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돈 벌려면..' 요즘 회장님의 최대 관심사

조회수 2020. 11. 12.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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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K 최태원 회장 최대 관심사는 이거라는데

“이제 옛날 방식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 한 행사에 특별강연자로 참석해 남긴 말이다. 최 회장은 2020년 10월30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도 달라진 경영 환경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베어 비싸게 파는 게 최고의 가치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가치를 추구하면 산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뿐 아니라 정부 규제 강화로 도리어 사업 환경이 나빠져 기업 존속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회사 경영의 제1 원칙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출처: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아우르는 말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행과 지속가능한 경영 실천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돈을 얼마나 잘 버느냐보다 어떻게 버느냐를 중심으로 기업 가치를 매기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2016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해온 최태원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ESG 경영에 대해 수차례 언급했다. 지난 9월에는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SK 관계사 8곳이 11월 2일 RE100 위원회 가입을 선언한 것도 이런 최태원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한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이케아 등 세계 264개 기업이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서 RE100 캠페인 참여를 선언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은행권에서는 임원 인사 평가에 ESG 성과 반영


SK뿐만 아니다. 최근 업종을 가리지 않고 ESG 경영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환경경영성과평가체계’를 세우고 CEO와 임원 평가에 ESG 성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친환경 캠페인 진행 횟수·탄소배출과 전기사용량 감소 목표 달성 여부·ESG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와 공동사업 등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다. KB금융지주 또한 윤종규 회장이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지난 8월 ‘KB 그린웨이(GREEN WAY) 2030’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7년보다 25% 줄이기로 했다. 또 ESG 금융·투자 부문에 50조원을 쓴다고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우리나라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적도원칙’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적도원칙은 금융사가 대규모 개발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때 환경 훼손, 인권 침해 등 환경과 사회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면 돈을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행동 협약이다. 적도 근처 열대우림에서 이 같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20년 9월 기준 38개 나라 109개 금융회사가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선 신한은행과 함께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회원으로 있다.

출처: SBSCNBC 유튜브 캡처

◇환경 파괴하는 사업은 지원 안해···한전에도 ‘불똥’


금융권에서 개발 사업 자금 지원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외국 석탄 발전소 사업에 투자하는 한국전력도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은 중국 석탄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 발전소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이자 한전 지분 일부를 보유한 블랙록은 “한국전력 최고경영자(CEO)에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전략적 근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석탄 발전소 자바 9·10호기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추궁한 것이다. 또 블랙록은 “석탄 사업에 대한 투자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움직임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며 한전에 투자 중단을 요구했다. 이미 한전의 사업 방향에 반대해 투자금을 회수한 곳도 있다. 한전 지분 6000만유로(약 790억원)어치를 갖고 있던 네덜란드 공적연금(APG)은 지난 2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출처: 신한은행 유튜브 캡처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정책 추진에 적극적인 바이든이 트럼프를 누르면서 ESG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전력에 압박을 가하자 한전은 10월28일 “앞으로 해외 석탄화력발전 신규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해외 사업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외국에서 진행 중인 석탄화력 사업 4건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 팡가시난 사업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 사업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사측은 이사회 산하에 ESG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ESG가 기업 경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재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훗날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 도입에 적극적인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누르면서 ESG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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