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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밝혀진 상계역 추돌사고 충격 전말

조회수 2020. 11. 26.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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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도 쾅" 나사 빠진 서울지하철 믿어도 될까?
막을 수 있었던 상계역 추돌사고
지하철 기관사들, 근무지 이탈 적발되기도
안전 업무 담당인 보안관도 근태관리 엉망

6월11일 서울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달리던 전동차가 앞서가던 전동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두 열차는 완전히 맞닿아 찌그러졌고, 앞선 열차 중 일부는 선로 밖으로 탈선했다. 당시 앞선 열차에는 승객 8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일부 승객이 추돌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했지만,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없었다. 사고 당시 뒤따라오던 열차는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로 들어가던 회송 열차였다. 

출처: YTN 방송화면 캡처
상계역 사고 당시 모습

자칫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이 사고는 인재였다. 서울시 감사 결과, 해당 추돌 사고는 안전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열차 자동제어장치(ATC·Automatic Train Control)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사는 전동차 운행 중 기본 중의 기본인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A기관사를 비롯해 평소 해당 구간을 운행했던 기관사가 안전관리 업무를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의미다.


◇상계역 추돌사고 원인: 안전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11월13일 ‘4호선 상계역 하선 열차 추돌사고 관련 안전 분야 특별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사고 직전 해당 열차는 상계역에 접근하기 전에 한차례 멈춰 서는 등 ATC 장치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관사는 이를 관제센터에 알리지 않고 계속 운행했다.  


사고 후 서울교통공사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상계역 부근에서 열차 ATC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여러 차례 재연시험을 했다. 그 결과, ATC 장치 결함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장치 결함이 있었지만, 기관사들이 운전상황부에 기록하거나 차량 본부에 개선·정비하도록 통보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관사 A씨뿐 아니라 다른 기관사 중 한 명이라도 해당 장치 이상에 대해 미리 보고했다면 열차 추돌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출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상계역 사고 상황

기관사 A씨의 열차 운행 태도도 문제였다. 사고 당시 A씨는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열차를 운행했다. 심지어는 운전석 앞 창문을 차양막으로 가리고 있었다. A씨가 창문을 가리고 있었던 이유는 “사고 당시 마주 오던 열차의 기관사와 눈이 마주치는 게 싫어서”였다. 공사 내부 갈등 때문이었다. A씨는 승무 시간 증가 반대 투쟁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고 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사가 내부 갈등으로 안전 운행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A씨에 대한 중징계와 함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승무 본부에 주의 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근무시간인 대기시간에 근무지 벗어나 당구 치기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서울교통공사 소속 직원들의 근무 태만 사례는 이뿐 아니다. 다른 기관사 2명은 근무 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이들은 전반 근무 후 중간 대기시간에 부서장 승인 없이 청사를 벗어났다. 차를 타고 청사에서 5km 떨어진 식당에서 약 30여분간 식사했다. 식사 후에는 인근 라이브 공연카페에 들어가 약 10여분간 공연을 관람하고 음료를 마셨다. 


이들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신 대기시간은 전반 근무 후 후반 근무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보통 기관사들은 한 번에 세시간 가량 열차를 운행하고, 중간에 대기시간을 갖는다. 대기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2시간 30분~4시간 정도다. 이 시간 동안 기관사들은 사무실에서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고, 운행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대기시간도 엄연히 근무시간에 포함되지만, 이를 자유시간처럼 사용해 온 것이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하철 기관사들의 삶에 대해 다뤘던 영화 ‘나비두더지’(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또 다른 기관사 B씨는 대기시간에 당구장을 찾았다. B씨는 약 2시간 20여분 동안 당구를 친 후 후반 근무를 위해 다시 청사로 복귀하다가 무단이탈 사실이 적발됐다. 기관사를 총괄하는 승무 본부 관계자는 “평소 승무원들에 대하여 복무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근무시간인 대기시간에 승무원들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교통공사에 근무지를 이탈한 직원 3명에 대해 경징계와 함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확립 교육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근무 중 잠자거나 휴식 취하는 지하철 보안관  


한편 지난해에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들의 근무 태만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9년 공사 내부 감사 결과, 지하철 보안관 3명이 업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PC방에 갔던 사실이 밝혀졌다.  


지하철 보안관은 안전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역·전동차를 돌아다니며 범죄 및 각종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취객·이동상인 등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사람을 단속하고, 화재나 테러, 운행 이상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고 초동조치를 해야 한다. 이들이 근무 중 자리를 비우면 승객 안전을 지키거나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출처: 조선DB
지하철 보안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지하철 보안관들의 근무 태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가 공개한 ‘2018 서울교통공사 기관운영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2018년 5월과 7월 보안관 8명이 근무시간에 대기실에서 장기간 휴식을 취하다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보안관 6명이 야간 근무 중 잠을 자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보안관 복무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후 공사는 센터별·시간대별 근무계획, 개인별 열차 순찰 횟수와 시간 등을 업무일지에 상세히 기록하도록 복무지침을 마련했다. 또한 휴게실에서 쉬면서 업무일지에는 순찰했다고 허위 작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 순찰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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