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명 열광시킨 한국 회사가 극찬받는 이유

조회수 2020. 11. 6.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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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명 즐긴 슈팅 게임 만든 회사가 MIT·BBC와 손잡은 이유는?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퓨처랩’
청소년 교육부터 인디창작자 발굴까지
스팀에서 판매 1위 기록한 게임도 나와
경쟁사에서 벤치마킹하려 견학 오기도

스마일게이트는 1인칭 슈팅(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만든 게임 회사다. 전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10억명 이상이 크로스파이어를 즐겼다. 2007년 출시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만으로 105억달러(약 12조1600억원) 매출을 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국민 게임’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다. 이 게임을 소재로 제작한 드라마 ‘천월화선’ 36부작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에서 누적 조회수 19억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본업인 게임 개발만큼 스마일게이트가 의욕적으로 해온 일이 있다. 바로 사회공헌 사업이다. 크로스파이어가 성공을 거두면서 사측은 사회적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2008년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권혁빈 창업자가 재단법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를 세우고 지금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17년에는 게임 업계에서 처음으로 판교 사옥에 아동· 청소년·청년을 위한 창의학습 연구센터 ‘퓨처랩’을 설립했다. 퓨처랩을 이끄는 오숙현(37) 팀장에게 스마일게이트가 미래 세대를 위해 공익사업을 펼치는 이유를 들어봤다.

출처: 스마일게이트 제공
퓨처랩을 이끄는 오숙현 팀장.

-퓨처랩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아동·청소년 창의환경 조성과 청년 인디 창작자 지원 사업입니다. 먼저 아동과 청소년이 가진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하고 관련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판교 스마일게이트 사옥에 200평 남짓한 퓨처랩 전용 공간이 있어요. 그곳에서 한옥 대목장(건축물을 짓는 대목 일에 능한 장인)을 모셔와 아이들과 함께 6개월간 한옥을 짓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코딩, 예술과 첨단 IT 기술을 융합한 교육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아이들이 본인의 관심사를 찾게 돕고, 이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합니다.


청년 인디창작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스마일게이트 멤버십’도 운영합니다. 사회공헌재단에서 가장 오래된 사업인데, 만 11년째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를 창작하기 원하는 청년에게 교육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회사가 게임 회사라 게임을 만드는 청년이 주로 지원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24시간 열려 있는 무료 공유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팀원끼리 밥을 먹고 교통비로도 쓸 수 있는 창작지원금도 지급합니다.”

출처: 스마일게이트 제공
퓨처랩에서 진행하는 창의 워크숍에 참여한 어린이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2019년 11월 스마일게이트 멤버십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 ‘레트로폴리스’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인디게임 분야 세계 1위(판매량 기준)에 올랐어요. 펀딩 플랫폼에서 1억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한 게임을 제작한 팀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과도 있지만, 멘토링 기반 교육은 기본적으로 백년대계(百年大計·100년 앞을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라 봅니다.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찾기도 하고, 참여 경험이 수십년 뒤에 성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얼마 전에는 다른 게임 회사에서 퓨처랩을 벤치마킹하려고 방문했어요. 최근 퓨처랩과 비슷한 어린이들 전용 공간도 열었고요.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성도 높은 교육 모델을 만들어 다른 곳과 노하우를 나누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업 모델이 퍼져 더 많은 어린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저희에게도 기쁜 일이니까요. 관심을 보이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유입니다. 2019년에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160여곳이 퓨처랩으로 견학을 왔어요.”

출처: 스마일게이트 제공
퓨처랩이 MIT와 함께 개최한 워크숍.

-미국 MIT, 영국 BBC와도 협력한다고.


“2018년 초등학교 컴퓨터 코딩·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에 대비해 2017년부터 미리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창의 코딩 도구 ‘스크래치’(Scratch) 창시자 미첼 레스닉 MIT 교수가 이끄는 MIT 미디어랩과 2018년부터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영국 BBC 마이크로비트 교육재단과 손잡았습니다. 재단에서 개발한 초소형 컴퓨터 ‘마이크로비트’(micro:bit)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자체 개발 창의학습 도구 ‘M.A.P(MAKE AND PLAY) 툴팩’을 만들었고, 관련 온라인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직원들이 일하나.


“전공과 상관없이 다양한 이력을 가진 직원이 퓨처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근무하다 2016년 퓨처랩 프로젝트를 위해 스마일게이트로 이직했죠. 또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작한 라이엇게임즈에서 이직한 직원도 있어요. 커뮤니티 업무를 맡던 분이라 콘텐츠 창작자가 유저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서울시 청년 정책을 담당하는 ‘청년허브’ 런칭 멤버, 인디게임 창작자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직원 2명으로 시작해 5년 사이 8명으로 늘었어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청소년 창의교육이 대부분인데, 팀원들의 다양한 배경이 워크숍을 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 스마일게이트 제공
뒷줄 좌측부터 황주훈 과장·송윤주 주임·엄성진 대리·김지수 대리. 앞줄 좌측부터 윤성주 과장·이건웅 주임·오숙현 팀장·소재환 주임.

-퓨처랩을 이끌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없나.


“짧은 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프로젝트예요.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100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지칠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왜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거든요. 퓨처랩 출범 초기에는 아이들을 참여하게 하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신청자가 몰려요. 2019년에는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학생 수백명이 방문했고,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 학생들이 오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오프라인 워크숍을 열기 어려워졌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온라인 기반 창의학습 교구 ‘M.A.P 툴팩’이 지난 6월에 나오면서 비대면 교육과 워크숍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지방에 사는 아이들이 창의교육을 들으려면 전부 수도권으로 왔어야 했는데, 이제는 택배로 키트를 받아서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줌(ZOOM) 같은 화상회의 툴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중단 없이 교육을 들을 수 있어서 참가자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델을 선보이고, 누구나 쉽게 퓨처랩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개발한 프로그램은 무상으로 배포할 거고, 같은 게임 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 회사도 이용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테드 엑스(TEDx)처럼 퓨처랩을 통해 선한 가치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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