버섯, 채소 등을 넣고 푹 우려낸 육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고체형 육수 ‘순간’을 개발한 ‘델리스’의 김희곤(49)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델리스 제공
고체 육수를 개발한 '델리스'의 김희곤 대표.

대학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 IT 관련 회사에서 웹 개발, IT 서비스 기획 업무 등을 맡아 10여 년간 일했다. 오랜 시간 개발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허무함도 컸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 직접 사업을 일궈 모든 걸 쏟아보고 싶었다. 40살이 되던 해, 더 나이 들기 전에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퇴직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평소 요리가 취미였던 그는 사업 아이템으로 떡볶이를 떠올렸다. 하나뿐인 딸이 좋아해 자주 해줬던 요리 중 하나였다. 집 근처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떡볶이 전문점을 열었다. 학교 앞에 위치해 근처 학생들이 즐겨 찾았다. 6년여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보람을 느꼈다. 직장에 다닐 때와 비슷한 수입을 얻었지만, 마음만은 한결 편했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다. 서울시가 풍납토성 복원 사업개발을 결정하면서 주택 철거를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이 이사하면서 단골이 떠났고, 매출도 크게 줄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이 떠올랐다. 만들 때마다 번거로웠던 ‘육수’였다.


“떡볶이 가게를 운영할 때 육수를 직접 만들어 썼어요. 무, 멸치, 다시마,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육수를 만들어야 하는 게 번거로웠습니다. 매번 재료를 손질하고 푹 끓여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죠. 또 끓이는 과정에서 부서지는 멸치 등은 따로 건져내야 했어요. 육수를 만들고 난 재료는 음식물 쓰레기로 따로 분류해 버려야 했죠.


미리 많은 양의 육수를 만들어 놓는 경우도 번거롭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대량으로 만든 육수는 충분히 식힌 후 필요한 만큼 나눠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야 했어요. 냉동실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죠. 간편하게 육수를 만들어 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출처: 델리스 제공
한국식품연구소에서 20여년 간 육수 관련 개발을 해온 박사와 함께 1년간 시제품을 공동개발했다.

김 대표는 육수, 조미료 등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하게 접근했다. 육수의 수분을 증발 시켜 건조물을 얻어내고, 사용할 때 건조물에 물을 부으면 육수가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커피 가루에 물을 부으면 커피가 되는 인스턴트 커피처럼 말이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은 부족했다. 2018년 정부 지원사업 과제에 지원했고, 한국식품연구소와 함께 1년간 시제품을 개발하는 정부 과제를 함께 하면서 고체 육수 개발에 나섰다. 한국식품연구소에서 20여 년간 조미료, 육수 관련 개발을 해온 박사와 함께 고체 육수 시제품을 공동개발했고 기술 이전을 받았다.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거쳐 2018년 육수 전문 회사인 ‘델리스’를 창업했다. 이후 레시피, 맛 보완 과정을 거쳐 2019년 고체 육수 ‘순간’(bit.ly/364NDMy)을 완성했다.


“고체 육수는 말 그대로 고체 형태인 육수입니다. 끓는 물에 ‘순간’을 넣으면 3초 만에 멸치, 버섯, 새우 등을 넣고 푹 우려낸 육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 동결건조방식을 적용해 만들었습니다. 육수를 동결시키고 수분을 제거해 건조물을 얻는 방법이에요. 육수 자체 고유의 풍미를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연 육수 재료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했고 1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물에서 2~3초, 차가운 물에서 1분 정도면 각설탕처럼 빠르게 녹아요. 국내산 100% 자연 육수 재료가 그대로 우러나 맑고 깊은 육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가 따로 필요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요.”

출처: 델리스 제공
뜨거운 물에서 2~3초, 차가운 물에서 1분 정도면 각설탕처럼 빠르게 녹는다. 국내산 100% 자연 육수 재료가 그대로 우러나 맑고 깊은 육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탕, 요리, 국, 전골, 찌개,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육수 4종을 개발했다. 멸치 육수, 버섯 육수, 새우 육수, 채수(채소 육수)다. 버섯 육수는 표고버섯, 파, 마늘 등을 넣고 우려냈다. 볶음이나 전골 요리에 적당하다. 채수는 양배추, 표고버섯 등 채소만 사용해 만든 육수다. 비건(채식주의) 음식이나 이유식에 많이 사용한다. 새우, 황태 등으로 만든 새우 육수는 해산물 요리에 추천한다. 가장 기본적인 육수인 멸치 육수는 찌개, 국수 등을 만들 때 쓰면 풍미를 더욱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델리스 제공
작년 박람회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9년 대한민국 식품 대전, 서울 HMR 쿠킹 페어, 프랜차이즈 박람회, 월드 식품 박람회, 코엑스 푸드 위크 등 여섯 군데 박람회에 참가했어요. 맛 평가, 설문조사 등을 거쳐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보완할 점을 조사했습니다. 개발 초기엔 반투명 비닐로 포장했어요. 유통과정에서 햇빛에 노출되면 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했습니다. 박람회 당시 멸치 육수와 채소 육수 등 고체 육수로 만든 육수를 시음한 소비자 90% 이상이 ‘맛있다’ ‘구매 의향이 있다’ ‘편리하다’고 답했습니다. 대형 HMR 업체가 샘플을 요청하거나 현재 식당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가 제품에 관심을 보여 유통하기도 했죠. 제품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염도, 즉 간을 맞추는 작업도 계속했어요. 물 500mL 기준 ‘순간’을 한 개 넣었을 때 염도 0.2~0.3%로 맞췄습니다. 보통 우리가 ‘음식 간이 잘 맞다’고 느끼는 염도는 0.75% 예요. 이보다 염도를 낮춘 이유는 대부분 고추장, 된장, 간장, 소금 등을 추가해 요리하기 때문이죠. 취향이나 요리에 맞게 간을 맞출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염도가 낮아 아기 이유식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델리스 제공
특수 동결건조방식을 적용해 만든 고체 육수 '순간'.

-경쟁사와 차별점은요.


“일반 고체형 육수는 단순히 육수를 분말로 만들어 압축해 누르는 판형 방식으로 만듭니다. 압력을 가해 뭉쳐 만든 거라서 끓는 물에 녹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보통 3분 이상은 둬야 합니다. 덩어리가 잘 녹지 않는 경우도 있죠. 또 알갱이가 작아 깊은 맛을 내기 어려워요. 티백 육수 제품의 경우에는 부직포와 음식물을 따로 분리해 버려야 합니다. 번거로운 과정이죠.


‘순간’(bit.ly/364NDMy)은 블록화시키는 과정이 다릅니다. 국내 유일하게 자체 동결건조방식으로 풍미를 더 깊게 낼 수 있죠. 또 뜨거운 물에 넣으면 3초 만에 완전히 녹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걱정 없이 짧은 순간 육수를 완성할 수 있어요.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집밥 한 끼 해 먹기 어려운 자취생, 바쁜 아이 엄마나 주부 등에게 추천합니다.”

출처: 델리스 제공
음식물 쓰레기 걱정 없이 짧은 순간 육수를 완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경기도 양평에 40평 규모의 공장을 임대하고 필요한 설비 장비를 모두 갖췄다. 이후 기술연구소를 등록해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최근엔 청년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의 연계 지원으로 1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작년 10월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고체 육수 ‘순간’을 첫 론칭했고 1500여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시간이 부족한 아이 엄마, 주부 등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작년 매출은 6000만원이었고, 올해는 1분기 매출만 6000만원을 올렸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3억원이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요.


“다양한 육수를 개발하고 있어요.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로 우린 육수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살린 여러 육수를 개발해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 밥을 지을 때 넣는 ‘밥물’을 대신할 영양 육수도 개발 중입니다. 영양과 맛을 살린 밥물인 셈이죠. 이밖에도 숙취 해소를 위한 해장 육수 등도 계획하고 있어다. 향후에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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