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 뭇매 맞은 한국인의 무개념 행동

조회수 2020. 11. 2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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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첨성대를 왜 기어 올라갔냐고요? 사진 찍으러요"

경북 경주의 대표적 유적인 쪽샘지구 고분 위에 한 20대 운전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주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주 쪽샘지구는 문화재보호 구역이다. 삼국시대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고분이 모여 있는 곳으로 4∼6세기에 걸쳐 조성됐다. 문제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은 11월15일 오후 1시 30분쯤 경주시 황남동 쪽샘유적 79호분 정상에 있었다. 경찰은 차량이 고분 위에 세워져 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차량은 사라진 뒤였다. 


정상까지의 높이는 약 10m다. 그러나 뒤쪽 경사가 완만해 차량이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은 “해당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신라 천년 유산을 망쳤다"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분노했다. 

출처: 보배드림 캡쳐
경북 경주시 쪽샘지구 한 고분 위에 주차된 차량.

경주시는 신고자가 당시 상황을 찍은 사진에 나온 차량 번호판을 조회해 소유주를 확인했다. 문제 차량의 운전자는 20대 남성 A씨였다. 경주 인근 도시에 사는 A씨는 18일 경주시로 찾아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에서 “친구와 함께 경주에 놀러 갔다. 대릉원 주위를 관광하던 중 작은 언덕이 보여서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면서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차량을 끌고 올라간 고분은 미발굴 상태인 쪽샘 79호분이다. 당시 주변에는 보수 공사 중이었고 안전 펜스가 고분을 둘러싸고 있었다. 경주시는 해당 운전자가 고분 주변 주차장에 진입해 펜스를 연 뒤 고분 위로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A씨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경주시 측의 판단이다. 경주시는 ‘고분에 올라가는 행위는 문화재보호법 101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을 수 있으니 무단출입을 금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해당 고분의 경사면에서 봉분 정상까지 차량 바퀴 흔적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건의 운전자는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경주시는 쪽샘유적 79호분 정상에 차를 몰고 올라간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주시 문화관광국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고분 위에 차를 세운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해보니 외지에서 관광 온 20대 젊은이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철없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문화재 관리와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출처: YTN, TV조선 방송 캡처
술에 취한 여대생 3명이 경주 첨성대에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끄러운 문화재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술에 취한 여대생 3명이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에 올라가 셀카를 찍어 논란이 일었다. 서울지역 대학생인 이들은 경주로 여행을 왔다가 이처럼 철없는 행동을 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3명의 여대생이 울타리를 넘어 첨성대로 달려간다. 기단석을 밟고 사진을 찍더니 첨성대를 기어올랐다. 이어 4.16m 높이에 나 있는 첨성대 남측 정사각형 문에 걸터앉았다. 신이 난 듯 두 팔을 벌렸고, 셋이 나란히 앉아 기념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를 본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신 상태로 사진을 찍으려고 첨성대에 올라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첨성대 주변에 울타리가 2중으로 둘러쳐져 있었지만 높지 않아 쉽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첨성대는 심한 손상을 입지 않았지만 술 취한 대학생들의 어이없는 행동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가 수난을 당했다. 결국 이들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출처: 예정화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예정화는 사적 제 339호 경기전의 대표 수목인 매화나무 와룡매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주 어진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열 정도로 의미가 깊은 나무다. 그가 울타리를 넘고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출처: 예정화 인스타그램
예정화 손엔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네티즌은 매화나무를 꺾은 게 아니냐면서 비판했다. 예정화 소속사 측은 촬영용 모형 소품이라고 해명했다.

유명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송인 예정화는 2016년 화보 촬영차 전북 전주를 방문해 사적 제 339호 경기전의 대표 수목인 매화나무 와룡매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뭇가지가 휘어진 모습이 용과 비슷하다고 ‘와룡매’라 불리는 이 매화나무는 전주 경기전의 명물이다. 수명은 100년 안팎으로 추정한다. 전주 어진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열 정도로 의미가 깊은 나무다. 문제는 예정화가 와룡매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를 넘고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었다. 한 손에는 꺾인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손에 들려 있는 게 매화나무 가지 아니냐” “나무를 훼손한 거라면 처벌받아야 한다” “몰상식하다” 등의 의견을 내면서 비판했다.


이에 예정화 소속사 측은 “해당 매화 가지는 촬영용 모형 소품"이라면서 "나무를 훼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와룡매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와 안내 표지판을 무시한 것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 있었다. 당시 문화재청과 전주시청은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와룡매 근처 촬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했다. 이어 "만약 매화를 꺾은 것이라면 문화재 보호법에 저촉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주시청 측은 “예정화 측이 해당 가지가 ‘모형’이라고 해명했으나 만약 법에 저촉하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출처: 서유정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서유정은 2017년 이탈리아 관광 중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제지하고 있다.

한국인의 부끄러운 문화재 훼손 사건은 해외에서도 발생했다. 배우 서유정은 2017년 이탈리아 관광 중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 성당의 분수 앞을 지키는 사자상에 올라탄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서유정은 “1초 후에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고 난 씩씩히 저기 앉았다가 혼났다”라는 글도 덧붙였다. 사진에는 사자상에 올라탄 서유정의 모습과 함께 현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제지하는 모습도 담겼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은 산 마르코 대성당을 중심으로 ‘ㄷ(디귿)’자 모양으로 펼쳐진 넓은 광장이다. 이곳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치 ·종교 ·문화 중심지다. 광장 가운데에는 베네치아 수호신 날개 달린 사자상과 성 테오르드 상이 있다. 광장 한쪽에 위치한 분수대 앞에는 사자상 두 개가 있다. 서유정이 올라탄 사자상이 이 중 하나다. 이를 본 네티즌은 “나라 망신 시키지말라” “창피하다” 등이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커지자 서유정은 해당 사진을 삭제했고 사과문을 올렸다.


2014년에는 한국인 대학생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캄보디아의 고대 사원인 앙코르와트에서 석상을 훼손시켰다. 당시 선교 여행중이었던 한국인 대학생은 앙코르와트 단지 내에 있는 앙코르톰 석상 머리 하나를 부서뜨렸다. 앙코르톰은 앙코르 유적군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석상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던 중 석상의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 석상들은 12세기 사암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앙코르와트에 있는 대표적 유물이다. 프놈펜포스트 등 현지 신문들은 대학생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이 사건을 크게 다뤘다.


다행히 대학생이 밀어 떨어뜨린 석상 머리는 원래 것이 아닌 시멘트로 만든 모조품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현장에서 체포한 대학생과 인솔자로 온 선교단체 책임자, 행사를 진행한 여행사 관계자 등이 경찰서로 가 조사를 받은 뒤 훈방조치 후 풀려났다고 전했다. 

출처: 유튜버 '맑은너'
스페인 산티아고 길에서 적힌 한글 낙서.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첫날만 힘들다 했잖아요. 화이팅”이라고 써 있다.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 있는 문화재에 낙서하는 ‘어글리 코리안’(주로 외국에 여행 가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한국인을 이르는 말)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름난 관광지나 유적지에 있는 벽면이나 기둥 등에 적힌 한글 낙서는 여러 차례 논란이었다. 


작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이정표에 적힌 한글 낙서가 문제였다. 유튜버 ‘맑은너’는 “산티아고길을 걷던 중 팜플로나를 앞둔 지점에서 이 낙서를 발견하고 지우기 위해 사포 등을 준비했는데 결국 지우지 못했다”면서 낙서를 공개했다. 사진에는 이정표에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첫날만 힘들다 했잖아요. 화이팅”이라고 써 놓은 글이 담겨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무제크 성벽 난간에 적힌 한글 낙서도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루체른 무제크 성벽의 벽면이나 기둥에는 ‘OOO 다녀감’ ‘XXX 사랑해’ 등과 같은 한글 낙서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왼쪽부터)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벽에 적힌 한글 낙서, 태국 남부 시밀란 국립공원에서 한글 낙서가 새겨져 있는 산호초, 스위스 루체른 무제크 성벽 타워 난간에 적힌 낙서.
출처: 차이나데일리, 온라인 커뮤니티
만리장성에 새겨진 우리말 낙서. 루체른 카젤교에 적힌 한글 낙서를 찍어 올린 네티즌의 글.

2017년도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Duomo di Firenze·피렌체 대성당) 벽면 사진이 논란이었다. 해당 벽면에는 “엄마의 바람대로 세상 반대편에 홀로 설 수 있는 당당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국보 사찰 ‘도다이지’ 난간에 폭 40cm 정도의 한글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거쳐 낙서를 한 사람을 찾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또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리장성,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은 콜로세움 등에서도 우리말 낙서가 있었다. 2016년에는 태국 남부 시밀란 국립공원에서 한글 낙서가 새겨져 있는 산호초가 발견했다. 산호초에는 한글로 ‘박영숙'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에 현지 주민들이 공식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오모 성당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맡았던 건축가 베아트리스 아고스티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낙서가 눈에 거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념물에 진정으로 해가 된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여행지에서 낙서하거나 훼손할 경우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중요 문화재에 낙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만엔(약 32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중국에서는 유적지에 낙서하거나 문화재를 고의로 손상하는 사람을 최장 5~10일까지 구류하는 여행법을 2013년부터 발효했다. 외국인이라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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