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내 입맛, 이젠 한국 간식 없인 못살아요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니 물이 얼음 가루로 변했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곳이 있을 정도로 추운 ‘동토의 땅’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추운 나라에서 최근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관세청은 국내 아이스크림의 올 1~8월 러시아 수출량이 148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늘어났다. 2019년 한 해동안 러시아에 수출한 아이스크림 판매량 보다도 많은 규모다. 작년 한 해 러시아 수출량은 133만 달러였다.
수출 비중도 늘어났다. 러시아는 2017년 한국이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13위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8위로 올라섰다. 실제 러시아 현지 슈퍼마켓 등지에선 스크류바, 죠스바, 메로나, 메가톤바 등 한국 아이스크림으로 꽉 찬 매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관세청은 영화 기생충, BTS, 먹방 등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코로나로 인한 간식 수요 증대 등을 수출이 늘어난 이유로 본다. 올 여름철 러시아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수출량이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설적인 초대박 상품 ‘마요네즈’, ‘초코파이’
러시아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다양한 한국 식품을 좋아한다. 1990년대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가져간 마요네즈와 초코파이 등은 전설적인 ‘초대박’ 상품이다.
러시아인들은 추운 날씨 탓에 지방 함량이 높은 마요네즈를 즐겨 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마요네즈를 사랑하는 나라로 불릴 정도다. 국내 마요네즈 제품은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현지에서 인기다. 제조사의 프리미엄 전략 또한 잘 맞아떨어지면서 타 브랜드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에서 ‘코리아 버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초코파이는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제격이었다. 러시아는 날씨가 추워 차를 계속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문화가 있다. 차를 계속 우리다 보면 쓴맛이 난다. 씁쓸한 차에 달디단 초코파이는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연간 7억개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국민파이로 자리를 잡았다.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은 시골별장에서 재배한 베리류로 잼을 만들어먹는 러시아의 문화를 고려해 ‘라즈베리 맛’과 ‘체리 맛’, ‘블랙커런트’ 맛 초코파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2006년과 2008년 세운 제1, 2공장에 더해 기존 공장보다 4배 이상 큰 규모의 신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계획을 올해 9월 내놓기도 했다.
◇마요네즈, 포크 함께주는 러시아 ‘국민 라면’ 도시락면
팔도 도시락면은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지만 러시아에서는 ‘국민 라면’이다. 러시아 선원들이 즐겨 쓰던 휴대용 수프 그릇과 비슷한 사각 용기가 특징인 이 용기면은 선원들과 보따리상이 가져간 것을 시작으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용기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고 한 해 판매량은 3억 개가 넘는다.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맞춰 라면 안에 미니 포크와 함께 작은 비닐 포장형 마요네즈를 함께 담아 팔고 있다.
◇유제품 좋아하는 러시아인 입맛에 딱! 밀키스와 프리마
우유와 탄산을 조합해 만든 음료 밀키스도 유제품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인기다. 판매되는 종류만 11가지다. 한국에선 두 가지 맛만 판매 중이다. 밀키스는 현재 러시아 내 유성 탄산음료 판매 1위다. 유성 탄산음료란 우유가 들어간 탄산음료를 말한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4억 캔 넘게 팔렸다. 지난해 밀키스 러시아 시장 매출액은 120억원으로 2018년보다 약 50% 늘었다.
커피의 쓴맛과 떫은맛 등을 없애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프리마는 러시아에선 각종 차는 물론 음식에도 들어가는 조미료로 쓰이며 상당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2013년 기준 동서식품의 프리마 수출량은 2만6000톤(27개국). 이 가운데 러시아 수출량만 1만톤이다. 러시아 주부들은 커피나 코코아는 물론 빵을 굽거나 우유죽, 핫케이크 등을 만들 때 우유 대신 프리마를 사용한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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