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효능도 없다고 광고하는 '가짜약'이 잘 팔리는 이유
일본 아마존 사이트에 이상한 상품이 팔리고 있다. 아무런 효능이 없는 ‘가짜약’이다. 약이라면 보통 배앓이나 두통 등 아픈 곳이 낫도록 돕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근데 먹어도 아무런 효능도 없다니. 이런 제품이 과연 팔릴까.
이 약의 이름은 ‘뿌라세뿌라스(プラセプラス)’다. 이 약은 아무런 효능이 없다는 걸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전면에 내세운다. 제품 설명에도 ‘유효 성분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 약의 구매자는 대부분 치매나 마음의 병 등으로 인해 과하게 약을 요구하는 가족을 둔 이들이다. 약을 반복적으로 먹일 수도, 그렇다고 못 먹게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이 약을 산다.
약이 담겨있는 상자 디자인이 기존의 약 상자와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치매가 심하다 한들 젤리나 사탕 같은 것을 담을 만한 통에서 알약을 꺼내 준다면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약을 사용하는 의미도 없어진다.
약을 먹은 이들은 약에 아무런 효능이 없음에도 앓던 통증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플라시보(placebo)’ 효과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가 아닌 약물에 대한 심리적 믿음에 기댄 효과다. 심리학에서는 ‘고통을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쓰인다.
플라시보 효과의 근본적인 바탕은 믿음이다. 이 약이 나의 통증을 낫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실제로 병이 낫는 듯한 기분을 만든다. 이 효과는 믿음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라 심리학을 깊게 공부해 그 원리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험이 가능하다.
심리학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은 박상미 ‘더 공감마음학교’ 대표는 최근 펴낸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라는 책을 통해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는 심리학 공부를 위해 독일로 떠나면서 몇 년째 복용하던 항우울제를 실수로 가져가지 않았다. 심각한 불안에 빠진 그는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같은 연구실을 쓰던 독일인 동료가 자신의 항우울제를 나눠줬다. 효과가 좋아 귀국 길에 사가려고 약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 동료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그가 매일 한 알씩 주던 약은 항우울제가 아니라 멀티 비타민이었다.
비타민이 항우울제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현실이 너무 힘에 부친다면 스스로 부적 하나를 만들어 가슴에 지니고 다니는 건 어떨까. 이 부적이 나를 지켜줄거라는 믿음이 어쩌면 긍정적인 플라시보 효과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jobsN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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