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K팝 소녀팬들이 한글로 적은 푯말에는..

조회수 2020. 10. 3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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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 되려면 역사시험이라도 봐야 하나요?

‘전쟁 막자’는 아르메니아 팬… 그런데 어디있는 나라지?

흑인 인권운동, 태국 시위… 정치적 입장 요구받는 K팝

정치 금기시 하는 한국 문화계… 전략 전환 필요할 듯

한글 푯말을 들고 반전 시위를 벌이는 아르메니아 BTS 팬들. 아르메니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캅카스 지방에 위치한 기독교계 국가로 인접한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 이슬람 국가들과 여러 갈등을 빚어왔다. /인터넷 화면 캡처

“평화는 우리가 반드시 말해야 하는 언어이다”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은 우리를 끝낼 것이다”

우리에겐 이름조차 낯선 캅카스의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 소녀들이 직접 쓴 한국어 푯말들이다. BTS(방탄소년단) 팬들인 이 소녀들이 영어를 두고 한국어로 평화를 외치는 것은 BTS와 BTS의 팬클럽인 ‘아미’에 호소하기 위함이다. 아르메니아는 최근 이웃 국가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됐던 두 나라는 영토와 종교, 자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고 끝내 전쟁으로 비화됐다.


BTS 측은 소녀들의 호소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평화를 원한다’ ‘전쟁을 멈춰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야 당연히 지지해줄 수 있겠지만,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지원)을 멈춰라’ ‘아르자흐(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주로 사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인정해라’ 같은 문구에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한국인 K팝 스타 중에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터키의 얽히고 설킨 갈등을 알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설령 아르메니아 소녀들의 말이 다 맞다고 해도, 이를 지지해주면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소녀들은 어떻게 하나. 


◇“사랑에 보답해라” 입장을 요구하는 팬들

BTS의 트위터 계정. /인터넷 화면 캡처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팝 스타들을 향한 글로벌 팬들의 요구사항 역시 늘어나고 있다. 문화예술과 무관한 정치 문제에 까지 입장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진다. 연예인은 정치적 의견을 밝히지 않는 분위기인 한국 대중문화계는 당혹스럽다. 올해 초 흑인 인권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미국 내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소속사 등에 “BLM 지지를 공식 선언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BTS와 소속사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폭력에 반대한다.”라는 선언과 함께 BLM 측에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싸이, 씨엘, 현아, 에릭남, 제시, 마마무, 갓세븐, 레드벨벳 등 여러 K팝 가수들이 SNS를 통해 BLM 운동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교포나 유학파 출신이 아니라면 평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문제였겠지만, 팬들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일부 팬들은 BLM을 지지하는 팬들에 대해 “스타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요구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제빨리 입장을 내놓은 2PM 닉쿤의 시위 지지글(왼쪽). 블랙핑크 리사(오른쪽)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국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인터넷 화면 캡처

블랙핑크 리사는 태국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시위 지지자들의 비난 세례를 받기도 했다. 리사는 태국 출신 K팝 스타다. 태국에선 올해 초부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를 지지하는 태국 팬들은 자국 출신 K팝 스타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사 외에도 2PM 닉쿤, GOT7의 뱀뱀, CLC의 손 등의 태국인 K팝 스타가 활동중이다. 닉쿤은 “폭력은 참을 수 없다. 폭력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시위를 강경 진압하려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뱀뱀도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가세했다. 대부분의 스타들이 한 마디씩 입장을 내놓는데, 리사는 침묵했다. 리사의 인스타그램은 “왜 입장을 내놓지 않느냐.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라” 같은 비판 댓글로 도배됐다. 뒤늦게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힌 스타들도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침묵을 지키다 뒤늦게 입장을 내놓았고, 그나마도 모호한 표현으로 썼다는 것이다.


◇정치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벤플리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BTS. /인터넷 화면 캡처

K팝 스타들이 세계의 여러 이슈에 대해 입장을 요구받는 것은 K팝이 그만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전·평화, 인종주의 반대, 환경 문제 등 전 세계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이슈가 아닌 경우엔 난감하기 그지없다. 최근 BTS는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벤플리트상 받았다. 리더 RM은 수상소감으로 “우리는 두 나라(한·미)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팬들은 “BTS가 당시 참전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분노했다. 중국인들은 6·25를 미국의 한반도 침략전쟁으로 여긴다. 한미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미국인에게 주는 상을 받으며 양국 우호의 역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 뜬금없이 분노를 표하는 무지한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K팝 스타가 정치적 입장을 요구받는 일이 꾸준히 일어날 것”이라며 “정치문제엔 무조건 침묵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지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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