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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자리 빼앗은 로봇이 돌연 해고당한 이유

조회수 2020. 11. 1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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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카메라가 공 대신 대머리 심판 촬영한 이유

“촬영기사 대신 인공지능 쓰려면 심판한테 가발 선물해야겠네요.”

출처: MBCNEWS 유튜브 캡처
심판의 머리를 공으로 인식한 인공지능 중계 카메라.

최근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경기에서 인공지능(AI) 중계 카메라가 민머리 심판을 공으로 인식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10월24일 스코티시 챔피언십 대회에서 인버네스 칼레도니안 시슬과 에어 유나이티드가 맞붙었는데요, 인버네스의 홈구장 칼레도니안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렸습니다.


이날 중계 영상을 찍는 사람은 촬영기사가 아니었습니다. 구단 측은 카메라맨 인건비를 줄이려고 10월 초 인공지능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구단은 인공지능이 경기 도중 공의 움직임을 스스로 따라가 대회 영상을 찍을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요, 경기 선심을 대머리 심판이 맡으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카메라가 경기 내내 공 대신 심판의 머리를 따라가는 방송사고가 난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공의 움직임을 쫓다가도 심판이 뛰거나 움직이면 곧장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는 인공지능이 사고를 칠 때마다 사과해야 했습니다. 축구 경기를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머리를 공으로 착각하는 인공지능을 위해 심판에게 모자나 가발을 선물하자”, “촬영기사 인건비를 좀 아껴 보려다 망신만 당했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출처: 테크크런치 유튜브 캡처
월마트의 재고 관리 로봇.

◇로봇이 사람 대체한다더니···마트서 해고당하기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이 자동차를 만들고, 식당에서는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이 근로자를 감독합니다. 승진·해고 등 인사평가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해 도입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는 2017년부터 매장 관리에 활용한 로봇 운용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로이터는 11월 2일(현지시각) 월마트가 지난 5년 동안 협력 관계를 맺은 로봇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와 계약을 종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마트는 그동안 매장 운영에 적극적으로 로봇을 활용했는데요, 매장을 청소하는 로봇·제품 정보를 스캔해 물건 재고를 파악하는 로봇·컨베이어 벨트 로봇 등을 도입했습니다. 사측은 매장에 로봇을 더 배치하면 직원이 고객 서비스 등 본업에 집중해 근무 효율성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해줄 것으로 생각했던 로봇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습니다. 입력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로봇 때문에 직원이 본업에 집중할 시간을 뺏겼고, 고장 난 로봇을 손보는 것도 직원의 몫이었습니다. 또 인기척 없이 매장 곳곳을 누비는 로봇을 보고 장을 보다가 깜짝 놀라는 손님도 많았다고 합니다. 직원 일손을 덜기 위해 도입한 로봇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불만이 늘자 본사에서 로봇 활용 중단을 결정한 것입니다. 

출처: Amazon News 유튜브 캡처
아마존 물류창고의 로봇.

◇로봇·인공지능 도입 후 효율성 기준 올라 사고도 늘어


작업장에 로봇을 도입한 뒤로 인명사고가 도리어 늘어난 곳도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 ‘리빌(Reveal)’은 9월 29일 물류창고 로봇 도입 이후 아마존의 인명사고가 다른 곳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마존은 2016년 7억7500만달러(약 8600억원)를 투자해 물류 로봇 업체 키바(KIVA) 시스템을 인수하고 물류창고에서 로봇을 활용해왔습니다. 아마존이 물류창고에 도입한 로봇 ‘드라이브’는 20만대가 넘습니다. 아마존은 “드라이브가 힘들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면서 직원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로봇 도입 이후 생산 목표가 올라가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입니다. 또 직원들이 물건을 쉽고 빠르게 옮기는 로봇의 작업 속도에 맞추려다 사고가 늘었습니다. 리빌은 2019년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작업자 100명당 사고 7.7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6년보다 사고율이 33% 증가했습니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라이더 위치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주문을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인공지능 배차 도입 당시 “배달원 운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조선DB

하지만 라이더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배달노동자 사이에서는 인공지능 배차 도입 이후 노동 조건이 더 나빠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주변 지형이나 도로를 고려하지 않고 직선거리로 계산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30분이 걸리는 구간을 15분 만에 갈 수 있다고 안내하는 것입니다. 라이더들은 “심리적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호를 위반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선을 직접 짤 수 없게 되면서 주문당 이동 거리가 길어졌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인공지능 배차에 대한 지적 일부를 수용하면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라이더와 자영업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배차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인공지능 도입 후 안전사고가 줄고 전체적인 라이더 수입이 늘어나는 등 장점도 많다”고 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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