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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고 싶어요.”

갈색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한다. 인간의 감정을 알고 싶다는 이 소녀는 버추얼(virtual·가상) 유튜버 ‘세아’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사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형태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다. 연기자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버추얼 유튜버가 만들어진다. 버추얼 유튜버들은 사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유튜버들의 새로운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보다 후원금 더 많이 받은 '미나토 아쿠아'

버추얼 유튜버는 때로 사람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 유튜브 통계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유튜버가 가상 인물인 ‘미나토 아쿠아’였다고 발표했다. 미나토 아쿠아가 1년 동안 받은 후원금은 3억6713만원. 미나토 아쿠아 외에도 3명의 버추얼 유튜버가 후원금 10위 안에 들었다.

미나토 아쿠아는 게임 영상 전문 유튜브 채널 ‘아쿠아 채널’을 운영하는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다. 채널 구독자는 79만명. 가상 인물인 그녀에겐 “본인은 열심히 하지만 실수투성이”라는 캐릭터 설정값도 있다. 3D CG 기술을 통해 그래픽 문제 없이 장시간 방송도 가능하다. 7월엔 11시간 30분이 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컴퓨터 부품 먹방’으로 차별화 꾀한 '세아'

버추얼 유튜버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세아’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2017년에 선보인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다. 원래 세아는 스마일게이트의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임시 캐릭터였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자 다음 해 독립 채널을 열고 정식 유튜버로 데뷔했다.

세아는 일주일에 3번씩 실시간 방송을 진행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세아 스토리’의 구독자는 7만명. 영상 속에서 세아는 요가를 하는 등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컴퓨터 부품 먹방’ 등 버추얼 유튜버만 가능한 주제로 정체성을 드러낸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세아가 램, CPU 등을 먹는 것처럼 연출하는 식이다. 한 시청자는 “맨날 똑같은 먹방만 보다가 컴퓨터 부품 먹방을 보다니 독보적인 유튜버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7월 세아는 국내 유튜버 소속사 ‘샌드박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말 한 마디 않고도 구독자 90만명 넘긴 '맥큐뭅'

방송을 진행하는 내내 말 한마디 않고도 구독자 92만명을 모은 버추얼 유튜버가 있다. 국내 버추얼 유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맥큐뭅’이다. 맥큐뭅은 게임 영상 전문 유튜버다. 맥큐뭅이 하는 게임은 따로 말이나 추임새가 필요 없는 댄스 게임이다. 영상 속에서 맥큐뭅을 연기하는 사람은 음악에 맞춰 묵묵히 춤만 출 뿐이다. 대사가 없으니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맥큐뭅의 영상은 러시아 등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맥큐뭅이 온라인에서 유행한 ‘관짝춤’을 추며 게임을 하는 영상은 조회수 2500만회를 넘겼다.

한편 맥큐뭅의 캐릭터는 여성이지만 목소리를 낸 적이 없기 때문에 연기자의 성별도 알 수 없다. 한 네티즌은 “맥큐뭅의 캐릭터는 여고생이지만 실제 연기자는 남성일 수 있다는 점이 영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또 다른 묘미”라는 댓글을 남겼다.

◇대통령과 대화 나눈 토끼 유튜버 '아뽀키'

“오늘은 무슨 노래를 들려드릴까요?”

디즈니 영화에 나올 법한 동물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다. 데뷔 1년 차인 버추얼 유튜버 ‘아뽀키’다. 사람의 모습을 본뜬 다른 버추얼 유튜버들과 달리 아뽀키는 토끼 얼굴에 사람 몸을 하고 있다. 아뽀키는 마마무,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따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그녀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Forever Young’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은 조회 수 198만회를 넘겼다. 

아뽀키는 데뷔 1년 만에 채널 구독자 23만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버추얼 유튜버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뽀키의 영상을 본 구독자들은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봤던 동물 캐릭터와 닮아 친근하다”, “노래하고 춤추는 토끼라니 신선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버추얼 유튜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한다. 버추얼 유튜버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캐릭터나 배경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관광·마케팅 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는 2018년 일본 관광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작년부터 버추얼 유튜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벤터’ 등 버추얼 유튜버 전문 기획사도 등장했다. 한국문화산업학회 관계자는 “지금은 콘텐츠 업체만 버추얼 유튜버를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관광·한류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버추얼 유튜버를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 jobsN 최유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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